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지 기도
니싸의 그레고리는 주기도문 설교에서 기도에 대해 이렇게 말하였다. “기도는 현재 것들의 기쁨이요, 미래의 것들의 실체이다. 우리가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그들에게 줄 아무 것도 없어도 우리는 우리 기도의 능력과 보호 속에 그들을 둘러쌓을 수 있다”.
사도 바울은 기도로 복음을 위한 수고를 시작하였다. 그는 로마교회 교인들에게 이렇게 애정표현을 한다. “항상 내 기도에 쉬지 않고 너희를 말하며”(롬 1:9). 그는 로마를 방문하기 전에, 이미 그곳의 교회를 위해 기도하였다. 잘 알지 못하는 로마 그리스도인들을 자신의 기도에 포함시켰다. 복음을 위한 모든 수고의 출발점은 바로 기도였다.
곰곰이 내 기도에 포함된 사람을 따져 보라. 내 기도의 범위, 기도의 주제, 기도의 대상은 내 신앙생활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거울이 된다. 중보기도를 하면서 빠짐없이 잘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손가락 기도법이 있다. 다섯 손가락을 차례로 꼽으며 기도드리는 것이다. 손가락마다 고유한 이름이 있다. 엄지, 검지, 장지, 약지, 색지이다. 손가락은 이름처럼 역할이 나뉘고, 모양처럼 성격이 드러난다.
엄지손가락은 주인과 어미를 뜻한다. 먼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감사드린다. 또한 내 부모님과 여기까지 나를 여기까지 인도해주신 일들을 떠올릴 수 있다. 다른 손가락들과 벌어져 있는 엄지는 군대, 학업, 여행, 선교활동 등 여러 사정으로 멀리 있는 사람을 위해 기도할 수 있다. 해외에 있는 디아스포라도 포함한다.
두 번째 검지손가락은 방향을 제시하거나, 음식 맛을 보거나, 남을 손가락질 할 때 사용한다. 손가락을 밖으로 향하면서 같은 목표와 의미를 갖고 사는 친구, 동료, 교우들을 위해 기도하고, 손가락을 안으로 향하면서 내게 상처를 주고, 불편하게 하며, 행여 미워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한다. 또 가운데 장지손가락을 꼽으면서 민족, 교회, 세상의 대소사 등 크고 넓은 주제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
네 번째 약지손가락은 홀로 펼치기 어렵다. 본래 이름이 없어 무명지(無名指)라고 불렸다. 그렇지만 심장과 연결된 손가락이라고 여겼다. 약하고, 소외된 사람을 연상케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질병이나, 가난, 사회적 차별과 소외로 고난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반지를 끼는 손가락이니, 특별히 배우자를 위해 기도한다.
새끼처럼 가는 색지손가락은 가장 작고, 맨 끝에 있다. 깨물면 안 아픈 손가락이 있던가? 내 자녀, 내게 속한 사람, 나만 믿고 사는 사람들을 위해 편견 없이 기도하는 손가락이다. 손가락 기도법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게 한다. 내 기도 속에 여러 사람을 포함시킬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관계의 네트워크를 넓히려고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내 기도 속에 그 사람을 포함시키는 일이다. 기도를 통해 영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내 기도 속에 포함된 사람들은 결코 미워할 수 없다. 기도 속에 포함된 사람과 좋은 인간관계가 맺어질 것은 자명하다.
무엇보다 이름 없는 무명지 손가락을 붙들며, 기도의 지평을 확대하는 일은 더 없이 중요하다. 비록 일일이 그 이름을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당장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 지금 우는 사람, 오늘 사회적 냉대와 억압 속에 탄식하는 사람들이다. 누구도 편들지 않는 그런 약자와 타자 그리고 소수자들은 우리 사회의 무명 손가락들이 아닌가?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롬 8:26).
송병구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