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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23-05-10 22:10
   
수상한 입하(立夏)!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5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461 [125]

 

수상한 입하(立夏)!

 

파릇파릇, 푸릇푸릇 올라오던 연한 연두빛 잎들이 지난 며칠 간의 비를 맞고 짙은 초록빛을 띠며 울창한 숲으로, 들로, 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어린이날 시작된 비는 연거푸 3일을 내리 달려 온 세상을 적시더니만 그 전주에 바짝 벤 풀들을 다시 원래 상태로 복귀시켜 놓았다. 물먹은 하마 마냥 뿌리 깊숙이 파고든 비는 풀을 억세고 강하고 장대처럼 자라도록 한 것이다. 

 

지난 금요일 오후부터 어린이날 종일 그리고 다음 날인 토요일 오전까지 비가 온다고 하였다. 마음이 급해졌다. 급하게 밭을 만들었지만 완벽하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하루하루 조금씩 짬을 내어 하려던 것인데 중간중간 일이 생겨 마음만 바쁘게 돌아갔다. 결국 5월 4일 오전 팔을 걷어붙였다. 거름은 이미 뿌려 놓은 상태라 밭을 좀 뒤집고 평탄 작업을 한 뒤 비닐을 덮었다. 이번에는 200미터 길이로 한 줄로 만들지 않고 중간에 끊어서 멀칭을 했다. 작년에 하나로 길게 만들었더니 작물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고, 맨 뒤는 신경이 덜 갔다. 그래서 올해는 반으로 잘라 앞쪽은 먹을 것 위주로, 뒷부분 반은 참깨를 심기로 했다. 

 

반으로 나눠 멀칭을 하니 좋은 점도 있었다. 덜 지루했고, 작물을 규모있게 심을 수 있었다. 세 줄은 고추를 심었다. 고추 모종을 몇 번을 세어 구멍을 만들었는데 어떤 착오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모두 심고 나니 이상하게 남았다. 갑자기 계획이 흐트러지는 느낌이 들어 혼동스러웠다. 그래도 먼저 고추를 심었다. 이웃에서 맵지 않은 종류가 다른 고추를 주어 그것도 마저 심었다. 세 줄이 고추로 꽉 찼다. 나머지 두 줄에는 토마토, 양상추, 오이, 호박, 상추, 잎들깨, 양배추를 심었다. 작년에 심었다가 용케 추운 겨울을 견디고 그 자리에 다시 피어난 치커리도 옮겨와 심었다. 이렇게 채우고도 한 줄의 반이 모자랐다. 참깨를 심을까 했지만 다른 작물과 크는 정도를 생각하여 나중에 호박과 오이와 토마토를 사다 채웠다. 혼자 사는데 뭘 그리도 심었을까 하지만 한 개 두 개씩은 팔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줄곧 내리는 비가 걱정이 되었다. 심은 작물이 물에 잠기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밭을 수시로 들여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얕은 두둑 위로 떨어진 빗물로 치커리와 쑥갓은 잠겼다. 고랑을 밟자니 미끄러지던지 신발 자국이 깊이 파일까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빗물이 알아서 빠지겠지, 흘러 지나가겠지 하면서 말이다. 이후에 가보니 잠겼던 작물이 빗물을 어떻게 피했는지 잎이 바짝 올려져 있었다. 기특하고 잘 견뎌준 것이 고마웠다. 그런데 웬걸! 비가 온 다음 날부터 낮은 뜨거운 햇볕이 밤에는 차가운 기온이 찾아왔다. 삼일 동안 내린 비 걱정을 피했는가 싶었더니 이번에는 냉해가 마음을 졸이게 하였다. 

 

대부분 작물은 10도 이상이어야 그나마 냉해를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이번주 내내 밤기온은 10도 이하를 맴돌았다. 농부의 마음이 이런데 작물들은 어떤 마음일까! 아침마다 그들에게 다가가 어젯밤을 잘 보냈는지 묻는다. 고랑을 지나면서 찬찬히 살핀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큰 해가 없어 보였다. 잎들깨는 처음보다 키가 조금 자란 듯 보이고, 양상추도 제법 모양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고추가 잘 견뎌주기를 바란다. 작년에도 잘 심었다가 뒤늦은 냉해로 고추는 30센티 이상 자라지 못했다. 그래서 그저 기도만 할 뿐이다. 나머지 반은 참깨를 심을 예정이다. 참깨는 보통 어린이날에 심었는데 요즘 같은 낮은 기온에 매우 민감하다고 하여 좀더 추이를 살펴본 뒤 심기로 했다. 기온이 맞춰준다면 이번 주 토요일 아니면 다음 주면 될까?

 

올해는 장마가 길다고 한다. 60일 정도라 하는데 만약 이 예보대로라면 이번 농사도 불 보듯 뻔하다.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만반의 준비가 되는 것일까? 작년에 만났던 복숭아 과수원의 나이 많으셨던 농부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그분이 말하기를 올해와 같은 날씨는 농사 30년 지으면서 처음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올해 같은 비가 3년만 내린다면 농사짓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말이 씨가 되지 말아야 하는데 불길하게 비와 냉해가 겹쳐서 왔다. 지난 토요일이 입하(立夏)였는데 말이다. 수상한 날씨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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