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빈해원과 완주옥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지방 선교부에서 주최하는 목회자부부수양회가 군산에서 있었다. 개인적으로 군산은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어서 설레는 맘으로 버스에 올랐다. 같은 지방에서 목회하는 동역자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일은 참 감사한 일이다. 목회라는 같은 소명을 받은 이들이 이렇게 같은 지방에서 함께 사명을 감당하다가 동일한 장소를 여행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교제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중에 아펜젤러순교기념교회당을 방문했다. 한국에 온 감리교 최초의 선교사인 아펜젤러 선교사가 목포에 성경번역회의에 참석하러 가다가 군산 어청도 앞바다에서 선박충돌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의 죽음을 기념하기 위해 2002년 내초교회는 새 예배당을 건축할 때에 아펜젤러순교기념교회당을 건축하고 전시관도 세웠다. 감리교인이라면 꼭 한번 가볼 만한 의미 있는 곳이다.
전라북도 군산은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10년 전 군산 격포항 근처의 한 식당에서 6000원짜리 백반을 시켰는데 각종 해산물반찬이 한정식 집처럼 한 상 가득 나온 것을 경험한 이후로 군산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늘 있었다. 이번 수양회 때는 두 번의 호텔조식외에 4번의 식사를 함께 했는데 식당예약은 선교부에서 주관한 것이라서 식사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지만 그 중 두 곳의 식당이 내게 인상적이었다.
둘째 날 점심을 먹은 곳은 빈해원이라는 중국음식점이다. 1950년대 초 한국전쟁 이후 군산에 정착한 화교가 운영해온 빈해원은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음식점으로 2018년 시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용 그림 콘크리트 기둥 몇 개가 2층을 관통하며 떠받치고 1층은 개방된 중정처럼 되어있다. 2층은 건물의 가운데 공간을 비워두고 사방으로 돌아가면서 방이 있는 구조다. 중국무협영화에서 2층에서 검객이 뛰어내려 싸울 것 같은 그런 식당이다. 자장면과 탕수육, 짬뽕 등 다른 음식들도 먹어보았는데 그 중에서 짬뽕이 제일 맛이 있었다. 빈혜원은 맛집이라기 보다는 식당건물의 독특성과 분위기의 멋이 더한 집이다. 그래서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장소가 되었다. 영화 ‘타짜’에서 고광렬(유해진분)이 고니의 가족을 만나 도박으로 번 돈을 건네주는 대목이 등장하는데 고니의 삼촌이 돈 가방을 보고 반가워 고광렬의 바지에 물짜장을 엎지르는 장면이 나온다. 또 황정민 주연의 영화 ‘남자가 사랑할때’에서 도박장으로 사용된 장소도 이곳이어서 영화포스터에 황정민씨 친필사인도 붙여져 있다. ‘싸움의 기술’, ‘장군의 아들’ 등의 영화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둘째 날 저녁을 먹은 곳은 중앙동 주민 센터 앞에 있는 완주옥이다.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갈비집이자 군산갈비의 원조 집으로 군산 맛집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들어가자 마자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노포의 예스러움이 진하게 느껴진다. 완주옥의 메뉴는 한우떡갈비와 곰탕밖에 없다. 보통 떡갈비라고 하면 간 고기를 동그란 떡모양으로 치대고 뭉쳐서 구운 고기라고 알고 있지만 완주옥의 떡갈비는 모양이 전혀 다르다. 고기살을 이은 갈비를 연탄불에 구워 내놓은 파전모양의 갈비구이라고 할 수 있다. 한우를 양념에 재워두었다가 주방에서 석쇠로 구워내는 방식이다. 고기의 두께감이 있어 부드러운 식감이 아닌 약간 질긴 느낌의 씹는 맛이 느껴진다. 구운 고기 위에 마늘도 구워져 올려져있다. 불향도 입혀져 있고, 묵직한 단맛과 간장 양념의 맛이 잘 어울려져서 밥과 같이 먹으면 딱 알맞다. 떡갈비라는 이름의 선입견 때문에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냥 군산갈비라고 이름붙이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찬은 무생채, 부추무침, 멸치조림 양배추샐러드, 깍두기, 물김치, 오이김치가 나오는데 깔끔하다. 달달한 멸치조림과 시큼달큰한 물김치가 아주 맛있었다. 한우고기라서 그런지 가격도 저렴하지 않다. 1인분에 3만원이다.
고 최영 시인은 자신의 ‘군산풍물기’에서 완주옥의 시작을 구시장에서 장국집을 하던 한 할머니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적고 있다. 이 음식점을 창업한 사장은 초기 군산요식업조합 간부였고 그곳의 진 할머니가 만든 떡갈비가 오늘날 ‘군산 갈비의 원조’라고 적고 있다. 진 할머니의 고향이 완주(完州)여서 완주옥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원조 진모 할머니(1세대)가 돌아가시고 그녀의 딸 홍모 할머니(2세대: 작고)가 갈빗집을 이어 받았는데 이 시기에 초가집이었던 완주옥을 지금의 모습으로 바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 할머니의 아들인 김우태 사장이 1990년대 중반까지 영업을 하다 호주로 이민한 후 지금의 사장인 최영수(70)씨와 그 가족들이 1996년께부터 완주옥을 운영하고 있다. 완주옥 원래 주인이었던 김 사장은 호주로 이민 갔다가 몇 년 후에 다시 국내로 돌아와서 경기도 이천에서 한정식을 운영하는 것으로 지인들은 전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완주옥에서 일했던 주방장이나 찬모들이 1990년대 들어 하나둘씩 독립하여 군산만의 갈비가 새롭게 입지를 굳히면서 오늘의 갈비맛에 이르게 되었다. 이 완주옥의 후예들은 나운동 ‘내갈비’, 문화동 ‘우리떡갈비’ 영화동 ‘진갈비’등이 있다. 혹시 군산에 여행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가볼 만한 노포로 추천 드린다.
임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