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문산기도원, 훗스테이크와 페로어페로
11월 28일(화) 올해 우리 지방 교육부에서 주최하는 “기도원순례의 길” 프로그램의 마지막 순례 장소는 경북 김천에 있는 용문산기도원이다. 다섯 분의 목사님들과 함께 2시간 넘게 이동하여 도착한 김천의 모습은 첫 번째 순례지였던 대한수도원이 있는 철원과 두 번째 순례지인 동광원수도회가 있는 남원과 그리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김천의 인구는 13만 8천명으로 철원과 남원의 인구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개인적으로는 2002년 양양에서의 첫 목회 때 교인의 시어머님 장례를 위해 김천에 간 이후로 거의 20년 만에 방문한 것이다.
어모면 능치리 용문산 기슭에 도착하니 돌로 지은 용문산기도원의 대문이 보인다.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니 좌측에 일하는 직원들이 사는 숙소가 있고 좀 더 올라가면 설립자인 나운몽목사의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 안에는 나운몽목사와 용문산기도원의 과거 사진들과 현황들이 잘 전시되어 있었다. 입구 우측 벽에는 1954년 8월, 7주년 기념 성회때 전국에서 모인 만 명의 성도들이 야외에 모여 있는 사진이 붙어있다. 70년 전 그들에게 얼마나 뜨거운 신앙의 열정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용문산기도원은 경상북도 김천시 어모면 능치리 용문산 기슭에 설립된 개신교 기도원이다. 대한수도원이 1940년 10월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기도원이라면 용문산기도원은 7년 후인 1947년에 평안북도 박천군 출신인 나운몽(羅雲夢, 1914∼2009) 목사가 설립하였다.
나운몽 목사는 젊은 시절 인생의 근본 문제에 대해 번민하여, 불교에 귀의해 승려 생활을 하다가, 다시 기독교로 개종하였다. 1940년 5월 7일 용문산에 입산하여 개인적 신앙생활을 시작했고, 해방된 해에 수표감리교회로 옮겨 1946년 장로 임직을 받았다. 나운몽은 1947년 다시 용문산에 들어가 4월 5일 ‘애향숙’이라는 이름을 짓고 5명의 숙생과 함께 모여 예배를 드렸다. 현재 나운몽목사 기념관 우측에는 1947년 가을에 지은 용문산 첫 집이 보존되어 있다.
위쪽에는 큰 규모의 대성전이 자리 잡고 있다. 들어가니 기도하는 분들이 계셔서 각자 기도의 시간을 갖고 나왔다. 이 대성전은 1959년 6월 25일 지어졌다. 기술도 돈도 없이 학생들이 정성들여 쌓아올린 성전으로, 쑥죽을 끓여먹으면서 감사 찬송하며 쌓은 제단이며, 왼편은 남학생들이, 오른편은 여학생들이 쌓았다고 안내판에 적혀있다. 요즘에는 볼 수 없는 마룻바닥을 밟는 느낌이 새로웠다. 규모가 커서 수천 명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나운몽은 한국전쟁 시기에 입신·방언·신유 등의 신비 체험을 한 후 용문산을 중심으로 전도 활동에 나섰고, 전국 각지에서 부흥회를 주도하였으며, 애향숙과 구국 기도를 접목시킨 용문산기도원 운동을 시작하였다. 이 운동은 더욱 발전해 나운몽의 3겹줄 전도운동인 부흥·문서·기도 전도의 열풍도 크게 일어났다. 1962년 용문산기도원에는 신도 4백여 명 외에 남녀 학생 3백 명을 합쳐 7백여 명이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기도원 운동의 열기가 고조되던 시기에 용문산기도원은 폭발적으로 발전하였던 것이다.
그에게 기도원이란 개념은 교파성이나 지역성을 가진 개념이 아니라 초교파적 영성 개발과 신앙혁신의 장소였다. 교회가 빠질 수 있는 매너리즘에 대해 쇄신의 장소로 활용될 수 있는 신앙의 장소가 기도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용문산기도원은 지나친 신비운동을 막았던 기존 교회들로부터 논란이 벌어져, 이단 논쟁 시비는 계속 일어났고. 신비주의적 성령론 등의 이유로 기독교 주류 진영에 의해 이단으로 규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기독교대한감리회에 편입되면서 ‘이단’ 시비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나운몽목사는 2009년 11월 26일 9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예배당에서 산으로 300미터 올라가면 61년째 계속되는 구국제단이 있다. 이 구국제단은 1940년부터 한민족 해방을 위해 기도드리던 터로 황금십자가가 나타나 전국을 바라볼 수 있던 자리다. 1963년 4월 30일 0시부터는 정을 안댄 돌단을 쌓고 매일 24시간 쉬지 않는 기도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가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이나 유투브영상으로 접했던 용문산기도원을 직접 가보고 경험하고 나니 차이가 많이 있음을 실감한다. 그리고 이현필의 동광원수도회와는 결이 완전히 다른 것도 느껴진다. 사무실에서 구입한 나운몽목사의 신앙역정기 4권을 합본한 책 “내가 체험한 성령과 그 운동 반세기”라는 두꺼운 책을 천천히 읽어보려고 한다. 그가 경험한 성령체험은 과연 어떤 것이었으며 그의 업적과 과오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1시가 훌쩍 넘어서 점심을 먹을 곳을 찾았다. 용문산기도원에서 11km 떨어진 곳에 ‘훗스테이크’라는 스테이크전문점이 있다. 산 아래 시골에 어떻게 이런 스테이크집이 있을까? 너무 안 어울린다고 생각되었지만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한 가성비 스테이크 맛집이다. 우린 모두 살치살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쉽게 접하기 힘든 생와사비가 준비되어 있어 스테이크에 올려 먹으면 더 맛이 있다. 식사 후 17분정도 이동하니 페로어페로(PELO A PELO)라는 브런치카페가 있다. ‘PELO A PELO’는 ‘있는 그대로’라는 뜻이다, 이 카페의 시그니처는 직접 말린 쑥을 가루 내어 뿌려주는 쑥쑥커피라는 아이스커피이다. 쌀로 만든 팬케이크도 아주 맛이 있다. 주변에 적당히 산책할 코스도 있다. 혹시 용문산기도원을 방문하신다면 코스로 들리면 좋을 듯 한 식당과 카페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임석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