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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17]
 
 
 
     
 
 
 
작성일 : 14-07-03 23:35
   
아버지의 아픔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75  


아버지의 아픔


  성남 주민교회 입구에 내 걸린 기도회 배너가 두고두고 인상적이다. 세월호 참사로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드리는 기도회 안내였는데, 배너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세세한 설명문이 아닌, 한 편의 그림이었다. 글씨투성이의 홍보물보다 한 점의 미술작품이 오히려 시선을 끌어 모았다. 어쩌면 열 마디 말보다, 어스름한 빛을 발하는 그림이 던져주는 힘이 훨씬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림은 침침한 어둠을 배경으로 한다. 한 가운데에는 촛불이 있고, 빛은 오른편 아이의 얼굴 윤곽을 강하게 반사하였다. 어둠을 더듬어 살펴보니 왼편에 늙은 남자가 허리를 구부려 일하는 모습이 비로소 드러난다. 바닥에 놓인 나무의 구멍을 뚫는 그 목수는 아버지 요셉이고, 아버지 곁에서 촛불을 들고 작업대를 비춰주는 아이는 아들 예수이다. 조르주 라뚜르가 그린 ‘목공장의 성 요셉과 어린 예수’(1644년)란 작품이다.


  세월호 참사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였다. 루브르 박물관에 걸린 17세기 명화와 오늘 우리 시대의 아픔을 잇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다시 묻게 되었다. 먼저 모든 아버지에게 자녀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일까 라는 마음이 들었다. 어린 예수 역시 한 가정의 아들이며, 게다가 늙은 아버지 요셉에게 더 없이 소중한 자식이었을 것이다.


  라뚜르는 성 가족의 가장인 아버지의 얼굴을 거룩하게 그리지 않았다. 어둡도록 일하던 아버지는 생각보다 더 늙고, 일상의 노동에 고달프며, 무척 피로하다. 어린 아들은 곁에서 촛불을 받쳐 들고 조용히 의자에 앉아있다. 일하는 아버지와 눈을 맞추려는 시선이 따듯하다. 화가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도우려는 어린 아들의 착한 마음을 그리려고 했을까? 누구에게나 떠올릴 만한 아주 평범한 추억이었다. 이렇듯 성화는 일상 속에서 포착한 은총의 순간을 그려냈다.


  라뚜르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렘브란트 역시 빛의 명암을 강하게 드러낸 작품을 많이 남겼다. 빛의 감성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컬러 그림이 아닌 흑백 에칭화집에서다. 그 중에 ‘에집트 피난’(1651년)을 비롯해 애굽으로 피난하는 성 가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여러 점 있다. 나귀를 타고 가는 성 가족의 모습은 온통 어둠으로 덮여 있다. 그 행색이 지극히 초라하고 가엽다. 빛이라곤 아버지 요셉이 든 등불에서 새어나올 뿐, 사방에는 팽팽한 긴장으로 가득한 어둠뿐이다.


  나귀에 탄 어머니와 그 품에 안긴 아기는 오직 가장인 요셉을 의지한다. 천사의 말을 듣고 황급히 피신한 나그네 길, 캄캄한 어둠 속에서 먼 길을 떠나는 가족의 유일한 길라잡이가 된 아버지 요셉은 마치 그림자처럼 존재한다. 작품의 주인공은 어린 예수지만, 어둠 속의 그림자 같은 존재 덕분에 렘브란트의 주제의식은 빛을 발하였다.


  작품은 아버지의 고달픔과 함께 그 피로 속에서 배어나온 안도감이 드러난다. 빛은 등불에만 있지 않고, 가족을 위해 봉사하는 아버지의 가슴에도 있고, 이를 지켜보는 독자의 따듯한 시선에도 머물고 있었다.


  렘브란트가 그린 아버지들은 대체로 비슷한 느낌을 준다. ‘탕자의 귀환’(1662-1669)의 넓은 등에 그려진 늙은 아버지의 두 손에서 아버지의 너그러움과 어머니의 연민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아브라함 제사’(1635년)에서는 아들 이삭에게 칼을 대는 아버지 아브라함과 그 순간 뜯어 말리는 ‘아버지 하나님’의 황급한 조바심을 엿 볼 수 있다. 그 시대 화가들의 눈에 아버지는 더 이상 무심하지도, 불편한 존재도 아니었다.


  요즘, 아버지의 눈물과 아픔을 종종 느낀다. 여전히 진행 중인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어머니든, 아버지든 그 슬픔의 무게가 다를 리 없지만, 가정이란 틀을 훨씬 넘어섰기 때문일까, 유난히 아버지의 분노와 탄식이 도드라져 보인다. 엊그제 온 국민을 답답하게 만든 고성 GOP에서 드러난 젊은 군인들의 아픔에서도, 가해자든 희생자든 모든 아버지들은 비극의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아무쪼록 하나님께서 아버지들이 겪는 그 슬픔의 자리마다 은총을 더하시길 빈다.


송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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