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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15]
 
 
 
     
 
 
 
작성일 : 14-06-27 13:57
   
생명과 무덤 사이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87  


생명과 무덤 사이


아주 먼 옛날, 이런 농담이 있었다. 서울에서 택시를 잡으며 손님이 행선지를 밝힌다. “아저씨, 제주도요.” 다들 미친놈 취급하며 떠나버릴 때 한 기사아저씨가 친절하게도 이렇게 말했다는 이야기. “손님, 제주도는 건너편에서 타셔야 됩니다.” 더 이상 우습지도 않은 이 이야기가 신기하게도 그대로 영상화된 영화가 있었으니 그 제목은 <도쿄택시>였다.


밤에는 아마추어 록 밴드의 리드 보컬, 낮에는 라멘가게 사장으로 살아가고 있는 일본인 주인공 료. 라멘가게 단골손님인 한국인 스튜어디스를 짝사랑하고 있는 료에게 어느 날 한국 방문의 기회가 주어진다. 그가 속한 밴드가 한국에 열리는 락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쁨으로 들떴던 밴드 멤버들은 곧 경악스런 사실에 접하게 된다. 료는 비행기공포증이 있어 비행기를 탈 수 없었던 것이다. 홀로 남겨진 료는 도쿄에서 손을 들고 택시를 잡으며 말한다. “서울이요.”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 손님제일주의 철칙으로 무장한 20년 경력의 베테랑 택시기사 야마다가 등장한다. 서울로 가겠다는 료에게 그는 이렇게 반문한다. “비행기보다 비쌀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이때부터 영화는 두 일본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풍광과 문화를 유쾌하게 풀어놓기 시작한다. 재기 넘치는 여러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택시는 마침내 서울에 도착한다. 이미 한밤중이라 두 사람은 어느 산 어디쯤에 잠시 차를 멈추고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대화를 나눈다. “왜 이렇게 무덤이 많은 걸까?” - “왠지 빨갛고 예쁘네요.”


유쾌하게 영화를 보던 중 이 장면에서 그만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렇다. 이 이국사람들의 눈에 무덤으로 보였던 것은 다름 아니라 도시의 밤하늘 아래를 뒤덮은 교회의 빨간 네온사인 십자가였던 것이다. 기독교인이 1%도 안 되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게 교회의 표지인 십자가로 뒤덮인 야경은 분명 낯설고 이국적인 풍광임에 틀림없다. 그 빨간 십자가의 정체를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묘지에서나 볼 수 있는 십자가니 그렇게 보는 것도 당연할 밖에. 그러나 이 말을 듣는 순간, 무지로부터의 말이 저도 모르게 본질을 드러내고 만 것 같은 그런 충격을 받고 말았다.


지금 이 땅에서는 죽음을 이긴 부활과 생명을 상징하는 십자가, 그래서 기독교의 상징이자 교회의 상징이 된 십자가가 무덤을 가리키는 십자가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 표지 아래 모이는 사람들은 생명을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죽어버린 시체처럼 누워 썩어가는 사람들인 것은 아닐까?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생명을 상징하는 십자가가 죽음을 상징하는 무덤의 십자가가 되어 버렸다면, 그 건물 속에 있는 것이 생명과 활력으로 가득 찬 인간이 아니라 죽은 사람들뿐이라면


예수께 나를 따르라는 말을 들었지만 마침 아버지의 장례를 치러야 했던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먼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예수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죽은 사람들에게 죽은 자를 묻게 하고 당신은 가서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십시오.”(눅 9:60) 죽은 사람들에게 죽은 자를 묻게 하라, 이 말로 예수는 살았으나 죽은 사람들에 대해 말씀하신다. 살아도 살아있지 않은 삶이 있다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살아있으나 결국에는 죽어있는 삶이. 나는, 살아 있는가?


주위를 돌아볼 일이 아니다. 이 땅의 밤하늘을 수놓은 빨간 십자가가 부활과 생명의 십자가가 될지, 무덤의 십자가가 될지는 바로 나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 또한 예수께 따르라는 명령을 들었으나, 지금 이 순간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과 무덤 사이, 이것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바로 여기의 문제다.



“내가 너희에게 진리를 말한다. 죽은 사람이 하나님의 아들의 음성을 들을 때가 올 것인데 그 때가 바로 지금이다. 그 음성을 듣는 사람들은 살 것이다.” (요 5:25)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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