하루와 천 년
- 우리는 전 생애의 시간 동안 4억1500만 번 눈을 깜박이고 1200만 개의 풍선에 해당하는 공기를 들이마신다.
- 우리는 12년 동안 TV를 보고 2,000 개의 사람 이름을 인지한다.
- 우리는 일생 중 8년을 일한다. 평생 22,150 km를 이동하는데, 첫 번째 150 km는 기고 나머지 2,2000 km는 걷는다.
- 우리는 슬프고, 아프고, 화날 때마다, 또한 매우 기쁠 때도 역시 울게 되는데, 이때마다 우리는 26 방울의 눈물을 흘린다. 일생으로 따지자면 85만 개의 눈물방울 또는 65 리터에 해당하는 양이다.
- 우리는 3년 반 동안 먹는다. 몇 가지 품목을 예로 들자면 7,300 개의 계란과 160 kg의 초콜릿을 먹게 된다.
- 우리는 2년 동안 전화하고 평생 150 명과 친구가 된다.
- 우리는 6개월을 화장실에서 보내고 그때 4만 리터의 소변을 배출한다.
- 우리는 두 번 사랑에 빠진다. 평생 중 2주 동안 키스하고 60%의 확률로 생애의 나머지 시간을 배우자와 함께 보낸다.
- 우리는 평생 5 명의 파트너와 2,580 번에 걸쳐 성관계를 갖는다. 이때 2 ¼ 시간 동안 성적 절정을 경험한다.
독일 브레멘의 과학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인간의 시간을 주제로 한 전시관 하나를 발견했다. 작은 공간의 전시관은 위의 글들이 적혀 있는 나무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무판에 쓰인 숫자들은 물론 평균값이다. 나아가 계란과 초콜릿에 대한 언급을 봐도 분명하듯 이 모든 평균은 독일 사람들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일 터였다.
시대 역시 지금의 시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핸드폰이 상용화된 지금, 일생 동안의 전화시간은 2년을 훌쩍 넘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사건에 대한 시간의 총합이 주는 의미에는 무언가 신기함과 특별함이 있었다.
무려 12년 동안이나 TV를 시청하는구나, 평생 알고 지내는 친구라는 게 고작 150명에 불과한 건가, 진정한 사랑은 많아야 평생 두 번뿐이네. 그리고 마지막 화룡점정의 2시간 15분. 일평생 중 고작 2시간 15분에 불과한 이 짧은 시간에 대한 욕망이 그토록 많은 추악함과 죄악을 인간사에 불러일으킬 수 있다니...
여러 숫자 속에 들어있는 인간은 무척이나 초라하고 하찮아 보였다. ‘그래봐야’, ‘고작’ 등등의 말들이 위의 글들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이다. 이 하찮음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신께서 모든 인간의 마음 깊숙이 박아 숨기신 영원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원 앞에 모든 시간은 하찮아 보이게 마련이니까.
숨겨진 영원이 문득 튀어오르는 순간이 있다. 평상과 일상이 환희와 신비로 다가올 때, 보통과 평범이 비범과 기적으로 다가올 때, 갑작스레 생겨난 시간의 틈을 통해 문득 영원이 내비칠 때가 있는 것이다. 이 찰나는 영원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을 걸고 계시는 거룩하고 신비로운 시간이 아닐까? 거룩한 영원에 닿아 거룩해질 기회, 이 찰나를 놓쳐서는 안 된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 한 가지만은 잊지 마십시오. 주님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습니다.” (벧후 3:8)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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