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게시판
바이블25
크리스천라이프
커뮤니티
갤러리
성경/찬송가
지역정보
로중
전도
뉴스
QT
전도모음
Cristian YouTube
     
커뮤니티
칼럼
명언묵상이미지
하늘양식
오늘의책
십자가
명상
영상
설교
말씀
독자편지
독자편지 [117]
 
 
 
     
 
 
 
작성일 : 14-10-19 17:38
   
내가 누군지 알아?
 글쓴이 : dangdang
조회 : 330  


내가 누군지 알아?


1980년 5공화국이 등장하였을 때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나를 가장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이규호 문교부장관이었습니다. 이규호와 같은 지성인이 신군부에 참여하다니! 당시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그의 에세이 ‘말의 힘’을 감명 깊게 읽고, 그 글의 원 재료인 <말의 힘>이란 책까지 사서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던 터였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익에 영합하는 일에 가장 빠른 사람들이 지식인들임을 알아차렸지만, 당시만 해도 지식인은 곧 시대의 양심이라고 믿었던 순박함이 내게 있었던 것이지요. 생각해보면 ‘당신의 말로 미루어보아 나는 당신이 누구여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데, 지금 당신은 그 모습이 아니다’라는 마음이 강하게 작동하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이와는 또 다른 모습 때문에 혼란스럽습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빗나간 자기 과시들을 보면서입니다. 항공기에서 기내식 라면이 덜 익었다고 승무원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라면 상무이야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백화점, 공항, 호텔, 법원, 골프장, 스포츠 경기장, 혹은 경찰의 단속 현장 등 사회 곳곳에서 소위 잘 나간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언성을 높이는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접합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소리치는 것은 개인적으로 보면 열등감의 그림자입니다. 열등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기대하는 대접을 받지 못하면 과거의 보잘 것 없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공격성을 표출하게 된다잖아요. 이런 심리 밑바닥에는 자신의 실제 가치는 높은데 명성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걸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명성을 위해 자신을 일반인과 구별 지으려고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어깨에 힘을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또 다른 차원이 있습니다. 2013년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36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했습니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36개국 가운데 27위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앞서 2005년도 미국 브래들리 대학에서는 세계 53개국 1만 7천명을 대상으로 개인의 자부심을 비교연구 했습니다. 한국인의 자부심이 얼마로 나왔을까요. 53개국 가운데 44위였습니다(이문재, 경향신문141018). 그러니까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자기 과시는 낮은 행복감과 낮은 자부심이 만나서 생겨난 어두운 자화상입니다. 낮은 자부심은 끊임없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지위의 월등함이나 관계, 소유하고 있는 재화의 양에 그렇듯 목숨을 거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명성은 책임감과 일맥상통합니다.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 ‘노블레스 오빌리주’(noblesse oblige)가 지도층에게 먼저 요구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이런 지도층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너나 할 것 없이 쥐꼬리만한 힘만 가지고 있으면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입니다.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로 16명이 안타깝게 숨졌습니다. 사고 이튿날, 판교 축제 행사의 안전대책을 담당했던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의 한 직원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SNS에 “희생자들에게 죄송하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마지막 글을 남겼습니다. 그 짧은 문장은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이렇게라도 지지 않을 수 없다!’는 슬픈 웅변을 하고 있습니다. (정작 더 큰 사건, 더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건재한데, 그가 목숨을 끊은 것은 매우 안타깝고 가슴 아픈 선택입니다. 주여 그의 영혼을 긍휼히 여기소서.) 그의 죽음은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과시사회를 향해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며 책임과 배려 사회로 바뀌어져야 할 것을 절규합니다. 우리 사회는, 아니 우리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이광섭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Copyright(c) 2012 http://bible25.bible25.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