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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96]
 
 
 
     
 
 
 
작성일 : 24-01-23 04:54
   
오솔길에서 마주한 다른 생명체
 글쓴이 : dangdang
조회 : 92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730 [8]


오솔길에서 마주한 다른 생명체

 

산 아래 살이 석 달째, 그리고 그곳에서 두 달째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번 말했듯이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지만 꽃이 피고 잎이 우거지는 봄 여름 가을에는 잘 보이지 않는 곳이다. 마침 이 겨울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들과 공기를 가른 공간 사이로 까치발로 서서 두리번거리면 저만치에 황토색 집이 보인다. 지붕 너머 아침저녁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면 아, 사람이 사는구나를 알 수 있는 외딴 곳이다. 지난 이주 동안 기온이 따뜻해서 중간에 한번 펑펑 쏟아지는 눈을 제외하고는 오고 가는 길이 편했다. 읍내에 볼일이 없으면 웬만해선 두 발로 땅을 디디며 출퇴근(?)을 한다. 짧은 거리지만 사무실로 출근하고 집으로 퇴근하는 발걸음은 매우 경쾌하다. 

 

며칠 전에는 참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에 가던 길을 멈췄다. 오솔길 입구에 있는 덤불에 수십 마리의 참새가 서로 아침 인사를 하는지, 날씨가 푸근하여 기분이 좋아 합창을 하는지 유난히 소리가 크게 들렸다. 바로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찍었다. 참새 소리와 개천에 흐르는 물소리가 어우러져 보는 재미, 듣는 재미를 더했다. 가끔은 매가 날아든 것을 본다. 키가 큰 나무에 앉아 먹잇감을 찾는지 두리번거리며 어느 순간 날아오른다. 하늘로 솟구쳐 오르기도 하고 산 언저리를 한바퀴 돌아 산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 근처의 연못에 청둥오리 두 쌍이 한가롭게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포착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없어졌다. 아마도 매서운 매로부터 도망을 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하지만 자연의 자연스러운 먹이사슬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언젠가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얼마 전에는 잿빛 왜가리가 놀러 왔다. 평소에는 아래 논에서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먹곤 했는데 그때는 3천평 되는 복숭아 농장 위에서 원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허공에서 길게 뻗은 날개와 다리가 아름답게 빛났다. 나와 마주한 왜가리는 두어 번 길게 날개짓을 하고 한번 휘돌더니 그대로 아랫마을까지 쉬지 않고 내려갔다. 그 모습이 사라져 점이 될 때까지 내 발도 요지부동 그곳에 붙잡혀 있었다. 그런 뒤 또 겨울새-이름을 몰라 이렇게 부른다. 앞으로 새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를 만났다. 몸짓이 꽤 컸다. 매인가 싶었는데 매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 또한 처음 보는 새였다. 이번에도 낮게 날다가 나를 보고 놀라 하늘로 올랐다. 날개짓을 여러 번 하는 것을 보고 저렇게 큰 새가 저런 몸짓으로 계속 날면 얼마나 힘들까 하며 바라보았는데, 그 새는 내 생각을 알아차린 듯 곧 좀 더 높이 오르더니 날개를 일직선으로 길게 뻗더니 바람을 타고 주욱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왜가리의 훨훨 나는 모습과는 달랐다. 갈매기가 바닷바람에 의지하듯, 독수리가 산바람에 몸을 맡기듯 그렇게 새는 바람에 몸을 내어주고 그대로 아래 산으로 내려가 어느 나무 위에 살포시 앉았다. 

 

며칠 사이에 큰 새들을 연거푸 마주했다. 하늘을 나는 모습은 같으나 날기 위한 날개짓은 조금씩 달랐다. 작은 새들은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고, 큰 새들은 홀로 조용히 자신을 드러냈다. 그것도 사람인 나의 발소리를 듣고 어쩔 수 없이 하늘을 오른 것일지 모른다. 내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좀더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였을지 모른다. 나의 나타남이 그들에겐 경계의 대상이요, 내 발자국 소리가 그들에게 소란일 것이다. 나와 그들 사이가 좁혀지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까? 그러나 마을 한 가운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연의 또 다른 생명체를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부 덕분에 볼 수 있다는 것, 그런 곳에 내가 살고, 그 오솔길을 지날 때 가끔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요 큰 선물임은 틀림없다.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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