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밑
정명성
연거푸 눈이 쏟아져
비틀거리는 겨울의 발자국을 덮고
하얗게 매듭을 짓는 세월
태초의 설원(雪原)
새 길은 열린다
하얀 집들 마당에서 돋아
하얀 논밭 사이를 지나고
하얀 실개천 따라 산모롱이 돌고
구불구불 하얀 고개를 넘어
폭 파묻힌 산골까지 닿는다
연거푸 눈을 퍼부어
눈꽃을 피우는 계절에
더듬더듬 하얀 길을 짚으며
매듭을 풀어가는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