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교회가 있을까?
북한에는 교회가 있을까? 아마도 이런 질문은 한두 번씩 다 해보았을 것이다.
지난 수십년 간 북한 당국은 종교를 인정하지 않았고 종교생활을 하는 이들을 심각하게 탄압하였기 때문에 교회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기독교 신자들에 대한 생각은 달랐다. 북한 당국은 엄청난 탄압과 단속에도 불구하고, 마치 초대교회의 신자들이 양의 탈을 쓰고 다녔던 것처럼, 북한의 신자들도 신앙을 숨기고 지하교회에서 꿋꿋하게 믿음을 지키며 북한의 붕괴와 중교의 자유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에서의 북한선교는 주로 지하교회를 지원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운동의 형태를 띠었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남과 북의 교류가 활성화 됨에 따라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 교회의 실체도 조금씩 드러났다. 북한에는, 당국의 통제를 받는 기관이기는 하지만, 기독교도들의 모임인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라는 단체가 있다는 것도 알려졌고, 심지어는 남한의 교회들이 북한교회의 예배당을 지어주기도 하였고 감리교회는 평양에 신학원을 세워 지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남한의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북한에 방문하게 되었고 주일이면 평양의 봉수교회와 칠골교회에서 북한의 목사의 설교를 듣고 북한의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에 '진짜' 교회가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은 북한 당국이 선전을 위해 만든 가짜 모임이며 남한의 기독교인들과 함께 예배드렸던 북한의 목사는 물론 성도들도 다 교육 받은 가짜라는 생각을 한다. 남한에서 생각하는 '진짜' 교회는 지하교회로 다 찢어지고 닳은 성서를 소중하게 품고 몰래몰래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있을,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는 어떤 이들이 진짜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북한에는 '진짜' 기독교인, '진짜' 교회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그렇다'이다. 내 스스로 혼자 판단하여 답하기에는 어려운 질문인데 다행히도, 최근에 북한에 다녀온 미국에 거주하는 최재영 목사도 북한관련 인터넷 언론매체인 NK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같은 대답을 했다.
나는 2011년과 2013년에 대북인도지원사업을 위해 북한 평양에 방문하였었다. 이때 북한의 두 개의 공식교회인 칠골교회와 봉수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렸다. 특히 규모가 작은 칠골교회 예배당에서 드린 예배는 정말 감동적이었고 지금도 그 감동이 잊혀지지 않는다. 예배를 드리는 한 시간 동안 내내 '이들이 우리와 다른 게 뭘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목사와 성도들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그러나 다른 것은 거의 없었다. 우리네 성서와 거의 비슷한, 그들이 번역한 성서와 우리가 부르는 찬송과 가사만 조금씩 다른 찬송을 함께 불렀다. 조금도 어려움이 없었다. 목사의 설교는 남한 목사의 설교에 비해 저 하늘 위의 얘기보다 이 땅의 이야기를 조금 더 많이 할뿐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간구하는 것은 똑같았다.
성가대가 특히 잘 조직이 돼있었는데 성악가라고 해도 믿을만큼 성량이 풍부하고 노래를 잘 하였다. 그런데 압권은 그들의 표정이었다. 표정에는 진심을 담아 찬송을 부르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했다. 남쪽에서 온 손님들 때문이었는지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목소리를 뽑애내는 모습을 보고 또 음성을 들으니 마음이 푸근해졌다. 만약 이 모든 것이 다 교육 받은 것이고 연극이라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북쪽 사람들은 다 전문 연극배우였을 것이다. 억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이 그 자리에 참석한 일행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온 여행객들도 다 마찬가지로 느꼈고 그 감동을 예배 후에 함께 대화하며 나누기까지 했다. 비록 소수이기는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에도 '진짜' 교회가 있고 '진짜' 신자가 있다는 것이다.
