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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4]
 
 
 
     
 
 
 
작성일 : 23-06-14 23:01
   
몸이 따라주지 않으나…
 글쓴이 : dangdang
조회 : 32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633 [94]

 

몸이 따라주지 않으나…

 

요즘은 비가 종종 무겁게 내린다. 강한 바람과 세찬 소낙비는 가끔 우박까지 동반한다. 지난주에도 비가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정말 부리나케 콩을 심었다. 어떻게 보면 두둑을 만들고 난 뒤 일주일 동안 콩과의 사투를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흘 정도 비닐을 씌웠고, 하루 쉰 뒤 하룻만에 콩을 심었다. 비닐은 혼자서는 오후 해가 비껴갈 때 삼일, 하루 잠깐은 소속교회 목사님과 사모님이 힘을 보태주어 끝냈다. 하루 잠깐이라도 목사님 내외가 아니었다면 근 일주일을 혼자 끙끙대고 하였을지 모른다. 그만큼 농사에 한두 손은 큰 결실을 가져다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런 다음 비가 온다는 전날 부지런히 콩을 심었다. 

 

마침 3년 전에 거금(?)을 주고 산 콩 심는 농기구가 있어 그것으로 심었다. 콩 모종기를 산 첫해 사용했다가 그 이듬해인 작년에는 모종을 직접 키워 심었다. 모종으로 심는 것은 새의 공격을 피해서였다. 그러나 생각 밖으로 힘들었다. 500여 평을 구멍을 뚫은 뒤 모종을 일일이 구멍에 넣고 흙으로 지지를 해준다는 것은 여간 손이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시 콩 심는 기구를 이용해 콩을 심었다. 기구에 콩을 넣고 위에서 찍어 누르면 콩이 구멍을 통해 나오면서 땅속에 박힌다. 기본적으로 세 알 많으면 다섯 알까지 심어졌다. 아무 생각없이, 무상무념의 세계로 간다고 여기면서 찍어 누르면 되었다. 때때로 염불 외듯이 숫자를 세곤 하지만 꼭 중간에 가서 얼마까지 셌는지 헷갈린다. 그러면 다시 하나부터 세기 시작한다. 아무리 정신을 차리고 세어도 중간이면 어김없이 흐트러진다. 지금까지 백을 넘기지 못했다. 마음을 다잡고 어떤 일에 정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이 작은 셈에서도 드러난다. 내 정신 집중의 한계다. 

 

삼면의 두 줄씩은 심지 않았다. 들깨를 심을 자리다. 콩은 새들도 좋아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고라니도 무척 좋아하는 작물이다. 콩순이 올라올 즈음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여리고 여린 콩순 잔치를 벌인다. 낮에도 아니고 꼭 밤에 나타나 나이트 댄스를 추는 것과 같다. 그런 다음 배가 차면 콩밭 근처 풀숲에 보금자리를 틀고 여름나절 무전취식을 한다. 어떤 때는 새보다 더 얄미울 정도다. 고라니에 대한 얄미운 품평은 때로 차에 치여 죽었을 때 나타난다. 차에 치여 널브러져 있는 고라니를 보고 가엾기보다 잘됐다고 생각하는 농부들도 있다. 왜냐하면 농작물 피해를 입히는 동물 중에 고라니가 단연 으뜸이기 때문이다. 울타리를 아무리 높게 쳐 놓아도 고라니의 높이뛰기에는 못 미친다. 아이러니한 것은 고라니가 한반도 북부에 거의 서식하고 있어 이 또한 멸종위기 동물 중 하나란다. 우리 눈에 수없이 쉽게 보여져도 말이다. 그래도 난 도로에 치여서 죽은 고라니를 서너 번 풀숲에 옮겨놓기도 했다. 피가 거의 빠진 고라니 사체는 혼자서 들기 어려워 질질 끌며 옮기기도 했다. 비록 마지막 최후는 고통스럽고 서글프고 외로웠겠지만 몸이라도 흙냄새, 풀냄새 나는 곳에서 쉼을 갖게 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라는 나의 작은 배려였다. 여하튼 콩을 심은 두둑 가장자리의 두 줄에는 들깨를 심어 들깨 냄새를 싫어하는 고라니를 퇴치하기 위해 남겨두었다. 들깨 향이 효과가 있기를.

 

비닐을 씌울 때 너무 힘을 썼다. 고된 노동이었다. 어깨와 손목 관절에 강한 무리를 주었다. 밤마다 앓았다. 어깨는 탈골된 듯했고, 손목은 붓기가 상당했다. 눈으로 보기에도 오른쪽 손목은 과하게 부풀어 올랐다. 손가락 마디는 어떤가. 오른쪽 중지는 약간 휘어진 듯 보였고, 마디들은 옆으로 삐져나와 보였다. 손가락 관절들이 부풀어오르다 더 이상 부풀어 오를 수 없을 지경까지 갔다. 내 손이나 내 손이 아니었다. 이번 삽질은 요령을 피울 수가 없었다. 밭이 비가 온 뒤 단단히 굳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찍고 후벼판 대가가 너무 컸다. 이렇게 힘을 빼다 보면 당분간 일할 맛이 안난다. 나도 여자인데 여리고 여린 손가락을 갖고 싶지 않겠는가. 우악스런 손을 어디가서 쉽게 내놓고 싶겠는가. 그러나 그런 마음도 잠시다. 밭에 나가면 그 생각들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어쩔 수 없다. 풀을 보는 순간, 작물들을 보는 순간 손은 저절로 뻗쳐진다. 작물을 위해서라면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해도 무릎이 꿇어지고 손이 나갈 수 밖에 없다. 영락없는 일꾼이요 농부다. 그 덕분에 이번 농작물은 예년보다 잘 가꿔진 밭으로 변하고 있다. 그래도 몸은 스스로 보호해야 할 것이다. 올 한해만 농사지을 것이 아니라면.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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