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일본 기독교
얼마 전 일본탐방을 갔다왔다. 박사과정에 있는 학우들과 대표적 기독NGO 기윤실의 간사들과 함께였다. 일본은 시민사회가 발달되어 있다. 특히 지역을 근거로 하는 시민운동이 활발하다. 그 대표적 사례는 무엇보다도 생활협동조합이다. 일본 전역에는 공동으로 먹거리를 사거나, 함께 힘을 합하여 지역복지를 만들어 가는 생활협동조합이 각 지역마다 존재한다. 조합원의 숫자는 2천 2백만 명이 넘어가고 있다.
일본의 생활협동조합이 시작된 것은 1921년이다. 일본 협동조합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가가와 목사가 시작을 했다. 그는 일본 고베의 빈민촌에서 사역을 시작하고는 그들의 빈곤문제에 도움이 되고자 협동조합을 시작했다. 이번 탐방에서 우연찮게 가가와 목사 박물관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빈민촌에서 삶을 시작하며 협동조합을 처음 만들었다. 빈민들에게 좀 더 싼 가격에 식품과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그리고 그 해에 노동운동에 관여한다. 일본에서 처음 벌어졌던 미츠비시사의 파업을 도운 것이다. 결국 파업은 실패했지만 일본에 노동운동을 만들었다. 그러나 가가와 목사는 노동운동이 혁명운동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는 거리를 두게 된다. 그리고 농민운동을 시작한다. 힘없이 당하기만 하던 소작농들을 모아서 조합을 만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당한 소작을 지불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낸다. 이후 가가와 목사는 쉬지 않고 교육운동을 펼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평화운동을 전개해 나간다. 지금도 가가와 목사의 흔적은 일본에 남아있다. 고베코프라고 하는 일본 최대의 생활협동조합이 있고, 또 일본 최대의 농민단체 역시 그의 열매이다.
아마 이러한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 번의 일본지역공동체운동이나 시민사회 탐방에서 경험하는 것은 기독교인들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2월에 탐방했던 그린코프의 경우도 한 목사의 열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다. 일본 큐슈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협동조합으로 다양한 복지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곳도 결국 기독교정신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협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적지 않은 이들이 기독교인이었다. 탐방과정에서 우리가 한국교회에서 왔다고 밝히는 순간 실은 나도 교회 다닌다고 하는 이들을 몇 번이나 만났던 적이 있다.
일본에 기독교인의 비율은 0.4%이다. 그런데 시민사회 안에서 기독교의 영향력은 결코 그 수치에 매여 있지 않다. 그것은 아마 우치무라 간조나 가가와 토요히코와 같은 이들의 영향력이 그곳에 미치고 있는 결과일 것이다.
이번 탐방 가운데 두 가지를 가지고 고민을 해 보았다. 일본 기독교 0.4%가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한국 기독교가 가지는 모습은 부끄럽기 한이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가가와 목사와 같은 이들이 한국교회의 유산에서도 수없이 많은데 이들을 잊고 산다는 것이다. 현재는 부끄럽지만 한 때는 자랑스러웠던 우리 한국교회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조성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