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은 도덕문서이다.
미국의 유명한 공공신학자인 짐 월리스는 ‘예산은 도적적 문서이다’라는 유명한 문구를 남겼다. 정부의 예산이 세워지는 것에 대해서 도덕이라는 기준을 세워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예산이 세워지고 쓰여지는 것을 보면 그 단체가 어떠한 것에 강조점을 두는지를 알 수 있다. 겉으로는 화려한 문구를 내세우고, 그 모양은 경건의 모양을 갖추었을지라도 그 단체의 돈이 나가는 곳을 보면 정말 그것을 자신들의 비전으로 삼고 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교회의 예산이 세워지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의 공동체이고,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라면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 하나님의 뜻이 예산 가운데 드러나야 한다. 교회가 가지고 있는 재화는 항상 한정되어 있다. 수입은 큰 변동이 없는 한 성도들의 헌금에 의존해야하기 때문에 항시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출은 다르다. 그것은 교회의 지도자들이 방향을 잡고 정하게 되어 있다. 지도자들의 생각이나 비전이 그 과정에서 반영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 한국교회는 교회의 예산을 세울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가 궁금하다. 예산을 세울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사항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예산을 세운다는 것은 한 쪽의 지출이 커지면 다른 쪽은 자동으로 줄어들게 되어 있다. 우선순위가 있는 것이고,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비전에 따라 그 비중이 달라지는 것이다.
어림잡아 보면 대부분의 교회들은 건축에 그 예산 산정의 우선순위가 잡혀 있다. 학교 일로 인해서 모금 활동을 해 보면 한국교회는 둘 중에 하나로 갈린다. 한 쪽은 건축을 하기 위해서 긴축 중인 교회들이고, 또 한 쪽은 건축을 하고 빚을 갚느라 긴축 중인 교회들이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교회들은 건축을 중심으로 교회의 재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묻고 싶다. 그러한 교회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혹시 교회의 존재목적과 비전이 좋은 교회당을 짓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도덕문서이어야 할 예산이 교회당을 짓기 위해서 건축비로 쓰이고, 건축을 위해 빌린 돈을 위해서 은행에 이자를 내는 일에 매여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도덕은 가치가 우선한다. 우리의 가치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 즉 사랑과 희생이어야 한다. 우리의 가치는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질 때 보게 될 정의와 평화이어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우리의 예산이 이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과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고 있는가 말이다.
요즘 대부분의 교회들은 내년도 예산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올해에 비해서 마이너스 예산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들은 어디서 예산을 줄여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항상 예산이 줄어들 때면 약자들의 처지는 외면되기 마련이다. 혹시 한국교회가 줄어드는 예산 가운데 가난하고 헐벗은, 굶주리고 목마른 이들을 애써 외면하여 지극히 작은 자로 오신 예수님을 내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조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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