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처럼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곧 대림절이다. 우리는 누구를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셔서 세상을 밝히신 주님을 기다림이 “숲속을 그리움에 가득한 눈길로 걷다가 새로운 생명체를 만나 환호를 지르는 일”이 되면 좋겠다. 우리의 기다림이 적막한 산속에서 생전 처음 만나는 버섯 한 송이에 탄성을 지르는 일이 되면 정말 좋겠다.
대림절은 2023년 한 해의 마무리와 2024년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 되는 시기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올해로 다섯 번째 대림절 생명살림 묵상집을 냈는데, 그 제목이 ’버섯처럼‘이다. 오랫동안 창조세계 안에서 새로이 만나온 버섯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버섯은 굳이 양분을 생산해 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이미 있는 버림받은 낡은 것들을 다시 활용하고, 자기 일을 마친 다음에는 다시 지구(땅)로 되돌리는 일을 한다. 세상에 커다란 짐이 되는 쓰레기들을 처리해 주는 것이다. 그 쓰레기를 분해하여 비옥한 흙으로 만들어준다 ... 비옥한 흙을 만들어 내면서 흙을 재생하는 일을 태초부터 지금까지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도 없는데 여태 소리 없이 수행하고 있다. 하나님의 명령, 곧 땅을 잘 돌보고 가꾸고 보존하라는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버섯 이야기를 묵상할 때는, 늘 그랬듯이 하루 하나씩 묵상하되, 적어도 한 주에 한 번은 하나님과 내가 함께 거닌다는 생각으로, 미리 시간을 내어 숲길 물길 마을 길을 걸으며 묵상할 것을 권한다. 곁에 있는 분들과 함께 거닐어도 좋다. 다만 일정한 거리를 두고 홀로이 침묵 가운데 걷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신음하는 창조세계로 다시 오고 계신 주님을 깊이 만나리라는 기대감으로 걷기를 청한다.
한 번쯤은 숲길을 걸으면서, 죽어가는 나무나 낙엽을 분해하면서 양분을 얻어 살아가는 버섯도 새로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버섯은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자연 속에서 묵묵히 본연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한 버섯을 만나게 되면, 잠시 멈추어 ’자세히 오래‘ 바라봐주며 반갑게 인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오시는 주님 곧 창조주 하나님의 경이로움과 그의 아름다운 창조세계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바라기는, 우리가 모두 이번 대림절 동안, 버섯을 관찰하고 묵상하는 가운데, 숲의 제일 밑바닥에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버섯처럼, 조용한 숲속 적막 가운데 오롯이 의연한 자세로 무리 지어 돋아 있는 버섯처럼, 하나님이 지어주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서게 되길 소망한다. 지금도 주님은 하나님 사랑받을 자격 없이 길 잃고 헤매는 우리만이 아니라 창조세계 곧 온 세상을 위해 오고 계신다. 아니 이미 이 땅 창조세계의 아픔을 넘어 새 일을 시작하시고 치유의 기쁨의 자리로 초대하고 계신다. 이 ’버섯처럼‘ 묵상집이 여러분과 함께 주님 주시는 그 기쁨을 누리게 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