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수도원 철원제일교회 향토가든
지난 월요일(9월 4일) 지방교육부 주관 프로그램인 “기도원 순례의 길”의 첫 번째 행사로 철원을 방문했다. 대한수도원과 철원제일감리교회 역사유적지를 탐방하기 위해서였다. 2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한 철원에 들어서니 틈틈이 보이는 군용트럭과 대전차방호벽 때문인지 군사도시의 분위기가 역력했다. 넓은 도로에 비해 차는 많지 않았고 시원하게 펼쳐진 평야에 여물어가고 있는 벼들이 눈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오전 11시 40분에 먼저 철원제일감리교회를 방문했다. 교회마당입구에 들어서니 오른쪽에는 철원제일감리교회 복원기념예배당이 있고 정면에는 1937년 완공되었다가 전쟁때 파괴된 철원제일교회의 두 번째 예배당의 잔해가 보인다. 담임목사님이신 이상욱목사님께서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최초의 철원제일교회 예배당은 1905년 장로교 선교사인 웰번(Arker G. Welbon)에 의해 설립되었지만 1907년 선교구역분할협정으로 철원이 감리교 선교지역이 되면서 감리교회로 바뀌게 되었다. 1937년 지어진 두 번째 예배당은 세계적 건축가이자 이화여대와 태화사회복지관, 경북안동교회를 설계한 윌리엄 보리스(W.M.Voris)가 설계했다. 당시 철원제일교회는 아이들과 어른들 합해서 600명이 출석하던 큰 교회였다. 하지만 1950년 전쟁 속에서 현재 잔해만 남겨지게 되었다.
눈물어린 기도와 감리교단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2013년 철원제일감리교회 복원기념예배당이 세워졌다. 건물 1층에 위치한 역사박물관에서 시작된 이상욱목사님의 열정적인 강의에 모두 빠져들었다. 38년 동안 이곳을 지켜 목회하셨다는 목사님에게 철원제일교회역사를 통한 순교와 신앙의 정신을 전하시고자 하시는 특별한 사명감이 느껴졌다.
강의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인물은 이 교회의 담임목사로서 한국교회 최초의 신사참배 거부로 순교자가 된 강종근 목사이다. 그는 1939년 철원제일감리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여 교회를 크게 부흥시키고 1941년 신사참배를 거부하여 일제에 의해 구속되었다. 1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서대문 형무소에서 고문을 받다가 38살에 순교했다. 죽기직전 오열하는 아내에게 “나를 때리고 취조해서 죽게 만든 저 일본순사들을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세요, 일본을 위해서 기도하세요” 라고 말했고 “나는 마음이 기쁘다”라고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1942년 6월 3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38세의 젊은 목사가 고문으로 순교당하는 순간에 ”나는 마음이 기쁘다“라고 고백할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스데반과 같은 순교자, 강종근목사는 감리교회가 더 알고 기억되어져야 할 인물이다. 이후 우리는 두 번째 예배당의 잔해 터로 장소를 옮겼다. 폭격으로 무너졌지만 80여 년 전 이 터에서 예배하고 기도하던 이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남아있는 벽을 붙들고, 또한 손을 맞잡고 모두 나라와 민족, 통일을 위해 기도했다.
이후 한국 개신교 최초의 수도원이라 불리는 대한수도원으로 이동했다. 내겐 1999년에 이후 24년 만에 방문이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녹색 나무에 둘러싸여진 고풍스런 예배당과 조화를 이루고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가 풀냄새와 어우러져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대한수도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크고 시설이 잘 관리되어 있었다. 예배당에 들어서니 제단위쪽에 ‘제단에 붙은 불을 끄지 말라’는 표어가 보인다. 80여 년 동안 이곳에 찾아와 간절히 기도하고 예배하던 이들의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외침이 들려오는 듯하다.
예배당에서 한 시간 동안 기도회를 가진 뒤 순담계곡으로 이동했다. 조금 걸어가자 갑자기 큰 물살소리와 함께 계곡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회개바위라고 부르는 널찍한 바위들 아래는 청록빛 한탄강 강물이 빠르게 흘렀다. 예상하지 않았던 놀라운 자연의 장관에 압도당하며 하나님의 신비를 느낄 수 있었다. 잠시 드리는 기도의 시간에는 강물의 흐름을 막을 수 없듯이 하나님의 뜻과 역사를 결코 인간이 막을 수 없다는 깨달음이 주어졌다. 우리나라 모든 수도원과 기도원 통틀어서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갖고 있는 곳이 대한수도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수도원은 1940년 10월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기도원이자 구국기도터전이다. 1940년 무렵 장흥교회에서 목회하던 박경룡목사가 기도처를 찾아다니다 금강산 축소판 같은 순담계곡을 발견하고 기도원을 세울 계획을 세웠다. “보물을 발견했다”는 박경룡목사의 말을 들은 친구 이성해집사(숭의교회 고 이호문목사의 부친)가 고향 과수원을 팔아 순담계곡일대를 구입하여 기도원을 시작한 것이 대한수도원의 출발이다. 전쟁 이후 기도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기도원을 지킨 이가 전진 전도사이다. 전진원장은 1996년 별세하기까지 대한수도원을 성장시켰다.
이날 점심식사는 고석정 향토가든에서 먹었다. 현무암 용암대지와 화강암 바위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협곡을 이루고 있는 고석정 관광지 안에 위치한 향토가든에서는 철원평야의 오대쌀로 만든 정갈한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시중 판매되는 가장 비싼 쌀 중에 하나인 오대쌀로 밥을 지어서인지 참 맛이 있다.
선선한 가을에 개인적으로나 교회적으로 하루 또는 이틀 정도 시간을 내어 신앙에 유익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철원제일감리교회 역사박물관과 유적지, 그리고 대한수도원을 방문하면 좋을 듯하다. 이외에도 동부연회 최초의 순교자 서기훈목사가 목회했던 장흥교회도 있다. 고석정과 고석정 꽃밭, 한탄강 주상절리 길, 은하수교, 소이산 모노레일, DMZ생태평화공원 등 볼 거리와 오대쌀밥을 즐길 수 있는 먹거리도 충분하다.
임석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