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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2-06 01:29
   
입춘이로다
 글쓴이 : dangdang
조회 : 8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786 [75]

 

입춘이로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다가왔다. 지난 주일 절기 입춘을 맞아 온통 잿빛으로 물든 하늘이 비를 내릴 것인지 눈을 내릴 것인지 고민하는 듯했다. 비가 오면 얼마나 올 것인지 눈이 오면 또 얼마나 내릴 것인지 언제부턴가 날씨에 민감해졌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 몇 년 사이 한번 내리면 예고도 없이 무작정 내리는 비는 농사짓는 것에 의욕을 잃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두 번이야 그렇다 하지만 내리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비 소식만 있어도 괜한 걱정에 맘이 뒤숭숭해지고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아나운서들의 멘트는 매우 낭만적이었다. 봄을 알린다든지, 봄을 재촉한다든지, 이제 곧 봄이라는 말로 봄의 향연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듯 들렸다. 하지만 나는 촉촉해진 땅을 밟으면서 땅이 너무 일찍 녹고 있음이 불편했다. 보통 전년에 박아 놓은 지지대는 2월 말이나 3월 초가 되어야 뽑히는 것인데 며칠 전 밭에 들어가 작년에 정리하지 못했던 마른 가지와 고추 지지대를 뽑으니 쑥쑥 잘도 뽑혔다. 그만큼 흙이 무른 것이다. 그 사이로 수탉은 땅을 헤치며 무언가 열심히 주워 먹고 있었다. 그 덕(?)에 올해는 방생한 닭들에게 삼시 세끼를 챙겨주지 않아도 자기들이 알아서 땅을 후비고, 헤치며 일용할 양식을 얻으며 지냈다. 더군다나 닭장이 훤히 뚫리고 눈비와 추위를 가려주지 않아도 지금까지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만큼 올겨울은 12월 하루 이틀, 1월 하루 이틀 추웠던 거 외에는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다. 

 

요즘 사과가 엄청 비싸다. 사과는 매년 여기저기서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과일이었는데 올해는 얻기에는 너무나 귀한 과일이 되었다. 마트에 가서도 들었다 놨다는 반복하다가 빈손으로 나오기 일쑤다. 이유는 봄바람이 살랑이는 때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냉해로 막 피어나는 꽃들이 죄다 얼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사과, 자두, 체리와 같은 과일들이 빛을 못봤다. 그 냉해에 꿀벌들도 수정하려고 나왔다가 동사하기 일쑤였다. 더군다나 비는 얼마나 내렸던가. 복숭아는 7월에 시작되는 수확기에 나무에서, 택배 과정에서 쉬이 상하여 농부의 마음을 졸였다. 아랫집에 사는 친환경 유기농 복숭아를 하시는 집사님은 몇 년의 변덕스런 기후에 친환경을 포기할까 하는 유혹이 굴뚝같이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눌렀다고 하였다. 또 이웃의 사과 농사를 짓는 농부는 추석 전에 나오는 홍로를 더 이상 지을 수 없다고 하여 모두 베어 버렸다고 한다. 자두를 하셨던 농부도 마찬가지였다. 과일 뿐이겠는가. 그 외 다른 농작물들도 맥을 못추긴 마찬가지였다.

 

이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밭에는 거름이 뿌려져 있고, 과수의 가지치기에 여념이 없는 농부들을 본다. 농부는 마음을 졸이고 속을 태웠던 날씨와 기온과 환경에 상관없이 올해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나씩 차근차근 행하고 있다. 얼마나 놀라운 평정심인가. 마음은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을 법도 한데 그들의 모습은 폭풍우 한 가운데를 뚫고 들어가 있는 듯 고요하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믿음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잘 감내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아닌가. 며칠 전 나도 거름을 받았다. 아무 소득이 없었던 콩 농사를 올해 다시 재도전하려고 유박을 주문했다. 콩은 거름이 없어도 저절로 큰다고 하지만 콩 전문 농부에 의하면 꼬투리가 열릴 때 콩도 힘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호주머니를 털어 거름을 받은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콩을 심을 평수에 맞게 주문했다. 이 또한 신기하다. 거름 하나 받았을 뿐인데 마음에 설렘이 일었다. 올해의 콩에는 덜 미안할 것 같은 마음과 올해는 힘을 보태 제대로 한번 지어보자는 다짐이 뭉근히 솟아났다. 

 

지금까지 제대로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나이지만 매해 입춘을 맞으면 봄에 피어오르는 새순처럼 내 마음도 농사에 대한 각오가 피어오른다. 기후가 어쩌니 날씨가 어떠니 농사가 망했느니 하며 투덜거려도 이상하게 봄이 가까이 오면 나도 모르게 농사에 대한 마음이 일어난다. 설을 보내고 꽃샘추위를 뚫고 이 밭 저 밭에서 밭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릴 때 나도 내가 짓는 밭으로 몸과 마음을 돌려 올해의 농사를 준비할 것이다. 아직은 겨울이나 봄의 포문이 열렸으니, 오호라! 입춘대길 건양다경일세.​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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