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흥양송어횟집
친구목사가 원주에 맛있는 송어횟집이 있다며 수차례 같이 가자고 했었지만 시간과 여건이 맞지 않아 가보지 못했는데 지난 월요일 저녁에 결국 함께 가게 되었다. 두 부부가 함께 간 곳은 원주 흥양송어횟집이다. 나름 입맛 까다로운 친구가 추천하는 곳이니 분명 ‘괜찮겠다’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가는 도중 친구는 자신이 가 보았던 괜찮은 송어횟집을 더 소개했다. 영월의 문곡송어횟집과 양평의 계정횟집 모두 맛과 특색이 있는 집이라고 했다.
이천에서 40분 정도 이동하니 원주시 흥양리에 있는 흥양송어횟집에 도착했다. 군더더기 없는 큼직한 식당 앞에 주차장도 넓었다. 실내도 역시 넓고 청결했다. 홀에는 테이블이 많았고, 좌식 룸도 많아서 모임을 갖기도 좋아 보였다. 카운터에는 주방을 볼 수 있는 CCTV 모니터가 있는데 주방안 큰 수조에 들어있는 많은 송어들이 한눈에 보인다. 한쪽 벽에는 맑은 물, 깨끗한 송어, 평창송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송어는 평창 송어가 유명한데 이 집은 지리적 표시가 된 평창송어만 사용한단다. 평창송어가 원래 유명했는지 이곳에서 처음 알았다.
메뉴는 송어회와 송어튀김, 송어구이, 매운탕, 그리고 혼자 오면 먹기 좋은 송어회덮밥이 있었다. 우리는 송어회 4인분(7만원)과 송어튀김 1인분(17000원)을 주문했다. 1인분에 약 0.5kg이다. 보통 송어횟집에서 송어튀김을 파는 곳을 보지 못했는데 이 집은 송어튀김과 송어구이도 판매하고 있었다.
곧장 밑반찬이 나왔다. 송어를 대접에 넣고 함께 비벼서 먹을 채 썬 야채(양배추, 당근, 양상추 등)가 산더미처럼 담겨 나왔고, 상추와 양상추샐러드, 브로콜리와 강원도 음식인 쫀득한 옥수수범벅, 마늘과 고추, 간 마늘과 진한 쌈장과 겨자, 설탕을 묻힌 건빵튀김과 송어껍데기 튀김, 그리고 청포묵이 나왔다. 송어껍데기 튀김은 바삭하고 고소했고, 다른 곳에서 먹어보기 힘든 옥수수범벅은 달달한 맛과 쫀득한 식감이 질리지 않았다.
잠시 후 송어회가 놋그릇에 시원하게 담겨 나왔다. 자로 잰 듯이 일률적이고 두툼하게 썰어놓은 회를 보니 작은 송어가 아닌 큼직한 송어를 잡은 것이 분명했다. 송어는 연어과 생선이라서 모르고 먹으면 연어랑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색감과 식감이 연어와는 분명히 다르다. 연어회가 주황색이라면 송어회는 좀 더 붉은색이 강하다. 연어가 물렁물렁하고 부드러운 식감이라면 송어는 육질이 좀 더 단단하고 쫄깃쫄깃하다.
바로 잡은 송어회는 싱싱해서 그냥 초장이나 간장에 찍어먹어도 살이 탱글탱글한 것은 물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자아내지만 일반적으로 송어를 먹는 방법은 비벼먹는 것이다. 대접에 송어회와 채 썬 야채를 적당히 넣은 후 초장과 참기름, 다진 마늘과 콩가루를 조금 넣어 비벼주면 끝이다. 잘 비벼서 한젓가락을 입에 넣으니 초고추장의 새콤달콤함과 콩가루의 고소함, 채소의 아삭함과 송어회의 쫀득한 식감이 어우러져 정말 맛이 있었다.
송어회를 그냥도 먹고, 상추에 싸서도 먹고, 고추와 마늘을 쌈장에 찍어서 같이 먹으면서 맛있다고 감탄하고 있는데 주문한 송어튀김이 나왔다. 송어 살을 손가락하나 크기정도로 잘라서 튀김옷을 입힌 뒤 튀기자마자 꺼내서 가지고 나온 것이라 그런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웠다. 차가운 송어회를 비벼서 먹다가 따뜻하고 바삭한 튀김을 먹으니 더 고소하고 맛이 있다. 송어를 통째로 구워주는 송어구이는 한 마리 값이 35,000원이었는데 이미 먹어보았던 친구는 송어구이보다 송어튀김을 더 추천했다. 나중에 매운탕도 주문했지만 배가 너무 불러서 곧 취소시켰다. 콜라 한 잔으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친구는 이 흥양송어횟집이 모두 마음에 들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자신이 좋아하는 코카콜라가 아닌 펩시콜라가 나오는 것뿐이라고 했다.
1997년 강원도 인제 원통 천도리의 12사단 포병대대에서 군종병을 하고 있을 때 군목목사님이 군종병들을 데리고 송어회를 사준 적이 있었다. 백담사 근처에 있던 송어회집이었는데 어딘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가 내 인생 최초로 송어회를 먹은 때였다. 처음 경험한 송어회의 식감과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이후로도 여러 번 송어회를 먹었지만 특별한 기억은 없었는데 원주흥양송어횟집은 군 제대 이후 27년 동안 먹은 송어회중에 가장 맛이 있는 집이었다. 송어요리가 이보다 더 맛있을 수는 없다. 이래서 친구가 그렇게 함께 오고 싶어 했나 보다. 친구덕분에 송어맛을 맘껏 누렸다. 참 감사하다. 나중에 영월의 문곡횟집과 양평의 계정횟집의 송어맛도 한번 맛보려고 한다.
임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