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이 엉키면 그게 탱고에요
그대에게
한 여름에도 춥다던 그대, 이 겨울 어찌 보내고 계시나요? 아주 우연히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탱고음악, '포르 우나 까베사 (Por Una Cabeza)'에 얽힌 사연을 듣게 되었어요. 제목의 의미는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면 '말 머리 하나 차이로'정도가 된다고 해요. 가수 '카를로스 가르델'이 부른 가사의 내용은 이렇게 된다고 하네요. 인생에서 모든 것을 잃은 경마 도박꾼이 자신에게 남은 전부를 한 마리 말에 걸었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자신이 배팅한 그 말이 선두를 유지하다가 마지막에 머리 하나 차이로 역전을 당해서 도박꾼은 모든 것을 잃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네요.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난 이제 어디로 가야하지?'하고 묻는 늙은 장님인 주인공에게 청년이 이렇게 말을 했죠.
" 스텝이 엉키면 그게 탱고에요."
나는 늘 그렇듯, 버릇처럼 말을 이렇게 비틀어봤어요.
" 걸음이 비틀거리거나 길이 흔들리는 것, 아니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것 그게 인생이야."
그래요. 그런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대와 내가 밤을 새워가며 신의 묵묵부답에 대해 핏대를 올려가며 욕지거리를 내뱉은 적이 있었지요? 이따위로 세상을 만들려면 뭐 하러 만들었냐고 악을 써댔었지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첫걸음이 바로 그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의 뜻과 신의 뜻이 다를 때, 바로 그때가 신을 만나게 되는 첫걸음마가 아닌가 생각해요 .조금 소박하게 표현하면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과 주어진 삶의 모습이 다른 것이 바로 인생이 아닌가 생각해요.
생각해 보세요.어디 우리 삶이 한 가지라도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보여준 적이 있나요? 늘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잖아요. 우리들의 예상과 기대는 번번이 엇나갔잖아요. 그렇다면, 그렇다면 말이에요. 현재가 어두우니까 우리의 앞날도 어두울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갈 수 있지 않겠어요? 아직 우리 삶은 막장에 도착해 있지 않아요.
아! 물론, 어쩌면 끝까지 이렇게 힘겨울지도 몰라요. 말머리 하나 차이로 주저앉고, 스텝이 엉켜서 제대로 걸어가지 못하고, 그래도 그게 인생이라면 받아들이면서 우리 살아요. 흐르는 것은 저절로 흐르게 놔두면서 살아요.
눈물은 흘리지 말아요. 그렇지만 눈물이 계속 흐르면 그냥 흐르게 놔둬요. 하지만 흘러온 것들이 그리했다고, 흘러갈 세상도 그럴 것이라고 미리 염려하지는 말아요. 그래도 이렇게 마음 나눌 그대와 내가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꽤 괜찮게 살아온 것 아니겠어요?
문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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