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리기도원의 맛있는 밥
요즘 기도를 이전보다 훨씬 많이 하고 있다. 감리교 기도의 성자였던 E. M. 바운즈의 “기도의 능력”이란 책을 읽고 큰 도전을 받았기 때문이다. 200년 전 썼던 기도에 관한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니 마치 그가 지금 내 앞에서 강력한 어조로 말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새벽 4시부터 3시간을 기도하였다고 한다. 그에게 도전을 받아서 나도 하루 3시간의 기도시간을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도를 하니 기도가 늘고, 기도의 응답을 경험하고, 기도의 중요성을 더 깊이 깨닫고, 더 많이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또 한 가지 이전과 다른 변화가 생겼다면 교회에서 기도하는 것 외에 기도원에 가서 기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
신학교시절 한얼산 기도원에 한두 번 갔던 기억도 있고, 간간이 가까운 광림수도원에 가서 기도의 시간을 보낸 적은 있었지만 그 외에 다른 기도원을 경험해 본 적은 없었다. 막상 기도원에 가려고 하니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서 최근 같은 지방의 선배목사님들에게 좋은 기도원을 알고 계시면 추천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알고 보니 나름 기도원에 가서 정기적으로 기도생활을 하는 분들이셨다. 각자 과거에 은혜 받았던 기도원을 소개해주셨는데 경북 양산에 있는 감림산기도원에서 은혜를 받았기에 정기적으로 가신다는 분도 계셨고, 서울 서초구에 있는 청계산 기도원을 자주 가서 기도하신다는 분도 계셨다. 그런데 한 목사님께서 추천하시기를 기도원을 처음 경험하려고 한다면 파주에 있는 오산리금식기도원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거리도 멀지않고 여러 가지가 적당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지난 월요일 아내와 함께 오산리기도원으로 떠났다.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큰 길 옆에 있어 찾기도 쉬웠고 11만 7천평의 넓은 규모에 시설도 잘 해 놓았다. 2만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예배당 크기에 놀랐다. 워낙 넓고 큰 예배당이라 많은 이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텅 빈 느낌이었다. 하루 4번 집회가 있었는데 예배전 찬양을 인도하시는 분들의 실력도 뛰어났다. 기도원에서 찬양사역자로 사역하는 분들인 것 같은데 그 분들이 부르는 은혜찬양도 호소력과 감동이 있었다.
혼자서 공부하는 것보다 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공부하는 분위기가 잡혀 있기 때문인 것처럼, 예배당에서 혼자 기도하다가 많은 이들이 모여서 기도하고 있는 기도원에 가니 기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기도원이 이런 곳이었구나! 왜 이제야 왔을까? 진작 와서 기도했으면 더 좋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유명한 기도원답게 다양한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었다. 공원묘지(크리스천메모리얼 파크)도 바로 앞에 있어 삶과 죽음을 묵상할 수 있었고, ‘승리로’라는 숲길은 산책하기 아주 좋게 예쁜 나무숲으로 꾸며져 있었다. 겟세마네 기도굴이라는 개인기도실도 수십 개가 있었지만 그날 날씨가 34도나 되는 무덥고 습한 날씨라서 밀폐된 좁은 기도실에 들어갈 엄두가 나진 않았다. 선선한 봄 가을에는 들어가 기도하기 좋을 것 같고 겨울에도 바닥에 전기판넬이 깔려 있어 춥진 않을 것 같다.
특별한 것은 기도원 입구 오른쪽에 ‘아리아 1968’이라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있었다. 실내와 실외가 분위기 있게 잘 꾸며져 있었고, 맛있는 커피와 음료, 그리고 유기농 밀로 만들어진 건강한 빵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일반베이커리 카페로서도 충분히 찾아갈 만한 경쟁력이 있는 카페라서 그런지 가격은 결코 착하지 않다. 하지만 기도하다가 쉬는 시간에 카페에서 커피와 맛있는 빵도 사먹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오산리금식기도원의 전체 이름은 오산리 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이다. 금식기도원이지만 금식하지 않고 기도하러 온 이들도 많아서, 식사를 하는 이들은 엠마오관이라는 건물 2층에 일반식당을 이용하면 된다. 식권은 입구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가격은 5000원으로 저렴하다. 식당 운영시간은 점심 12시부터 1시까지, 저녁은 4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이다. 나와 아내가 식당에 간 시간은 5시 40분이어서 식사시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식당담당자분께서 긍휼을 베풀어 주셔서 마지막으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반찬은 제육볶음과 김치, 샐러드, 마늘쫑, 감자볶음, 그리고 북어국이었다. 요즘 5000원짜리 밥을 어디서 먹을 수 있겠는가? 가격만 저렴한게 아니라 정말 맛있었다. 이윤을 남기기 위한 식당이라기 보다는 기도하러 오시는 분들을 섬기기 위한 식당이다. 밥을 천천히 먹으면 설거지 하시는 분이 늦게 퇴근하실 것 같아 서둘러 밥을 먹고 빈 접시를 갖다 주면서 “늦게 와서 죄송하고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하니 “서둘러 급히 드셔서 어떻게 해요?” 하고 웃으며 받아주셨다. 그분의 미소가 참 따뜻하고 은혜로웠다.
저녁 집회를 마치고 밤 8시 40분에 기도원에서 집으로 출발했다. 오랜만에 기도원 방문은 좋은 기억이었다. 이날은 맛있는 식사를 했지만 다음에는 금식기도를 준비해서 오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좋은 기도원들 10곳을 정리해서 방문하려고 한다. 혹시 추천할 만한 기도원을 알고 계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다.
임석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