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만남이다
며칠 전, 극심한 소아마비로 어릴 적부터 보행 장애를 가지게 된 한 분을 만났다. 가진 것이라고는 장애와 가난,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였던 그는 응당 살면서 많은 소외와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당당히 일어섰다. 한국 장애인 최초로 미국주립대학의 음대 교수가 되어 전 세계를 누비며 희망을 노래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것이다. 그가 바로 <휠체어는 나의 날개>의 저자 차인홍 교수이다.
차 교수는 이 모든 것이 한량없는 하나님의 은혜라 고백한다. 장애와 가난, 소외와 고통 투성인 인생에 도대체 어떤 은혜가 있었기에 이렇게 고백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만남의 은혜’이다. 그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마다 그를 가족처럼 사랑해주고 오랫동안 변함없이 돌보아주던 은인들이 있었다. 이 소중한 만남들을 통해 그의 인생은 점차 아름다운 작품이 되어갔다. 즉,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에겐 하나님의 은혜였던 것이다.
물론 한 번의 만남을 통해 이런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별히 차 교수에게는 만남이 하나님의 은혜가 되도록 하는 두 가지 성품이 있었다.
하나, 가난한 마음에서 나오는 절대 신뢰이다. 나는 죄인이요, 비천한 자임을 고백하는 그는 누구를 만나든지 비판하지 않고, 인정하며 믿어주는 사람이었다. 이 신뢰가 그를 만나는 이들에게 긍휼의 마음을 더해 주었다.
둘, 고마운 마음에서 나오는 절대 성실이다. 그는 자신처럼 비천한 자를 이유 없이 섬겨주는 이들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가지고, 항상 상대방이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성실하고 충성스럽게 노력했다. 이 성실이 그를 만나는 이들에게 도리어 기쁨과 보람을 더해주었다.
이렇듯 신뢰와 성실로 살아가니 지금까지 그에게 만남의 은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것이다. 만일 그에게 하나님의 은혜와 더불어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어찌되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원망과 분노로 가득 찬 인생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인생은 어메이징 마에스트로(Amazing maestro)이신 하나님의 지휘 아래 소중한 이들과 함께 이룬 ‘협동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아쉽게도 요즘은 만남의 소중함을 아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으면 대체로 성실히 대하지 않으며, 좀처럼 손해보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윗과 요나단, 바울과 브리스가와 아굴라 부부를 떠올려보라. 그들은 서로 절대 신뢰와 절대 성실로 만나 위대한 하나님의 작품을 일구어내지 않았는가? 잊지 말라. 하나님은 진실로 우리를 ‘만나는 분’이시며 또 우리를 ‘만나게 하는 분’이시다.
만남은 십자가 복음의 ‘전제’이다. 왜냐하면 우리 죄인 된 인생을 만나러 오신 하나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없었다면 십자가 복음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십자가에 새롭게 만난다. 그 십자가에서의 만남이 우리를 생명으로, 화평으로, 사명으로 인도한다. 그래서 일찍이 키에르케고르도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십자가로부터 시작된다!”
과연 당신은 십자가의 예수를 만난 경험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 당신 또한 누군가를 그리 만나주라. 육신을 입고 우리를 만나기 위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와 같이 신뢰와 성실로 원하는 모든 이를 만나주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수 제자가 가는 길이요 십자가의 삶이리라.
김석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