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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23-06-29 00:32
   
장맛비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6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702 [101]

 

장맛비

 

장마철이다. 장마는 농부의 몸과 마음을 부지런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에 마늘과 양파와 감자를 캘 때라 비가 오기 전 부지런히 수확을 끝내 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비가 내리는 도중에 캐거나 비가 그친 뒤 캐거나 해야 한다. 운이 좋으면 잘 거둘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캐기도 전에 썩어 버릴 수 있어서, 6월이 오면 장마가 언제 시작되는지 연신 기상예보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농부의 오랜 습관이다. 

 

이웃에서 감자와 마늘과 양파를 주었다. 작년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보내고 수확한 마늘과 양파는 짱짱했다. 크기도 컸고 향도 좋았다. 맛이야 두말하면 잔소리다. 감자는 껍질이 투명하고 얇았다. 잘 삶은 감자는 분이 많고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을 만큼 팍팍했다. 어릴 적 엄마가 감자를 쪄 주시면 감자가 뜨거울 때 으깨어 설탕을 잔뜩 뿌려 감자의 단맛을 극대화시켜 먹었다. 여기에 시원한 물김치를 들이키면 한끼 요기로 충분했다. 제때 캔 마늘도 감자도 모두 농사를 잘 지었다. 그 덕에 난 올해도 이웃들로부터 한 해 양식을 얻었다. 시골살이에서 좋은 이웃을 만나면 마트 가는 일이 줄어든다. 

 

장마가 시작된다는 소식과 함께 나도 부리나케 들깨를 심었다. 콩 가장자리 두 이랑씩 남겨 놓았는데 교회 사모님에게 얻은 들깨 모종을 3일에 걸쳐 부지런히 심었다. 잘 키운 모종은 한 모종에서 두세 개를 갈라 심으면 되었다. 들깨와 콩은 좋은(?) 작물이다. 모양이 어떻든 간에 뿌리만 땅에 닿게 해 놓으면 잘 자란다. 콩은 새와 고라니의 먹잇감으로 머릿대가 싹둑 잘려졌지만 그래도 옆으로 순이 나오면서 버티었다. 들깨도 웬만해선 죽지 않고 스스로 생명을 이어간다. 큰 노력없이도 잘 자라주니 얼마나 고마운 작물인지 모른다. 그래서 다른 작물로 물갈이를 하려다가도 뒷산 뻐꾸기가 시도 때도 없이 ‘뻐꾹뻐꾹’ 하고 소리를 내면 심고 거두는데 큰 힘이 들지 않은 콩과 들깨로 전향하곤 한다. 

 

이번주 월요일 오전 비가 내리기 전에 밭으로 향했다. 들깨를 심는 중에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굵은 빗방울이 비닐과 밭과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 빗소리가 컸다. 빗방울도 굵었다. 그래도 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오늘까지 꼭 심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장마가 계속되면 중간에 밭을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들깨 모종을 심고 곤죽이 된 흙을 모아 복토를 했다. 여린 모종은 부러질 듯 작고 약했으나 땅에 심어 놓으니 제법 의젓한 자세로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얼마 있으니 비는 폭포수처럼 내렸다. 그 비를 맞으며 심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로 샤워를 한 듯 했다. 그러나 심을 때는 몰랐다. 불굴의 의지로 들깨 심기를 마치자 긴장이 풀려서인지 갑자기 추위가 찾아 왔다.  

 

비는 하루 종일 장대비로 내렸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일까. 나중에는 너무 내려서 무섭기까지 했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 밤에는 15분 간격으로 비가 내렸다. 완전히 들이붓는 비였다. 강판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따발총 쏘는 것처럼 들렸다. 따다닥 따닥! 오전에 심은 들깨가 잘 버티고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이제 숨을 트이고 자라는 참깨는 괜찮은지, 키가 자란 고추는 쓰러지지 않았을는지, 토마토는 지지대에 잘 기대어 있을지 등등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걱정하듯 밤새 생각이 났다. 날이 밝은 아침에 밭으로 달려갔다. 콩과 들깨를 심은 밭은 밤새 퍼부은 장대비에 몸살을 앓았다. 여기저기 고랑이 깊게 패였다. 위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는 들깨를 심은 평지에 쓸려와 멈추곤 들깨 이랑에 생채기를 냈다. 그래도 밤사이 요란스럽게 내린 비를 용케 견디어 낸 작물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장맛비가 일주일 내내 내린다고 하여 부지런을 떨었는데 다행스럽게 조금씩 비껴갔다. 엊그제와 어제는 해가 뜨겁고 습했다. 여전히 장마철이긴 하지만 중간중간 쉬어가는 비가 고마웠다. 월요일에 내린 비로 한달 전 모내기를 한 논의 한 귀퉁이가 쓸려서 논으로 쏟아져 내렸다. 복구 작업하기는 어려운 때니 비가 그치거나 수확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비가 내리긴 해도 폭포수처럼만 내리지 않기를 진정 바란다. 물론 조용히 지나가 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말이다.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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