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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8-17 21:53
   
나가는 곳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64  


나가는 곳


맹렬했던 더위가 한풀 꺾인 것 같습니다. 찬바람이 불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몸에 부스럼(종기)이 생기는 겁니다. 통증도 통증이려니와 손에 잡히는 단단한 느낌이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 부스럼이 찾아오는 부위도 목덜미에서 넓적다리까지 다양합니다. 물론 종기 뿌리의 크기와 깊이 또한 종잡을 수 없지요.


1984년 가을이 시작 되던 어느 날, 가랑비에 스산한 바람이 몰아치더니 마당 가득, 때 아니게 나뭇잎새들이 낙엽처럼 뒹굴었습니다. 하늘에서 시작된 가을이 땅으로 내려와 뒹구는 모습에 마음이 뻥 뚫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계절이 바뀌는 통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는데 문득 팔뚝 안쪽 알통 밑이 뻐근한 겁니다. 팔을 걷어보니 시뻘건 종기가 이미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항생제를 먹을 겨를도 없었지요. 병원도 못가고 아프단 호소만 연신 친구들에게 퍼부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기숙사에 누워있는데 친구들이 찾아왔습니다. 한 친구가 종기를 보자고 하더군요. 무심코 팔뚝을 걷어 부쳤더니 어깨와 손을 와락 붙잡았습니다. 꼼짝달싹 못하고 잡혔습니다. 그러더니 나머지 한 친구가 탈지면을 들이대며 종기를 짜기 시작합니다. 그 아픈 중에도 그 친구의 오른쪽 엄지 손가락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손톱이 기형적으로 넓적했습니다. 게다가 한가운데가 약간 찌그러들어 삼등분된 손톱이라니....그 친구는 넓적하고 길다란 엄지 손가락으로 사정없이 종기를 짜냈습니다. 탈지면이 고름과 피로 범벅입니다. 다 되었나 싶었는데 한순간, 이 친구가 종기 상처에 입을 갖다 대더니 피고름을 빨아내는 겁니다!


김수영 시인이 쓴 산문 중에 <양계변명>이란 재미난 글이 있습니다. 양계장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시인을 보자 도둑은 “백 번 죽여 주십쇼. 잘못했습니다”하고 빕니다. 시인과 도둑이 대화를 합니다. “왜 이리로 왔소?” “모릅니다....여기서 좀 잘 수 없나요?” “여보, 술 취한 척 하지 말고 어서 가시오.” 도둑은 발길을 돌이켜 나가다 말고 뒤돌아서 물어봅니다. “나가는 곳이 어딥니까?” 도둑은 철조망을 넘어왔으므로 나가는 곳을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청년부 수련회 여름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데 왼쪽 허벅다리 뒤쪽으로 뻐근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올해도 벌써 불청객이 찾아오는가 긴장이 됩니다. 통증이 오는 곳을 살살 만져봅니다. 눈으로 살펴봅니다. 아직은 미미해보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팔뚝 안쪽의 종기 자국에 눈길이 갑니다. 30년 전의 흔적. 몸 안에 생긴 독소들이 ‘나가는 곳’을 찾지 못해 쌓이는 대로 열이 되고, 아픔이 되어 괴롭게 하던 곳. 그 자국은 무릇 살아있는 몸이라면 반드시 ‘나가는 곳’을 가져야 한다고 말을 하는 듯 합니다.


어디 몸뿐이겠습니까. 던져진 존재인 우리는 나가는 곳을 알지 못하기에 방황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내 몸에 쌓인 피고름을 입으로 빨아대던 친구가 모든 것을 마무리 하면서 나에게 던진 한마디가 생각납니다. “이젠 괜찮아!” 까마득히 잊고 있던 그 한마디가 사실은 이제껏 무거운 욕심과 근심으로 내 영혼이 녹슬 때마다 내게 ‘나가는 곳’을 뚫어주던 힘이었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가을이 시작되는지 친구가 그립습니다.


이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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