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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14]
 
 
 
     
 
 
 
작성일 : 14-07-26 22:49
   
영적 허세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91  


영적 허세


필자가 한참 종교적 감수성이 예민하던 나이에 성인에 대한 동경을 하게 만든 결정적인 인물이 있었다. 명동 성당 마당의 한 쪽 구석 축대에 기대어 방 한 칸을 들여 살고 있던 배옹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던 배 옹은 교육도 받지 못하고 걸인으로서 살아오면서도 담배꽁초를 주워서 모아 판 돈으로 한 달에 쌀 두 말 씩을 고아원에 기증했다. 바보 같은(?) 웃음을 띤 얼굴로 달을 쳐다보면서 혀가 잘 돌아가지 않아 알아듣기도 어려운 발음으로 “사람에게 가장 좋은 친구와 원수가 누구냐?” 하고 묻고는 “자기 자신”이라고 하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제일 땅값이 비싼 명동 한 복판에 무허가 판잣집을 짓고 28년간 살다가 간 배 옹! 그는 성인이기도 했지만 성스러움을 나타내는 천주교의 장식품이기도 했었다. 즉 배 옹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앙의 본보기로서 보여주는 살아있는 시청각 교재였던 것이다. 몇 해 전에 보잘 것 없는 인생이었던 배 옹이 세상을 떠난 것이 뉴스거리가 되는 것을 보고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성당 뒤편 담에 기대어 남루한 집을 짓고 살던 배 옹이 성자 취급을 받고, 죽은 다음에도 성자 대우를 받는 것은 그가 가졌던 물질이나 행했던 업적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의미 때문이었다. 때로 인간에게 의미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고 더욱이 의미 때문에 살고 죽는 것이 종교 생활이다.


13 세기 중세 기독교의 영적 거인이었던 마이스터 에카르트는 ‘심지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불꽃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흐려진다. 반면에 심지로부터 높이 솟으면 솟을수록, 불꽃은 더욱 더 밝아진다.’ 고 설파했다.


나는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들기 위한 덕담들이 심지에 가까워지는 불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 하면 심지로부터 더 멀어져서 더 밝아지는 불꽃처럼 대화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내가 항상 매사에 너무 심각하기만 하다고 아내에게서 비록 핀잔을 듣지만 말이다.


가끔 기도를 많이 한다는 사람이나 무슨 수행 프로그램을 해 본 사람들이 영적으로 대단한 것처럼 영적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을 본다. 종교적으로 장엄하게 치장이 된 건물이나 물건을 보면 경건한 마음이 들기 보다는 장난감을 보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나는 종교적 분위기 보다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발버둥치는 인간의 모습들 속에서 Spirituality를 느끼기 때문이다.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전에서 수만 명이 모여서 경건, 엄숙, 장엄하게 드리는 미사는 고상한 장난같이 느껴지고 아프리카의 처참한 난민캠프의 현장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하는 난민들을 보면 저절로 경건해 질수 밖에 없다.


이런 나의 생각은 몇 해 전에 네바다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라스베가스에 가다가 사막에서 한 시간 정도 머물러 기도를 하면서 더 확실해졌다. 모래와 바람뿐인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에서 절대적 존재와 나만의 대화에 충실할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교회사에서도 사막의 교부들의 영성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사막의 바람 소리는 어떤 장엄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 보다 엄숙했고 앉아 있던 메마른 모래는 어떤 장엄한 성전 보다도 나를 겸허하게 만들었었다. 뽕짝이나 찬송가나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사막의 모래는 감정이 아니라 혼을 깨운다.


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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