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겹줄은 끊어지지 않는다?
“혼자 싸우면 지지만 둘이 힘을 합하면 적에게 맞설 수 있다. 세 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전도서의 유명한 구절이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힘을 모으면 이길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얼마 전 탐관오리들을 혼내주던 의적을 그린 영화에서도 그런 말을 했었다. “뭉치면 백성이요 흩어지면 도적이라.” 사람들은 언제나 함께 함의 힘, 공동체의 힘을 믿는다. 그러나 단지 함께라고 해서, 심지어 뜻을 같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엉뚱하고 기발한 실험들을 다룬 책 <매드 사이언스 북>에는 협력과 관련한 흥미로운 실험 하나가 등장한다. 1883년 프랑스의 농학자 막스 링겔만은 스무 명의 학생을 선발해 줄다리기 실험을 했다. 링겔만은 한 사람에게 처음엔 혼자 밧줄을 잡아당기게 하고, 다음에는 사람을 늘려가며 여러 명과 함께 밧줄을 잡아당기게 했다. 그리고 각각의 상황에 따른 힘을 측정했다. 과연 개인의 힘 100과 또 다른 개인의 힘 100이 만나 협력하면 200, 아니 그 이상이 나올 수 있을까? 인간이란 혼자일 때보다 둘일 때 더 큰 힘을 내는 존재로 여겨지니 두 사람의 합력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와 개개인의 힘을 합친 것보다 훨씬 높지 않을까?
그러나 실험 결과는 정반대였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줄을 당길 때의 힘이 혼자 줄을 당길 때보다 약했던 것이다. 즉, 혼자 당길 때의 힘을 100%라고 한다면 두 사람이 함께 당길 때는 각각의 사람이 93%밖에 힘을 쓰지 않았다.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게으름의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피실험자들은 세 사람일 때는 85%, 네 사람일 때는 77%, 심지어 여덟 사람일 때는 혼자 힘의 50%밖에 쓰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집단작업에 투여된 전체 역량이 각 개인의 역량의 합에 미치지 못하는 사회적 태만의 경향을 실험자의 이름을 따 ‘링겔만 효과’라고 부른다. 저자는 Team이라는 단어와 관련된 독일 유머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마쳤다. Team: Toll, ein anderer macht’s. (까짓것, 딴 놈이 하는데 뭐!)
이 ‘링겔만 효과’, 즉 나태하게 남의 노력에 편승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놀랍게도 함께 줄을 당길 때는 개인의 기여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자신이 드러나지 않으면, 자신의 공이 드러나지 않으면 열심을 내지 않고 대충 묻어간다는 말이다. 아하, 인간은 이리도 명예지향적이다. 남이 알아주지 않으면 결코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그러니 공동체가 커지는데도 일의 효율이 그만큼 더 증가하지 않는다면 한번 쯤 링겔만 효과를 의심해볼 필요가 한다. 그런데 만약 그런 경우라면, 교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열심히 개인의 공로를 알아주고, 더 많은 상을 안기고,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을 더 자주 사용해야 할까? 그럴 리가! 이때 공동체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그리스도의 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셨다는 그리스도의 그 마음을 말이다. 자기를 드러내려는 욕심이라면 세 겹줄이라도 당해낼 재간은 없다.
“사람들에게 드러내지 말고 보이지 않게 숨어서 계시는 네 아버지께서 보시게 하여라. 그리하면 남모르게 숨어서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마 6:18)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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