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야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월드컵 4강전에서 네덜란드가 아르헨티나에게 패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아르헨티나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대등하게 싸웠습니다. 90분간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여 연장전까지 가는 대 접전을 벌였습니다. 승부는 5명의 키커가 나서는 승부차기에서 갈렸습니다. 전 세계 축구팬들은 손에 땀을 쥐게 될 승부차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갔습니다. 네덜란드의 첫 키커가 찬 공이 아르헨티나 수문장에게 걸리고 말았습니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4명이 승부차기에 나서 2명만이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50%만 성공한 것입니다.
승부차기가 끝난 후 네덜란드 루이스 판할 감독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무도 승부차기의 첫 키커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두 선수에게 첫 키커로 나설 것을 요청했지만 연거푸 거절을 당했다.” 승부에 대한 부담감이 얼마나 극심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힘이 잔뜩 들어간 선수들은 결국 자신감을 잃고 실축을 하고 말았습니다. 만약에 이들이 승리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고 승부차기에 임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요. 아마 자신감이 살아나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감과 관련짓는다면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윗이 골리앗과 맞서 싸우려 할 때 그의 형들은 비웃었습니다. 다윗은 골리앗의 맞수가 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형들은 다윗이 갖고 있는 자신감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형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양을 잡아먹으려고 덮쳐오는 수많은 맹수를 물리친 일들 말입니다. 그때마다 다윗은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했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확신하면서 물맷돌을 던졌습니다. 다윗은 그때처럼 자신의 힘을 다 빼고 물맷돌을 골리앗에게 던졌습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입니다.
한국교회가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자신감의 상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역설적이게도 한국교회가 이제껏 자랑했던 외형적인 힘에서 오고 있습니다. 그 힘은 세속적인 힘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중심에는 대형교회를 일구었던 1세대 카리스마 목회자들의 부정적인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진 피터슨은 하나님이 아닌 다른 종류의 초월성을 찾는 길이 3가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마약과 알코올 같은 약물을 통해 얻는 황홀경, 오락적 섹스를 통해 얻는 황홀경, 그리고 군중을 통해 얻는 황홀경이 그것입니다. 그 중에서 제일 위험한 게 군중이 주는 황홀경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회중을 군중으로 보지 않고 공동체로 보는 훈련을 하는 것, 이것이 목사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영성이라는 것이지요. 목사는 힘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을 신뢰함으로 스스로의 힘을 빼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제자공동체를 불러 모아 예수님의 카리스마를 일상에서 이어받게 하셨습니다. 이 ‘카리스마의 일상화’가 곧 초대교회입니다. 카리스마의 일상화가 일어난 초대교회 공동체는 예수님처럼 모두 다 힘을 뺐습니다. 베드로도 힘을 뺐고, 바울도 힘을 뺐습니다. 성도들도 힘을 뺐습니다. 자기 것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나누었습니다. 그리하여 세상 안에 있으나 세상 것이 아닌 공동체, 진정한 교회를 이루었습니다. 그것이 초대교회가 가졌던 자신감의 정체입니다. 초대교회로 돌아가자고 하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한국교회가 자랑하던 그 힘을 빼야 한다는 말로 번역되는 것 아닐까요. 힘을 빼야만 진정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축구에만 통하는 게 아닙니다. 저부터 힘을 빼는 목사가 되어 보려고 합니다.
이광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