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자의 불행
한국심리학회에서 한국인의 행복지수를 조사했다. 여러 가지 결과들이 있었지만 눈에 띄는 부분은 40대 남자들의 불행이었다. 행복지수를 조사했는데 40대 남성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낮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경제적인 문제’와 ‘일 또는 업무’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서 삶의 행복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이들에 대한 조사였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이들은 40대 여성들이었다. 40대 여성들은 그간 육아와 아이들 교육에 매여 있다가 이 나이쯤에서 삶의 여유를 찾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남자들은 이 비슷한 나이에 ‘일 또는 업무’에 매여서 아직 삶의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서 한 가지 더 질문이 있었다. 하루 중 행복한 시간에 대한 조사였다. 직장인들은 낮시간, 즉 근무시간에는 행복할 수가 없고, 오히려 저녁시간, 즉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행복했다. 그런데 주부들의 경우는 낮시간이 행복하고 저녁시간에는 불행하다고 대답을 했다. 즉 주부들의 입장에서는 가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낮시간에 자신의 행복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문득 불행한 형편의 40대 남성들이 생각이 났다.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남성들이 집에만 가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부인들은 남편이 돌아오는 그 시간이 불행하다고 느끼는데, 남편을 만나서 그리 행복한 응대를 해 줄 것 같지도 않은 것이다.
40대 남성들은 자살에 있어서도 1등이다. 자살자 중에서 40대가 가장 많고, 남성이 이 나이 대에서는 여성에 비해서 약 3배 정도 자살을 많이 하고 있다. 이러한 연관으로 40대에 대한 세대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40대의 신앙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다. 이들의 특징을 보면 대개 30대 후반까지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종자돈으로 삼아 작은 사업을 하고 결국 망한 상태이다. 보통 직장인들이 이렇게 직장생활을 하다가는 아이들 교육비를 댈 자신도 없고, 노후에 대한 대책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더 늦기 전인 30대 후반에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는데 대부분은 실패의 길을 간다. 그리고 40대는 재기를 하는 소수와 다수의 실패자로 나뉘는 시기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중심으로 삶을 꾸려가는 우리의 모습이 40대에서 극대화된 것이다. ‘일과 업무’로, 그리고 대박신화를 찾아 시작한 사업의 스트레스로 대한민국 남자들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돈을 벌고 처음 가정을 꾸릴 때는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돈 버는 일에 치여서 가정의 행복을 잊고 사는 것이다. 아니 그 행복을 돌아보고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요즘 남편들을 비하하는 농담들이 많이 있다. 젖은 낙엽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부인보고 어디 가냐고 물어봤다고 맞은 남편이야기, 아이가 좋은 대학 가기 위해서는 아빠의 무관심이 필수라는 이야기 등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 한 켠이 휑하다. 같은 40대 남성으로서 그런 것이 결코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40대 남성들을 만나면 어깨라도 한 번 두드려 주며, 괜찮냐고 물어볼 일이다. 힘든 과정을 지나는데 그래도 한 번 솔바람 같은 격려가 있으면 살아볼만하기 때문이다. 어깨 처진 그 아저씨도 하나님의 사랑하는 자녀임에 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오늘 우리의 격려가 주님의 손길로 전해지길 기도한다.
조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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