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탄 목사
오랜만에 권목사를 만났다. 잠시 안부를 묻고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그가 ‘요즘 제가 오토바이를 타요’하고 말을 꺼냈다. 오토바이? 담임목사로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오토바이 탈 나이는 아닌데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원래 타던 것인가 했는데 오토바이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러면 전에 타던 사람이 아니라 새롭게 배웠다는 것인데 궁금증이 일었다. 그가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재밌다.
자신이 ‘비전케어’라는 단체의 이사라는 것이다. 이 단체는 안과의사들을 중심으로 해서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안과수술을 주로 해 주는 국제실명구호단체이다. 이들은 아프리카와 같은 곳에 찾아가서 백내장과 같은 병으로 실명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수술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의사만 가서는 수술이 용의치 않았다. 병원시설이 열악하여 수술할 수 있는 여건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단체에서는 아프리카에 수술 가능한 의료용 버스를 갖추고자 했다. 물론 문제는 그 비용이었다. 의료장비를 갖춘 버스라는 것이 그리 쉬운 돈은 아니었다.
5년 전 이사회 때 이 안건이 의논되었다. 쉽지 않지만 모금을 시작하자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대표가 모금이 어려우면 자기가 오토바이라도 타고 아프리카 종단을 하며 알려서 모금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후 모금은 여전히 제자리라는 보고였다. 그런데 바로 몇 달 전 다른 의사를 통해 안과의사인 대표가 이 모금 운동을 시작한 이후 스쿠터를 사서 4년 넘게 병원을 출퇴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농담으로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대표는 아프리카 종단을 목표로 오토바이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감동을 받아 권목사가 나선 것이다. ‘저도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를 통과하는 것이었고, 그 이후에 교회를 통과하는 것이었다. 고민하던 그가 금요예배 시에 터뜨렸다. 지난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마음에 감동이 되어 이 일을 하려고 합니다. 선교에 대한 것이고, 소명에 대한 것입니다’고 선포를 한 것이다. 교인들은 환호를 했고, 장로들은 오토바이를 사 주었다. 중고이기는 하지만 아프리카를 종단할 수 있는 크고 훌륭한 오토바이였다.
오토바이 타는 이야기를 해 주는데, 벌써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도 입었다고 하고, 연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도 있다. 목사가 쉬는 월요일이면 새벽예배 끝나고 오토바이를 몰고 동해안을 다녀온 이야기며, 지방의 수련회에 혼자 오토바이를 몰고 간 이야기들이다. 아프리카에서 하루 10시간 씩 오토바이를 운전해야 하니 그에 맞추기 위해서 노력 중이라는 것이다. 자동차로 10시간 운전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온 몸으로 맞아야 하는 오토바이 운전이라니 쉽지 않을 것이다.
목회자들을 보면 가끔 기인들을 만난다. 그런데 정말 ‘그냥’ 기인인 사람들도 꽤 있다. 그런데 권목사는 순수하게 복음에 미쳤다. 나이 사십이 넘어 대형오토바이에, 아프리카 횡단이라니 말도 안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모금운동을 하고, 그것으로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광명을 주고, 그를 통해 영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쁜이 신앙, 펜시 신앙에 매몰된 한국교회에 새로운 도전이 되리라 생각된다. ‘권목사님 파이팅!’
조성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