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키타카 축구의 몰락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최대 이변은 스페인의 조별 예선 탈락입니다. 티키타카 축구의 몰락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티키타카란 탁구공이 탁구대 위를 끊임없이 오고가는 것처럼 그라운드에서 공을 지배하다가 상대방의 골문에 결정적인 틈이 생기면 이를 놓치지 않고 공격하는 스페인식 축구를 상징하는 말입니다.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제패했고, 2008년과 2012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연거푸 우승을 이루었던 스페인축구입니다. 하지만 막상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되자 티키타카 축구는 맥도 쓰지 못하고 예선 리그에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6년여 간이나 세계를 지배하던 스페인 축구의 아름답던 위용은 사라졌습니다. 상대팀에서는 티키타카 스페인 축구를 확실하게 대비했습니다. 패스 타이밍을 읽어 냈고, 스페인이 확보하려는 공간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상대팀에서는 스페인의 티키타카 축구를 읽어냈지만, 스페인의 티키타카는 완벽했던 상대팀의 준비를 읽어내지 못하였습니다. 티키타카 축구의 몰락은 과도하게 시스템화된 축구는 축구 본연의 역동과 힘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입니다. 네덜란드와 칠레 축구를 보면서 축구는 역시 힘을 바탕으로 한 빠른 공간 침투가 최고라는 이야기가 큰 공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합니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시스템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운동성을 상실하면 시스템은 무덤이 될 수 있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교회는 대형교회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티키타카 축구가 세계 축구계를 지배했던 것 같이 대형교회는 한국교회를 지배해왔습니다. 작은 교회, 중형교회, 다양한 활동을 하는 수많은 유형의 교회들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대형교회는 한국교회의 이름이며 DNA입니다. 1980년대 이래 근 40년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대형교회 의식은 한국교회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많은 교회들이 앞 다투어 대형교회의 예배 형태를 도입하고, 대형교회의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실행했습니다. 한국교회는 대형교회라는 모노톤만 들리는 교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신앙의식과 교회문화의 수직화가 완성단계(?)에 이른 듯 보입니다.
문제는 이렇듯 모노톤만 남은 한국교회에 복음의 역동성이 사라져가는 데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대형교회만 복음의 열매로 여겨온 경향이 있습니다. 착각이지요. 복음은 운동입니다. 복음은 삶의 구체성과 만날 때에만 운동합니다. 힘을 바탕으로 빠른 침투를 구사할 때 역동적인 축구가 이뤄지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형교회 의식으로 무장된 모노톤을 얼마나 빨리 벗어버리느냐가 복음의 역동성을 회복하는 지름길입니다. 그 길은 중소형 교회가 살아나는 것입니다. 자기 이야기와 자기 빛깔이 선명한 중소형 교회가 곳곳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그들이 지금껏 실행해 온 다양한 선교와 다양한 복음의 실천을 소중하게 모아내고 나누어야 합니다.
교회성장 학자들은 교회에도 수명이 있다고 합니다. 주님의 교회는 영원하지만 지상의 특정 교회는 수명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대형교회가 한국교회를 대변하던 시절은 이제 지나가고 있습니다. 만약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한국교회는 티키타카 축구가 보여준 무의미한 공 돌리기에 열중하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존재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광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