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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2]
 
 
 
     
 
 
 
작성일 : 23-06-17 02:35
   
숨기려 하지 않아도 돼
 글쓴이 : dangdang
조회 : 76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637 [111]


숨기려 하지 않아도 돼

 

 

이승희 작가(탈북자.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다’ 저자)

 

  

탈북자, 말을 더듬다 

   

아픔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고, 누구인들 삶을 아름답게 살고 싶지 않겠습니까?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그러하듯 저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가 있습니다. 한국 정착 초기 제가 가지고 있는 치부를 숨기기 급급하고 무슨 일이 터지면 자기합리화로 그 상황을 모면하기 일쑤였습니다.

 

대구에 정작해서 어느 순간부터 말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말투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말만 하면 사람들이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 말이 너무 싫어서 탈북자라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모진 애를 썼습니다. 탈북자라는 것을 숨기려고 하니 점점 더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대화하기도 싫어졌습니다. 북한 이탈 주민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저도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싫었습니다. 당시 탈북자들을 색다르게 보는 눈길이 피부를 통해 뼛속까지 스며들어왔습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아무 일 없는데 저를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면 말을 먹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상대가 질문을 해오면 그때부터 머릿속은 아주 복잡해집니다. 북한 단어를 지우고 한국말만 하려고 신경 쓰다 보니 말을 더듬기 시작한 것입니다.

 

  

미용실에서의 일화

 

미용실에서 일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날 여자 손님 머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손님이 저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강원도요.” (이승희) 

“강원도 어디?” (손님) 

“강원도 철원이요.” (이승희) 

“나도 강원도 철원이 고향인데 그곳 말투가 아닌데.” (손님)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뿔싸. 어쩌다 이곳에서 강원도 철원 사람을 만난단 말인가.’

 

순간 저는 너무 부끄러워 머리를 들 수 없었습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더 이상 거짓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솔직하게 북한에서 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카롤라 수녀님의 말씀

 

그렇게 한국 생활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카롤라 수녀님이 저의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수녀님은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승희씨 지금 살아가면서 제일 어려운 것이 무엇이에요?” (수녀님)

 

“수녀님, 저는 다른 것은 하나도 불편하거나 힘든 것이 없습니다. 단지 밖에 나가면 말투 때문에 저를 색다른 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제일 싫어요.” (이승희)

 

제 얘기를 듣고 계시던 수녀님은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승희씨는 항상 탈북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해요. 승희씨가 탈북자라는 신분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면 그때는 남한 사회에서 낙오자로 살아갈 거예요. 그러니 탈북자라는 신분을 극복하고 그것을 이겨내야 남한 사회에서 성공하는 삶을 살아갈 겁니다.”

 

  

깨달음

 

그러면서 그 예로 이스라엘 역사를 저에게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몇백 년을 다른 나라의 노예로 살아가면서 지금의 이스라엘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이스라엘 선조들이 역사를 후대들에게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선조들이 겪었던 고통을 후대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교육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녀님이 돌아가시고 저는 동네 작은 도서관을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이스라엘에 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작지만 아주 강한 나라였습니다. 지금은 세계에서 제일 많은 노벨상을 받는 나라였습니다. 노벨 수상자의 약 4분의 1이 유대인들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습관처럼 이스라엘 역사를 배웁니다.

 

  

시련에 굴복하지 않다

 

흔들리는 정체성 때문에 이웃으로부터 고립되어 살게 된 것입니다. 한국 사람도 아니고 북한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하니 어느 사회에도 소속되어 있지 못하다고 한탄했던 것입니다. 자유롭고 안정된 생활을 꿈꾸며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해 갖은 고생을 무릅쓰고 한국에 왔습니다. 막상 와서 보니 주위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거나 무시를 당하면서 한국 사회에 적응해 나가기 어려워 한국을 떠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운명의 잔인한 소용돌이 속에서 부모 형제를 잃은 상실감은 상처와 고통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결정적인 순간 저를 지지해주신 수녀님의 말씀 한마디가 시련에 굴복하지 않도록 저를 붙잡아주었습니다.

 

  

내 치부를 과감히 드러내다

 

이제 모든 제약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움을 누리고 싶었습니다. 인생의 상처로부터 해방되는 길은 저의 치부를 과감히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그 치부를 감추려고 평생 마음을 졸이며 사는 것보다 치부를 밝히는 게 덜 고통스러웠습니다.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제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이 아니고 저를 더 사랑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두려운 생각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그러니 차츰 말을 더듬는 증상도 나아져 갔습니다.

 

  

나를 지지하는 한 사람이면 충분

 

사람마다 서로 다른 방법으로 자신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누구는 음악으로 또 다른 이는 명상, 기도, 노래, 여행, 상담 등으로. 저는 제가 힘들 때마다 저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준 고마운 분들이 있었습니다. 절망감으로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제 말에 귀를 기울이고 힘을 주는 이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용기를 얻곤 했습니다.

 

“당신이 어렵고 힘들 때 당신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줄 한 명이 있습니까?” 

“삶이 여러분을 짓누르고 있습니까?” 

 

절망감으로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당신을 지지하는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험난한 인생길을 가면서 잡아줄 도움의 손길을 만나지 못하면 어둠 속에서 헤매게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치부는 드러내는 순간, 더 이상 치부가 아닙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속살을 내보이세요. 그 속살이 사람들을 매혹시킬 것입니다. 인생의 상처를 극복하고 내일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모든 이해를 넘어서 평화가 여러분에게 깃들기를 바랍니다.”

 

 

 

<이 기사는 계간 ‘치유’에 실렸습니다>

 

https://blog.naver.com/yunhichoi1/22308213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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