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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12-24 02:09
   
크리스마스 장터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2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595 [90]

 

크리스마스 장터

 

  오산을 향해 달렸다. 라디오에서는 성탄 연휴가 시작되었다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한해 중 가장 밤이 길다는 동지(冬至)녁이라지만, 그곳은 눈부신 별빛으로 가득하리라 기대하였다. 11월 24일부터 성탄 전야까지 한 달간 계속되는 크리스마스 마켓 이야기다. 오산시가 주관한다니 기대가 컸다. 지자체가 시내 한복판에서 크리스마스를 브랜드로 내걸고 축제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기대는 딱 절반이었다. 한국에서 처음 시작하는 크리스마스 마켓이니 만큼 반쯤 기대치를 접어 주었다. 아마 부픈 기대는 이내 터진 풍선같은 실망을 불러올 것이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를 정면으로 내 건만큼 공무원들이 유럽을 답사하면서 어지간히 흉내를 내려고 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전철 광고판에 도배를 하고, 라디오에서 들뜬 나발을 불 리는 없을 것이다.

   

  처음 크리스마스 마켓을 경험한 때가 30년 전이니 나름 눈높이가 있다고 본다. 사실 독일 전역 모든 도시와 동네에서 열리는 축제이니, 딱히 지역적 특색은 없다. 도시와 광장의 크기에 따라 어디든 어슷비슷하고, 그냥저냥 하였다. 그래도 어둠이 깊어 가는 때가 오면 누구나 크리스마스 마켓을 설레임으로 기다렸다. 축제문화가 하루아침에 시작될 리는 없지만, 전통 명절인 성탄을 앞두고 열리는 장터의 역사는 짧고도, 깊었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성탄 시장은 남부지역 뉘른베르크(Nürnberg)에서 열린다. 오죽하면 독일 전역에서 하루 코스로 관광버스가 다닐 정도다. 해마다 12월 1일에 문을 여는 뉘른베르크의 성탄 시장의 역사는 무려 400년 가까이 된다. 이쯤되면 크리스마스에 관한 한 세계적 명소로 불릴 만 하다. 뉘른베르크 사람들에게 대단한 자부심이다. 본래 이름은 ‘아기 그리스도의 시장’(Christkindlesmarkt)이다. 

 

  크리스마스로 유명한 뉘른베르크이지만, 장터가 열리지 못한 적도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39년부터 전쟁 기간 내내 성탄절이 사라졌다. 그리고 현재 모습의 장터가 다시 문을 연 것이 1948년이니,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아직도 폐허 한가운데 살며 여전히 미래가 암울했던 사람들에게 성탄 장터는 희망을 불러 왔다. 어둠보다 짙은 사람들의 그늘에 기쁨을 준 것이다. 이후 뉘른베르크의 대림절 시즌에는 가도 가도 끝없는 성탄 마당이 광장과 골목, 상가와 집집에서 이어진다. 

 

  뉘른베르크가 성탄 시장으로 유명한 이유는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 덕분이다. 뒤러는 ‘독일 미술의 아버지’ 혹은 ‘북유럽의 레오나르도’라고 불릴 만큼 국민화가로 대접받는다. 그의 작품 ‘기도하는 손’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모조품을 가장 많이 생산할 만큼, 턱없이 흔한 성물 대접을 받을 정도다. 자신의 작품에 최초로 서명을 남긴 예술가로도 유명하다. 뒤러는 뉘른베르크 출신이다. 

 

  최초로 성탄 장터를 경영한 수공업자들은 바로 뉘른베르크가 자랑하는 뒤러의 후예들이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뒤를 이은 장인들은 밀집으로 만든 별, 나무로 빗은 구유상, 성탄 나무용 유리구슬, 연기를 뿜어내는 목각(Raucher), 호두까기 인형을 성탄 장터에서 팔았다. 뉘른베르크가 장난감의 도시로 유명하게 된 배경이다. 게다가 뉘른베르크 산 흰 소시지(Bratwurst)와 검은 케익(Stollen)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다. 모두 성탄 장터에서 ‘글뤼봐인’(뱅쇼)과 함께 결코 빠질 수 없는 음식들이다.  

 

  평생 어울려 지내 온 선배 한 분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70여 회나 보았다고 했다. 그의 ‘8월의 크리스마스’ 사랑이 너무 궁금해 우리집에 초대해 함께 비디오를 보기도 하였다. 8월과 크리스마스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어떤 부조화 속에서 찰떡궁합을 느꼈을까? 나 역시 ‘대림절 기다림전시회’를 두어 차례 열어 본 입장에서, 크리스마스를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유독 호감을 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마치 오산에서 연 성탄 장터가 어린 아이들과 청춘남녀에게 호기심 천국과 같은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아쉽게도 오산의 성탄 장터는 적어도 30년쯤 내다보면서 ‘8월의 크리스마스’일망정 엉뚱한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아침에 깨어보니 유명해지는 법은 결코 없다. 뉘른베르크의 400년은 아기 예수의 동화같은 꿈과 시절시절을 거치며 여물은 장인의 꿈과 시대의 아픔과 함께 한 악몽들까지 버무려진 것이다. 바야흐로 성탄절, 아기가 깜박 잠에서 깨어나신다. 아하! 눈부신 꽃자리다.​ 

 

송병구/색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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