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민문화, 광화문
어제 광화문광장을 지나갔다. 광화문광장을 간 것이 아니라 지나갔다. 지나면서 보니 광장이 꽤 어수선 했다. 경찰들은 세종대왕 주변에서 시위대들이 오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었고, 이순신장군 주변에서는 단식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 양 측은 특별한 충돌이 있지 않았지만 팽팽한 긴장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둘 사이에서는 분수대를 주변으로 아이들이 물을 맞으며 즐거이 놀고 있었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아주 즐거이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 그리고 경복궁을 배경으로 하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며 지나는데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이게 현재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세월호 사건은 이제 130일이 지나면서 사람들에게 일상으로 파묻히고 말았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진상규명과 사건해명은 정치로 수렴되고, 그 진흙탕 싸움질에서 당사자들은 떨어져 나와 정치인들의 잔치가 되고 말았다. 한 1인 시위자의 글귀가 요즘 인터넷 상에서 화제인데, 그가 올린 글은 ‘새누리 너희의 사악함에 질린다. 새민련 너희의 멍청함에 놀란다’이다. 결국 믿을 수 있는 정치세력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내가 당신들의 대표라고 떠들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 사이에서 물놀이도 하고, 사진도 찍고 아주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새로운 광장문화의 탄생이다. 이전에 미국소고기수입 문제로 시청앞 광장이 시민들의 의견을 표출하는 곳이 되었다. 그곳은 대규모의 시위대가 자리했고, 앞선 자들에 의해서 대중이 끌려가는 형태였다. 그런데 현재 광화문 광장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아픈 마음으로 모여서 종일 토론하고 나누고 있다. 현재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다양한 퍼포먼스도 이루어지고 있다. 유명인들도 있고 정치인들도 있지만, 목사도 있고 신부나 스님도 있다. 또는 여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 더 다양한 사람이, 더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을 표현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나타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이제 한국사회의 새로운 시민문화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두 가지 정도가 있다. 먼저는 이 문제를 더 이상의 정치의 논쟁거리로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정치라는 것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것을 대의하는 것이 옳지만 현재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그런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특히 국정조사특위에서 행한 정치인들의 그러한 추태는 국민들을 모두 절망에 빠뜨렸다. 정치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서 이번 사건의 진상이 바르게 규명되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로 인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이 땅에서 또 일어나지 않도록 바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둘째는 정부는 국민들의 움직임에 응답하라는 것이다. 광장에 사람이 모이고, 유가족들이 죽음에 내몰리고 있는데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은 정도가 될 수 없다. 검문검색 받고, 예절 교육받고, 각 잡고 서야만 국민대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진짜 민주주의가 꿈틀거리는 광장에 나와 무릎을 맞대고 함께 울어야 한다. 정치적 리더는 그곳이 아니라 바로 이곳에 있어야 하고, 함께 울어줄 수 있어야 한다.
문득 정의가 무엇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 사이에서 분수 사이를 젖은 몸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이 아이들의 행복함이 존중되고 유지될 수 있는 사회, 그것을 세워가는 것이 참된 정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하나님이 주시는 참된 정의가 될 것이다.
조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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