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탑교회
제자 중에 ‘기념탑교회’ 담임목사가 있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하다가 뜻한바가 있어서 뒤늦게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는 인천에서 개척을 했는데 교회 이름을 ‘기념탑교회’라고 지었다. 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다들 그렇겠지만 아주 생소했다. 그의 뜻은 이렇다.
인천에 가면 한국교회 100주년을 기념하여,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한국에 처음 발을 내딛은 그 자리에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그것이 이미 거의 30년 전인 1986년의 일이다. 이곳에 탑을 세운 이유는 분명 이곳이 한국기독교의 역사적인 현장이고 뿌리라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선교 100년 만에 한국교회가 그렇게 부흥하고 성장했음에 감사함과 자부심이 묻어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탑만 세워놓고는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한국교회 교인으로서 이러한 유적지가, 그리고 그곳에 이러한 기념탑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목사는 신학을 공부하고 역사학을 전공하여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인천의 기독교역사를 공부한 것이다. 그 결과 이렇게 외면당하고 있는 한국교회사, 특히 자신이 속해 있는 인천의 교회사를 되찾으려 노력한 것이다. 교회를 개척하면서 그는 많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남들과 같은 교회가 아니라 상징적으로 자신이 잊혀져 가는 이 기념탑을 지키고, 이 역사성을 가진 교회를 세워가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그는 역사적 고증을 거쳐 선교사들이 첫발을 내딛은 바로 그 자리에 있는 허물어져가는 낡은 건물을 사재를 털어 샀다. 살고 있는 아파트도 팔고, 그간 모았던 재산도 모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인천 감리교회사 기념관을 만들었다. 아펜셀러로부터 이어지는 감리교회의 역사를 정리하여 전시한 것이다. 작년에 그 교회가 시작할 때 들렀는데, 그는 꿈을 말하길 옆 건물도 샀으면 한다는 것이다. 낡고 낡아서 사람들이 들어와 살지는 않는데 자신에게 허락된다면 장로교회사도 정리하여 기념관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인들이, 특히 주일학교 학생들이 이곳에 와서 한국교회의 뿌리인 기념탑을 보고, 역사공부를 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들으니 어느 한 교회의 도움으로 건물을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첫째는 한국교회는 역사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천주교는 역사적 현장에 꼭 기념물을 세우거나 교회를 세운다. 절두산도 그렇고, 명동성당 역시 그렇다. 각 곳에서 보면 기념장소들이 있고, 심지어 성지를 만들어 사람들이 찾아가도록 하고 있다. 우리가 외국의 성지순례를 가보면 그러한 역사적 장소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그렇게 기념하여 볼 곳이 없다. 둘째는 이런 공적인 일을 한국교회는 뜻 있는 누군가 해야한다는 것이다. 즉 공적인 일을 공적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뜻을 가진 사람이 사재를 털어야 하고, 인생을 걸아여 하고, 교회의 연합기관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한국교회 130주년으로 기념하고 있다. 130년 동안 한국교회는 부침을 경험했고, 짧지만 변화무쌍한 역사를 경험했다. 그런데 현재 한국교회는 모든 자부심을 잃어버렸다. 그 자랑스러웠던 한국교회의 역사는 뒤안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역사를 모르는 젊은이들은 과거는 모르고 오늘 우리의 모습에서 부족한 것만 찾고 있는 것 같다.
역사를 잃으면 현재를 잃는 것이다. 개인의 힘으로 한국기독교100주년 기념탑을 지키며 한국교회 역사를 붙잡으려 안간 힘을 쓰는 박목사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부탁드린다면 인천에 가서 기념탑도 보시고 바로 앞에 있는 기념탑교회도 들러 차 한 잔 마시며 묵상과 기도를 더해 주시길 바란다.
조성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