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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2]
 
 
 
     
 
 
 
작성일 : 23-05-04 01:32
   
삽과 호미와 낫!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5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427 [133]

 

삽과 호미와 낫!

 

농사 시작이다. 농사가 주업이요, 무척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 한 해 고부가가치 작물을 심었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10도 이상 차이가 났어도 낮 기온이 워낙 따뜻해서인지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일찍 심는 농가들이 많았다. 그래도 나는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기다린다. 작년에 종잡을 수 없는 사월의 날씨에 일찍 심었던 고추가 냉해를 입어 겨우 3근이나 수확을 하였을까? 죽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라지도 않은 고추를 보면서 9월까지 마음이 쓰렸다. 중간에 혹시나 자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희망이 후반으로 갈수록 낭패와 당혹감으로 보는 내내 끌찼던 것이다. 그리고 아직 두둑이 만들어지지 않은 터라 두둑을 만들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5월 5일 소속교회 담임목사님이 농업기술센터에서 트랙터를 빌려오면서 내 밭도 갈아준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니 일정이 뒤로 밀리지 않을까? 

 

최근 몇 번 비가 내렸다. 많이 내렸다 싶었는데, 지난 주일 올들어 처음 풀을 베기 시작하면서 멀대처럼 자란 풀 윗부분은 초록이지만 뿌리 부분은 누렇게 타들어가고 있음을 보고 비가 아직 덜 왔음을 알았다. 예초기 날이 풀섶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내 뒤는 여기저기 가을의 낙엽마냥 누리끼리한 풀들의 잔해가 널브러졌다. 그리고 때마침 내리는 비 소식에 몇 년 전 폭우로 무너져 쓸려갔던 밭 비탈과 훈련원 공동체의 집 비탈에 드디어 꽃나무를 심었다. 향기가 좋은 이팝나무, 색이 고운 왕벚꽃나무, 철쭉 3종류, 사철패랭이꽃 심었다. 처음엔 삽으로 파다가 비탈진 곳이고, 딱딱하게 굳은 흙이라 깊이 파지지 않았다. 그래서 호미로 긁고 파냈다. 나무뿌리가 들어갈 만한 구멍을 간신히 만든 다음 나름 너비와 키를 맞춰가며 나무와 꽃을 심었다. 얼마나 잘 자라줄까? 며칠 오고가며 꽃나무들을 살폈다. 물도 주고 비도 맞고 하며 제법 잎들이 싱싱하게 살아오르는 듯 싶어 기분이 좋았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엊그제 살그머니 가서 살폈더니 헐! 나무들의 잎이 쪼그라들고 있었다. 색도 누렇게 변해있었다. 냉해 때문인가 아니면 물이 부족해서 그런걸까? 괜시리 마음이 쓰렸다. 그래도 5월 5일 종일 비가 온다고 하니 그 시간을 기다려본다. 내년에도 비탈 전체를 꽃으로, 나무를 심을 예정이니 너무 속끓이지 말자. 

 

지금 열심히 밭을 만들고 있다. 지난 몇 주 삽과 호미를 들고 밭을 갈아엎는다고 선전했었는데, 마침내 우후죽순 올라왔던 쑥과 망초대와 이름모를 풀들을 모두 뽑았다. 훤히 드러난 밭은 기분 좋으리만치 깔끔해졌다. 최근 몇 년 동안 그저 땅심을 뽑아내기만 하여 작년에는 작물 수확이 현격히 떨어졌다. 그래서 올해는 거름을 충분히 뿌려주기로 했다. 몇 해 묵은 퇴비가 완전 발효가 되어 상큼한 향을 피어냈다. 고추 심을 곳과 일용할 채소들을 심을 곳에 듬뿍 실어 날랐다. 퇴비의 양분으로 밭이 힘을 얻기를 기도하면서 다시 밭을 뒤집었다. 뭔 고생인가 싶다. 드르르륵! 트랙터가 한번 지나가면 될 것인데 올해 유난히 힘을 쓴다. 농사는 체력 소모가 많은 일인데 요즘 조금만 움직여도 여기저기 쑤시는 것을 보면 나도 많이 약해졌다. 괜히 용쓰다가 몸이 망가질 수 있음을 알기에 요즘은 제법 요령을 피우며 한다. 그래도 힘들긴 하지만 그 순간들을 견디는 것은 흙을 만지면 좋고 땀을 흘리면 좋기 때문이다. 또 고양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밭을 일구는 나를 바라보며 밥 주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소소한 미소거리다. 

 

올해는 부지런을 피우고 있다. 또 조금씩 조금씩 밭을 만지고 있다. 지금까지 했던 막무가내식 농사를 사양하고 차근차근하려고 한다. 몸이 축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기도 하다. 삽과 호미와 낫을 들고 움직여서 얻어낸 것이 고추와 일용할 야채들과 고소한 참깨를 심을 200여 평의 밭이다. 이럴 때는 어릴 적 부모님으로부터 농사를 호되게 배우지 않은 것이 천만 감사한 일이다. 만약 어릴 때 고생스럽게 부모님을 도왔다면 지금 이렇게 스스로 농사를 즐겨 찾아가며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도 해가 뚝 서산으로 떨어지려 할 때, 일복으로 갈아입고, 삽과 호미와 낫을 들고 밭으로 향한다.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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