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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17]
 
 
 
     
 
 
 
작성일 : 14-11-04 23:00
   
감쪽같은 시간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59  


감쪽같은 시간


                          
  예전에 시한부 삶을 살던 어느 선배님이 ‘날아가는 시계’(Time Flying)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던 어느 소녀가 시간이 너무 더디 흐르는 것이 답답해, 2층에서 창밖으로 시계를 날렸다는 것이다. 빨리 성장하고 싶어 하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어릴 적 자화상이다.


 
  점점 잦아드는 생명의 길이가 마치 ‘날아가는 시계’ 같다고 안쓰러워하던 그 분의 눈빛이 이젠 낯설게 느껴진다. 그 이야기는 내 귀에 생생한데, 이미 고인이 된지 벌써 이십년도 지난 옛 기억으로만 남았기 때문이다. 흔히 ‘청년시절에는 하루가 짧고 한해가 긴 반면에, 노년 시절에는 하루는 길고 한해는 짧다’고 한다. 똑같이 하루 24시간, 1년 365.24219일을 보내는데도 말이다.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레빈은 세계 31개 나라를 표본으로 하여 여러 문화권의 시간관념의 차이를 연구한 후 <시간지도>를 작성하였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은 일상생활의 평균속도가 18위, 보행속도는 20위이다. 한국인시계의 정확성은 16위로 평균치였다. 평소 급하게 살아온 우리의 사고방식과 동떨어진 통계처럼 느껴져, 쉽게 긍정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속도감은 해외에서도 ‘빨리빨리’로 통하는데 말이다.


  
  물론 현실적 속도든, 심리적 속도든, 시간은 누구에게든 공정한 기회이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어느 새 11월에 이르렀다. 누구에게는 올해가 겨우 두 달 남았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아직 두 달이나 남았다. 어쨌든 교회력으로는 이달 30일부터 대림절을 시작하니, 새해가 성큼 다가 선 것은 분명하다.


  현재 세계에는 40여 개의 달력체계가 공존한다. 세계 공통 달력인 그레고리력을 비롯해 비잔틴, 중국, 인도, 이슬람, 유대교 그리고 단군기원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역사를 측정하는 잣대를 골고루 사용하는 셈이다. 이집트에서 시작한 태양력은 나일 강이 범람할 때마다 동쪽 하늘의 일정한 위치에 시리우스(큰개자리별)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가능하였다. 이집트 원정을 한 율리우스 케사르는 주전 42년, 태양력을 로마의 달력으로 차용하였는데, 현재 달력체계의 뼈대를 이룬 율리우스력이다. 이 달력은 주후 321년부터 주(週) 단위 개념을 사용하였다.


  
  율리우스력의 특징은 4년마다 1일을 더하는 윤년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금쪽같은 시간의 파편들이 누적되어 역법 상 심각한 오차가 발생하였다. 원래는 3월21일이어야 할 춘분이 달력상으로는 3월11일로 옮겨진 것이다. 춘분은 그리스도교에서 부활절을 정할 때 기준이 되는 날이므로, 열흘간의 오차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주후 325년, 니케아 공의회는 ‘춘분 지나 보름 직후의 일요일’을 부활주일로 제정한 바 있다.


  
  결국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는 이 해의 3월10일 다음날을 3월21일로 한다는 새 역법을 공포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의 달력이다. 그리고 이전의 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원칙적으로 윤년을 4년마다 1일씩 시행하되, 연수가 100의 배수인 1800년, 1900년에는 윤년을 실시하지 않고, 400으로 나누어떨어지는 해에만 윤년으로 하도록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1896년 1월1일부터 태양력을 사용해 왔지만, 아직도 요긴한 음력을 병행하고 있다. 양력보다 음력은 11일이 짧기 때문에 오차를 피하기 위해 간간이 윤달을 두어 역일과 계절이 크게 어긋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2014년 올해는 평달과 윤달, 음력 9월이 두 차례 연거푸 이어진다. 옛 부터 윤달은 귀신의 간섭을 받지 않는 ‘썩은 달’이라 여겼다. 그래서 부정을 타거나 액이 끼지 않기 때문에 집안 어른의 수의를 미리 장만 해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이장(移葬)과 이사 특히 혼례일을 잡는다.


  그런데 이러한 시간에 대한 풍습도 바뀌는 모양이다. 오히려 근래에는 윤달에 결혼식이나 경사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윤달에 결혼식을 하면 조상님이 찾아오지 못한다는 속설 때문에 윤달 결혼을 기피하는 풍습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부정과 액이 없는 기간’이라는 긍정적인 시간관념과 ‘조상님이 찾아오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시간관념이 충돌한 셈이다.


  그나저나 시간은 흐르고 흘러,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 참 길기도 하고, 또 너무 짧기도 하다. 감쪽같이 흐르는 세월을 피할 수 없다면 그 흐름 위에 지혜롭게 올라타야 한다. 금쪽같은 시간의 주인은 소중한 기회를 날마다 선물로 받고 있는,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2).



송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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