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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1]
 
 
 
     
 
 
 
작성일 : 14-08-20 00:55
   
늙어가면서 느끼는 단상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50  


늙어가면서 느끼는 단상



1



푸른 잔디 위 바람결에 뒹구는 샛노란 단풍잎 하나,
매미소리 애처롭다.
한 생명이 죽어가는 것인가.


아닐 것이다. 새로운 성숙을 향한 비움의 시작일 것이다.


달은 만월에서부터 기울기 시작하고
여름은 성하에서부터 조락하기 시작한다.
늙음은 인생의 절정 , 청춘에서부터 시작된다.


늙음은 젊음의 죽음이 아니다. 성숙이다.
계절의 조락이 죽음이 아니라 성숙인 것처럼.


과일을 무르익게 하는 것은 위대한 여름 햇살이다.
그러나 그 과일에 단맛을 스미게 하는 것은 겸손한 가을 햇살이다.


늙음은 추한 노쇠가 아니다. 아름다운 숙성이다.


은퇴를 눈앞에 두고 별별 두려운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내가 늙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기억력과 집중력이 감퇴하고 행동은 느려지며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졌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은 원숭이에서부터 진화되었다고 한다.
그 원씨 성을 가진 동물들의 특징은 한결같이 자기들은 보통내기가 아니라 예외적이고 특별한 존재라고 믿고 있다고 한다.


'자신만은 나무에서 떨어질 수 없다' 는 믿음이 원숭이들의 신앙이다.

그래서 샤르트르 는 너는 지옥이고 나는 천국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도 지금
나만은 결코 늙어갈 수 없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2



무소식이 꼭 희소식만은 아닌 듯 했다.


어찌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메일로 글을 나누는
문우 P 선배로 부터 안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 왔다.


" 해암, 별일 없습니까? 버지니아 숲속 이야기도 오랫동안 잠잠하고 해서 궁금해 전화를 했습니다."


" 네,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달 동안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어디 아프기라도 하세요?" 깜짝 놀란 목소리였다.


"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정신이 좀 아픈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가슴 뛰는 삶을 더 이상 체험 할 수 없어 삶에 싱싱한 재미를 못 느끼고 있습니다.


자꾸, 내가 평생 무엇을 위해서 살았나 하는 자책감이 들기도 하고,
인생무상을 느끼기도 하고, 워낙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일이라서 나도 뭐가 뭔지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해암, 너무 복에 겨워 행복 병을 앓고 있구먼.
제발 정신 차리세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며칠 후에 나의 회복을 기원하는 이런 시 한 편이
P 선배로부터 전자 우편으로 날라 왔다.



삼가 아뢰옵니다.
神이여 !
평일을 더 슬프게 하여 주십시오.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슬프게 해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그가 얼마나 행복한 가를 알게 하여 주십시오.
터지고 일그러진 상처 속에서 행복이 싹트게 하여 주시옵소서.


神이여 !
평일을 더 아프게 하여 주십시오.
휘청거리고 넘어지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신성한 몸으로 거듭나게 하여 주십시오.
파란 하늘을 날개 하여 주시옵소서.


神이여 !
평일을 숲속의 잡신(雜神)들로 하여 귀가 멀게 하여 주십시오.
숲으로 하늘을 가려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오직 짝짓기에 불러 대는 산소리를 듣게 하여 주십시오.
오직 숲속의 신비를 가슴에 넘치게 담아 주시옵소서.
삼가 비옵나이다.



3


P 선배님,
저를 위해서 걱정, 기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정말 신변에 별일은 없습니다.
그냥 이것저것 기웃거리고, 쑤시고 다니며
가슴 뛰는 옛 감성을 회복하려고 침거하고 있을 뿐입니다.


P 선배님 말씀처럼 더 심하게 아프고, 다치고, 쓰러져야
제 정신이 돌아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이란 아무런 지도도, 나침판도 없이
정처 없이 흘러가는 물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지금 격류가 되어 험난한 계곡을 정신없이 흐르고
있는 듯합니다.


.......


나의 이메일 답신을 받은 몇 시간 후에
이런 짤막한 메모를 나에게 보내왔다.


"아주 작은 일에서 행복을 찾으십시오.
나는 골프를 치며 잔디 속에 묻혀있는
골프공 하나를 발견하면 천하를 얻은 듯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다.
작은 미소는 그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다. "



4



그리고 며칠 후 일요일 이른 아침 시간에 전화가 걸려왔다.
막 50고개를 넘은 등산 친구 미스터 김이었다.


" 일요일 아침부터 갑작스레 무슨 일이야?"


" 형님, 아침 단잠을 깨워서 미안합니다.
사실은 오늘 새벽 세시에 일어나 덱에 나가 커피를 한 잔 마시다가 생전 처음으로 황홀한 체험을 했습니다.


컴컴한 여름 밤 하늘에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별빛을 쳐다보며 갑자기 온 세상이 내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것이 꿈인지 환상인지는 나도 모르겠습니다만,
행복감에 젖어 잠시 나를 잃어버린 듯 했습니다.
무소유 비법을 터득한 듯합니다.


앞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고 빈 마음으로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해 보았습니다.
문득 형님 생각이 떠올라 전화를 한 것입니다."


"축하 해. 나도 여태껏 단 한 번도 체험해 보니 못한
큰 깨달음을 얻었구먼. 너무 부러워 질투가 날 지경이야. "


"뭐 그리 황송한 말씀을...."


" 아니야, 정말 내 진심에서 나온 말이야.
그리고 그 아름다운 순간에 나를 기억해 주어서 고마워.
우정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어.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그의 섬세한 우정에 두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바로 내가 찾고 있었던 노후 삶을 그가
오늘 아침에 깨우쳐 주고 있는 것이다.


다시 숲속에서 새소리가 들려오고 ,
바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말아야 하며,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함이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박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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