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봐야 새롭게 보인다.
미국 시카고에 ‘라살 스트리트 교회’가 있습니다. 이 교회에서는 지난 9월 전교인 320명에게 500달러씩을 나눠 주었습니다. 교회에 뜻하지 않게 16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억 원이라는 거액의 수입금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라살 스트리트 교회는 아주 오래 전인 1970년대에 옆에 있는 3개 교회와 함께 다문화 가정을 위한 주택단지 개발 사업을 지원했습니다. 40년이 지나면서 이 지역이 금싸라기 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6월에 주택단지가 매각되면서 수입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로라 트루엑스 목사와 장로들은 이 수입금을 전액 선한 목적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160만 달러의 ‘십분의 일’을 교인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단, 조건은 ‘선한 일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기독교세계 2014. 11월호). 참 신선한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교인들 스스로 선한 일을 하도록 했다’는 점이 마음에 확 와 닿습니다.
몇 년 전에 우리 교회에서 행하였던 전교인 달란트 축제가 생각났습니다.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달란트 비유에서 힌트를 얻은 행사였습니다. 모든 교인에게 ‘2만원’ 씩을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달란트를 남기듯이 이익을 남기게 했습니다. 물론 이 일을 앞서서 성공적으로 실행한 교회들의 매뉴얼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많은 달란트 이익을 남겼습니다. 마침 같은 지역에 있던 비전교회가 예배처소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비전교회를 잘 도울 수 있었습니다. 참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이 일에 참여했던 교인들의 수고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쉬움은 ‘스스로 선한 일을 하는’ 자발성 문제에 집중됩니다. 큰 성과를 낼만큼 자랑스러운 일을 이루었음에도 내용적으로는 수동적 참여에 머물렀던 상황을 본 것입니다. 달란트 축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교회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회자의 의도입니다. 목회비전이라고 표현하지요. 많은 목회자들이 목회비전이란 이름으로 틀을 만들어놓고 그 일에 교인들이 열성을 가지고 참여를 하도록 독려합니다. 하지만 그 참여가 대부분은 수동적이고 폐쇄적입니다.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능동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몇몇 교회에서는 소그룹을 조직할 때 리더(속장, 구역장)의 자발성과 책임성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리더가 일정부분 혹은 전적으로 소그룹을 모집하고 조직합니다. 잘 발전시켜야 할 긍정적인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보다 더 적극적인 교회도 있습니다. 교인들이 스스로 사역을 찾아내고 활동하는 것입니다. 일산의 한 교회에서는 요즘 우리 사회의 큰 이슈인 자살 문제에 관심을 가진 교인들 5명이 ‘라이프 호프’ 사역을 시작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자살예방을 위한 모임명칭과 구성원,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교회 선교부서에 제출했고, 교회에서는 이를 잘 수행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이 그룹의 사역은 매우 활발해져서 고양 시청과 교회 이름으로 협약을 맺고 활동할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이 일이 가능했던 것은 교회가 이 소그룹뿐 아니라 모든 교인들에게 자신들의 관심영역에서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자발성을 보장해 준 결과입니다. 많은 그룹들이 생겨나 눈부신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냈더니 일의 흥미는 물론이고 덤으로 공동체에 풍성한 열매를 가져왔습니다. 물론 교회에서는 소그룹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놓았지요.
지금껏 교회는 목회란 이름으로 빈틈없이 세워진 계획을 실행하는 데에만 몰두해 왔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하나님의 백성 안에서’,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신명나게 일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자유를 인간의 계획과 틀을 앞세워 제한해 온 셈입니다. ‘관점디자이너’ 박용후의 이야기는 그래서 뜻 깊습니다. “원래 그런 것은 없다. 달리 보고, 새롭게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관점을 바꾸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정해진 틀을 고집하며 눈을 질끈 감아 보지 못해왔던 성경의 오래된 미래를 이제는 밝히 보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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