두 개의 공식교회 말고도 최재영 목사는 북한에 500여개의 가정교회가 있다고 하였고 그 외에도 외부의 도움과 필요에 의해 세워진 교회가 십수 개나 된다고 하였다. 최 목사는 "가정교회는 말 그대로 십자가가 달려있는 예배당 건물이 아닌 일반 가정집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는 것을 말합니다. 가정교회교인들은 10명에서 12명정도의 인원이 주일날 10시-11시에 모여서 빙둘러앉아서 예배를 드립니다. 피아노와 풍금이 필요없으니 아코디언으로 찬송가를 반주하는 가정교회도 많고요." 라고 인터뷰하였다. 또 최근 평양에 방문하였던 WCC 인사들은 평양 낙랑구역에 있는 가정교회를 방문하여 신자들과 환담을 나누었다고 보고하기도 하였다.
북한에는 '진짜' 교회, '진짜' 신자가 있다. 그럼에도 계속 '진짜' 논쟁이 계속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북한의 교회가 국가의 통제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은 익히 아는 이야기가 돼버리긴 했지만 김일성 주석의 부모는 신자였고 특히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집안에서 장로의 딸로 태어나 이름도 기독교식 이름인 '반석'이라고 지었다. 북한에서 중요한 직책을 역임했던 강양욱 목사는 김 주석의 외종조부이다. 또 얼마전 작고한 강영섭 목사(조선그리스도교연맹 위원장)와 현재 연맹의 위원장을 맡은 강명철 목사도 강씨 집안이다. 이런 배경으로 볼 때 교회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가 무조건적인 것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실 남한교회가 갖는 의심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남한 교회'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남한과 다르기 때문에 혹은 그동안 익숙하게 봐왔던 교회들과 다르기 때문에 의심을 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이 될 수 없다. 동아시아의 교회와 아프리카 한 복판에 있는 교회가 똑같은가? 우리에게 신앙을 전래해준 미국 등 서방의 교회가 지금 우리의 교회와 똑같은가? 하물며 개인주의 국가의 교회와 사회주의국가의 교회가 어떻게 똑같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북한은 김일성 주석에 대한 우상화가 벌써 70여년이나 진행된 나라가 아닌가.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와 영원히 함께 계신다'라고 고백하지만 북한에서는 '김일성 수령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신다'고 고백하는데, 과연 신앙이 파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얼마나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남한에서는 하나님이 해주시는 것을 북한에서는 노동당이 다 해주고 수령이 다 해주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교회가 얼마나 협소한 세계에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교회는 오순절 계통의 은사주의, 신비주의, 근본주의가 '진짜'라고 여겨지고 있지 않은가! 남한교회의 눈으로 북한교회를 재단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단, 북한에 선교의 자유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신앙의 자유는 있지만 선교의 자유는 없다? 이게 좀 앞뒤가 안 맞는 말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것은 외국 혹은 외세에 의한 선교를 거부하는 항목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교회는 실제로 선교를 하고 있고 한 때는 만사운동이라고 해서 당시 만 명인 교인을 만사천 명까지 늘리자는 운동을 했다고 민족21 안영민 기자는 [행복한 통일이야기(자리출판사, 2011년)]라는 책에서 밝히기도 하였다. 선교의 자유는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보이며 현재 억류돼 있는 케네스 배, 최근 석방된 제프리 파울이 이에 해당하는 죄목으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북한에 다녀온 많은 사람들은 북한교회가 남한교회나 세계교회와는 좀 다른 양상이기는 하지만 '진짜'교회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 교회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리고 어떤 선교전략으로 북한교회를 바라볼 것인가? 북한의 교회는 가짜이고 진짜 교회는 지하교회만이라고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북한선교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엔도 슈샤꾸는 그의 책 [침묵]에서 목숨을 거는 신앙만 신앙이 아니라 비겁하게나마 믿음을 지키는 신앙도 있으며 다양한 모습의 신앙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북한의 교회는 우리와는 다른 모양이지만 그것 역시 하나님께서 받으시고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보다 폭넓게 북한 교회와 교류할 수 있을 것이다.
방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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