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게시판
바이블25
크리스천라이프
커뮤니티
갤러리
성경/찬송가
지역정보
로중
전도
뉴스
QT
전도모음
Cristian YouTube
     
커뮤니티
칼럼
명언묵상이미지
하늘양식
오늘의책
십자가
명상
영상
설교
말씀
독자편지
독자편지 [117]
 
 
 
     
 
 
 
작성일 : 24-01-01 21:31
   
《괴물》 (怪物, 2023)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2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635 [74]



《괴물》 (怪物, 2023)

 

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카이부츠 다~레다.”(かいぶつだ―れだ) 영화 속에서 두 아이가 자주 주고받는 이 놀이말은 “괴물은 누구게?”라는 뜻이다. 가족과 사회문제에 깊이 천착하여 자신의 영화 속에서 언제나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그의 새 영화 《괴물》을 선사했다. 싱글맘과 아들이 등장하는 처음 장면은 이 영화 역시 가족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짐작이 들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내 미스터리 스릴러의 성격을 띠고, 이후로는 다시 방향을 바꿔 관객에게 전혀 다른 사태를 선사한다. 그리고 영화 제목의 암시에 따라 관객들이 과연 괴물이 누구일까를 분주히 찾는 동안 영화는 영악하게 관객을 속이고 마침내 관객의 치부를 드러낸다.

 

때때로 사람들은 세상 속의 어떤 인간을 괴물로 규정하곤 한다. 바로 우리 주변에서도 어떤 사람들을 별종이나 괴물로 생각하고 대하는 일은 매우 흔하게 벌이지는 일이다. 누군가를 괴물로 규정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것은 더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를 포기했다는 뜻이며, 더 자세히 알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상을 괴물로 부르는 것은 가장 간단하고도 손쉬운 선택이다. 이때 이 대상이 괴-인(人)이 아니라 괴-물(物)인 것도 중요하다. 이 존재는 더 이상 인격이 아니라 물건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격에 대한 철저하고도 완전한 대상화의 결과물이 바로 괴물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영화의 시작은 마치 괴물 찾기 놀이처럼 보인다.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한 교사가 괴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 교사를 두둔하며 문제를 무마시키려는 학교의 책임자가 괴물처럼 보이기도 하며,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이나 현실을 부정하고 미화시키는 엄마가 괴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 속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통념에 기댄 얄팍한 판단으로 타인을 대한다. 이 속에서 도대체 괴물이 누구란 말인가?

 

놀이의 질문이 ‘누가 괴물인가?’가 아니라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사실은 다소 의미심장해 보인다. ‘누가 괴물인가?’라는 질문은 어쩌면 그 누구도 괴물이 아니라는 답도 가능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괴물은...’으로 시작하는 질문은 이미 괴물의 존재를 확신한다. 그 괴물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도 느껴진다. 그렇게 괴물 찾기 놀이에 돌입한 관객은 이내 동일한 사건을 처음 시점과는 다른 시점들에서 다시금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는 깨닫는다. 사실을 조금만 더 알게 된다면 판단은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사정을 조금만 더 알게 된다면 그 누구도 괴물로 부를 수 없다는 사실을.

 

이 깨달음을 매개하는 도구로 소리가 사용된다는 사실은 영화적 흥미로움을 더한다.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는 의식되지도 않는 소리가, 또 다른 어느 순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상하게 느껴지는 불협화음이, 누군가에게는 결정적인 해방과 깨달음의 소리가 된다. 어찌 보면 이 대목은 하나님의 말씀과도 닮아 있다. 어느 순간 다른 이에게는 아무 감흥도 없는 말씀이 나 자신에게는 결정적인 은총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일도 있으니 말이다.

 

영화의 초반, 엄마 사오리는 등교하는 아들 미나토와 차도와 인도를 가르는 흰 선을 벗어나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이것은 아마도 엄마가 아이의 안전을 위해 어릴 때부터 들려줬던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농담은 앞으로 벌어질 모든 사건을 위한 전제가 된다. 정해진 선에서 벗어나 있다고 여겨지는 모든 사람들을 지옥에나 떨어질 괴물로 보는 일, 그리고 그 일을 간단한 통념과 선입견으로 해치우는 일, 그렇게 쉽게 누군가를 괴물로 만드는 일, 이 난장판 속에서 순수한 아이들의 입을 통해 발설된 말이 바로 이것이다. “괴물은 누구게?”

 

좋은 영화의 덕목 중 하나가 다양하고 깊이 있는 성찰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 성찰로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괴물》은 단연코 좋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음악으로 인류에 봉사했던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작을 담은 영화답게 장면 장면에 깊이 배인 음악이 영화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은 영화가 얻은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Copyright(c) 2012 http://bible25.bible25.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