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와 메추라기의 비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오랜 기간 동안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사막에서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만나 때문이었다. 하늘에서 쏟아진 하얀 서리 같은 것을 보고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서로 “이것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만나는 아랍말로 “이것이 무엇이냐?”를 뜻한다. 그것은 고수(미나리과의 1년생 초본)씨앗 같이 하얗고 맛은 벌꿀과자 같았다.
만나는 사막에서 자라는 관목 잎사귀에 연지벌레가 붙어서 만들어내는 이슬 모양의 형성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연지곤지 할 때 연지가 연지벌레 말린 것이다. 입술과 뺨에 바르는 빨간색 연지를 이마에 바르면 곤지가 된다. 딸기맛 우유나 빨간 립스틱에 들어가는 코치닐추출색소가 바로 연지벌레에서 채취한 것이다, 만나는 연지벌레의 침을 통해 나오는 분비물에서부터 생성되어 나뭇잎에 맺혔다가 땅바닥에 떨어지는데 밤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면 딱딱하게 굳는다. 그래서 아침에 나가면 그걸 수확해서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녹는 온도가 낮기 때문에 햇빛이 나면 다 녹아버려서 햇빛이 나기 전에 거둬들여야 했다.
만나는 맛이 달콤해서 지금도 먹을거리가 부족한 토착 유목민들은 그것을 인스턴트 먹을거리로 이용한다. 모세는 원래 미디안 광야에서 이미 40년 동안 양을 치면서 살았기 때문에 만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배고파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고 “이거 어떻게 해결하지?” 고민하다가 불현 듯 만나를 기억해냈을 것이다. 그걸 여호와께서 주신 양식이라고 백성들에게 말해주고 그들은 그렇게 믿고 먹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하나님이 만나 외에 다른 것을 주지 않고 40일이 지나자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나님은 메추라기를 보내주시기로 하였다. 실제로 메추라기는 이 지역을 지나 아프리카로의 긴 여정을 하였고, 긴 여정 끝에 지친 메추라기들이 땅에 떨어졌을 거라는 설이 있다. 실제로 팔레스타인은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철새의 통로이고, 겨울철에 팔레스타인을 통해서 이집트로 이동한다. 즉 일 년에 두 차례 보통 메추라기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때에 지났던 지역을 통과한다. 이런 철새의 이동은 고대인들에게는 분명히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19세기에는 철새의 대량포획이 일어났으며 20세기에 들어서도 수년 동안 메추라기는 이집트의 주요 수출품의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1920년경에 이르러서는 그 번식률이 극히 떨어져 메추라기의 이동이 중단되었다.
민수기11장 33절에 보면 “고기가 아직 이 사이에 있어 씹히기 전에 여호와께서 백성에게 대하여 진노하사 심히 큰 재앙으로 치셨으므로”라는 구절이 나온다. 불평하는 죄를 저지른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벌을 받는데, 이를 오염된 메추라기를 먹고 식중독을 일으킨 것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메추라기는 크리스마스로즈와 사리풀 등을 먹는데, 이 풀에는 독성이 있다. 결국 이 독성이 농축되어 있는 새를 먹을 경우 사람에게도 해가 될 수 있다. 바로 만나에 대해 불평을 했던 사람들은 이런 메추라기를 먹고 죽었을 것으로 본다.
메추라기는 꿩과의 철새로, 유럽 전 지역과 아시아 서쪽에서 주로 번식한다. 원래 야생조였으나 일본에서 최초로 식용 및 채란용으로 가금화되었다. 알과 고기는 모두 식용 혹은 약용으로 이용되는데, 동물성 식품이면서도 알칼리성 식품이고, 비타민 A와 단백질이 풍부하고 기름기가 적어 다른 동물성 식품에 비해 저칼로리 식품으로 특히 다이어트와 강장효과가 탁월하다.
우리는 고기보다는 알에 익숙하다. 메추리알은 일반 계란처럼 그냥 쪄서 먹거나 생으로 먹는데, 달걀보다 비타민B1, B12가 훨씬 많이 들어있으며, 인과 철 등이 더욱 풍부하다. 단백질도 계란에 비해 많이 들어있고, 아미노산 조성은 계란과 비슷하나 글루탐산이 메추리알에 더 많다. 메추리알은 산후에 먹으면 회복이 빠르며, 허약체질 혹은 소모성 질환을 앓고 난 뒤에 보양으로도 좋은 음식이다.
메추라기 고기는 맛도 좋고, 스태미나 식품으로 유명하다. 메추라기 고기가 비타민 B군이 많아 에너지 대사와 성호르몬 기능을 조절하여 성적욕구증대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메추라기는 체내 모든 장기의 기능을 보강하고 근골을 굳건히 하며 상식하면 겨울에는 추위를 이기게 하고 여름에는 더위를 이기게 한다. 동의보감을 보면 메추라기 고기는 ‘순육’이라고 하는데 “순육은 오장을 보강하고 힘줄과 뼈를 튼튼히 한다”라고 하였다.
9.11테러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오사마 빈라덴을 잡기 위해 미국은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런데 체포된 사람은 빈라덴이 아닌 그의 요리사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빈라덴이 좋아한 요리는 메추라기였다. 그래서알 카에다 군사들은 메추라기를 잡아 그의 식탁에 올려야 했다고 한다.
임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