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성도

멀리 갈 것도 없이, 나만 해도 그의 열렬한 팬이다. 교황에 오른 직후부터 그가 추구하며, 온 몸으로 숨김없이 실천하는 영적 가치관은 말그대로 예수 사상의 핵심적인 가르침이며, 그리스도 신앙의 본질이다.

유난히(?) '작은 것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그는 방한 기간중에도 "한국에서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며 소박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가 말하는 '작은 차'는 중의적 의미를 지닌 상징으로서, 작은 것에 대한 그의 남다른 사랑을 가리키며 이는 ‘세상의 작은 자를 사랑하라’는 그리스도 계명의 오롯한 실천을 의미한다.

화려한 교황 관저를 버리고 낡디낡은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고, 즉위한 뒤 맞은 첫 생일상에 거리의 노숙인들을 정중히 초대하고, 즉위한 다음 주의 성목요일에는 세족식을 시행하면서 그때까지 교황청의 전통적인 관례를 깨고 놀랍게도 여자들의 발을 씻어주고... 작은 것과 더불어 낡은 것, 낮은 것을 지향하는 프란치스코는, 마치 살아있는 예수처럼 지구촌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울린다.

엄밀히 말해서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지하고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서 프란치스코 성도를 지지하고 사랑한다. 프란치스코는 가톨릭의 수장으로서 종교의 진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종교를 뛰어넘어 스승의 가르침을 온전히 깨달은 '참 제자'로서, 예수의 계명을 세상에 오롯이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서, 가톨릭의 교리가 개신교의 그것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프란치스코의 행동이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가톨릭의 전통적인 관습과 한계를 넘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섰기 때문에 찬란한 빛을 드러내는 것이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들 가운데 진정 높아지려는 자는 기꺼이 낮은 자가 되라"라고 말씀하신 의미가 새삼 가슴에 울린다. 프란치스코의 영적 권위는 교황의 탁월한 종교적 지위가 아니라 스스로 낮아지는 ‘종’의 모범을 통해서, 그리고 주저없이 스승의 가르침에 따랐던 온전한 제자의 순종을 통해서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예수의 참 제자로서 '가난한' 프란치스코의 방한은 '배 부른' 한국 개신교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빛은 어둠을 몰아내고, 진리는 거짓을 이기니까... ‘가난의 영성’이야말로 주께서 몸소 실천하셨을 뿐 아니라, 제자들에게 엄히 명령하신 진리인 반면, ‘부자 교회’에 ‘부자 목사’는 주의 뜻에 대한 엄연한 배역이니까...

다시 말하지만, 이는 개신교에 대한 가톨릭의 종교적 우위나 교리의 우월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가톨릭의 전통적인 부패와 타락에 맞서 개혁 종교로서 개신교가 새로이 태동하지 않았는가? 사실인즉, 가톨릭의 부패도 개신교에 못지 않고, 사제의 타락도 목사의 타락에 못지 않다.

이는 결코 종교의 문제가 아니다.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가릴 것 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신앙을 오롯이 지키는 자로서 주께서 명령하신 ‘정의와 진리’ 안에서 살고, 사유하고, 행동하는 것이 본질이며 핵심이다.

간단히 말해서,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는건 절대로 바람직한 접근이 아니다. 오히려, 중세 가톨릭의 부정과 불의에 맞섰던 프로테스탄트의 정신, 곧 저항정신의 불씨를 되살려 한국교회 타락한 목회자들의 불의에 거세게 분노하고, 치열하게 투쟁하며, 오롯이 승리해서 마침내 그리스도의 정의를 올곶게 실현하고 교회의 본성(원형)을 회복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위기는 기회다! 한국교회의 담벼락에 덕지덕지 '회칠한', 그야말로 볼썽 사나운 무덤의 겉모습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내적 원형이 온전히 되살아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강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