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가 기쁨인 사람
인생의 한 부분을 갈아 엎었다고 할 만큼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습니다. 안소니 드 멜로의 ‘깨어나십시오’입니다.
이 책에서, 안소니 드 멜로는 ‘사람이 무언가를 깨달아 알고 있으면 그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깨달아 알고 있지 못하면 그것이 사람을 마음대로 한다’ 라는 문장으로, 마음을 확 사로잡아버립니다.
마치 성경 귀절처럼 영혼을 맑아지게 하고, 평화롭게 합니다.
깨달아 안다는 것은 삶의 정황을 인식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우리들이 그토록 바라는 행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깨달아 알기 시작하면, 행복과 만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존재 자체가 기쁨인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들의 삶의 정황은 우리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갈등하게 합니다.
어찌 보면, 지금 부모인 우리들은 존재(being) 자체로 사랑받아 보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공부 잘하고, 말 잘 듣고, 착하고, 예쁜 짓 했을 때(doing)만 칭찬 듣고,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자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그렇게 밖에 사랑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태까지 살아왔습니다. 자신으로 살기보다는 부모의 사랑과 인정, 칭찬을 받으려고 눈치 보며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온 것입니다.
이것이 깨달아졌다면, 이제 자신의 부모와는 다른 좀 더 성숙한 부모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신의 부모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그렇게 밖에 살아 낼 수 없었던 부모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변화의 첫 걸음이 인식이기에 그렇습니다.
우리의 부모가 제대로 된 사랑을 배우 지 못했기 때문에 조건부사랑의 메세지를 자녀인 우리에게 전달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이제 부모인 우리들은 조건 없는, 존재 자체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뭘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너의 존재 자체가 엄마에게 기쁨이야.’ 라고 말해 줄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은 결코 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 한 사람은 누군가의 자녀이며, 부모이며, 형제자매이고, 아내이고, 남편입니다. 그 한사람이 문제가 생겼거나 아프거나 불편하거나 불안하면, 그 주위의 최소 10여명이 그 여파로 나쁜 영향을 받기에 그렇습니다.
그 원리를 바꾸어 생각하면 한 사람이 온전히 치유되고 회복되어 행복해지면, 그 한 사람 주위의 10여명이 함께 행복해지는 공식이 성립됩니다.
이 공식이 참이 되려면, 가끔씩 힘들고 지친, 자신의 역할을 내려놓고, 그냥 나로 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칭찬에 우쭐댈 일도 없고, 다른 사람이 엉뚱하게 비난한다 하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칭찬이나 비난은 그저 상대의 감정 표현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 것입니다.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나냐는 우리가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걸림 없는 자유로운 삶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뭘 원하는지, 자신의 욕구를 찾아가고,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즐기고, 집중하는 일은 자기 결정권으로, 선택 가능합니다.
그냥 ‘내가 나’여서 좋은 시간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자신과의 관계를 따뜻하고 돈독하게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 시간들이 늘어나고, 풍성해지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품어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삶이 너무 바빠 시간을 낼 수가 없으신가요? 이 때는 미워하는 시간을 줄이면 가능합니다. 이 작업을 하다 보면, 의외로 남 때문에 속 끓이는 시간이 많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마음 뺏기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자신에게 몰입하여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그러다 보면 자신만이 귀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자신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마음 깊숙이에서 올라오게 됩니다. 이렇게 모아진 시간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 진정으로, 나누고 베풀 수 있는 거룩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깨어나십시오’에서 앤서니 드 멜로는 ‘지금 그대로도 괜찮습니다. 이미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자신 안에 있는 보석을 발견하세요.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세요.’ 라고 말합니다.
이미 자신 안에 불멸의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깨달아 알고 있으면 그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깨달아 알고 있지 못하면 그것이 마음대로 합니다!”
그렇습니다. 무언가 깨달아 알면, 미혹되지 않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 갈 수 있습니다. 더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범사에 감사하면서 나아가십시다.
우리는 존재 자체가 기쁨인 사람들입니다.
박효숙목사/ 청암크리스챤아카데미 분노치료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