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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2]
 
 
 
     
 
 
 
작성일 : 23-04-05 00:21
   
반가운 손님, 봄비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6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263 [110]


반가운 손님, 봄비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봄비다. 가뭄이 심하여 땅을 갈 때 뽀얀 먼지가 폴폴 날리던 차였다. 너무 가물었던 차라 사람이 먹을 만한 나물들과 들꽃들이 거의 고사 직전이었다. 냉이는 구경도 못했고, 쑥은 바닥에 붙어 일어날 의지를 버린 듯 했다. 부추와 달래의 자람새도 더뎠다. 이맘때면 지천에 깔렸던 민들레는 코빼기도 안보인다. 내가 이뻐한 하얀 별꽃도 올봄에는 찾아오지 않았다. 머위도 발에 채일 정도로 수두룩했던 것이 이번에는 드문드문 가장자리가 말리며 번지지 않았다. 봄이면 우리의 밥상을 풍성하게 했던 것들이 올해는 확실히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봄 가뭄이 가져다 준 결과다. 

 

4월 첫 주부터 섬기는 교회가 코로나 딱지를 떼고 드디어 같은 시간에 모두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공동체 식사도 재개됐다. 모두가 반갑고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돌아오는 주일에는 부활절도 3년 만에 성대(?)하게 베풀 예정이다. 이날을 위해 여선교회 회장님은 잔칫상의 음식으로 떡도 할 것이니 교우들에게 주중에 쑥을 공수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지만 요즘 쑥 보기가 어렵다. 땅에 바짝 붙어 보여줄까 말까 약을 올리고 있다. 나도 쑥국을 먹어보려 했는데 칼을 대기에는 너무 어려서 미안키도 하여 스쳐 지나갔다. 화요일 오전에 이웃집에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들 구경을 나갔다. 거기서 300평 정도의 밭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쑥들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으나 뜯기에는 여전히 어렸다. 화요일 저녁부터 내리는 비가 목요일 오전까지 이어진다 예고했다. 그러면 그 비를 잔뜩 머금은 쑥이 이름처럼 쑥쑥 자라줄지 기대가 되었다. 여선교회 회장님도 그것을 노렸으나 자연의 하는 일을 사람이 어찌 장담할 수 있으리오. 그래도 120미리 정도 내린다니 기대를 살짝 가져 본다. 

 

화요일 늦은 오후 하늘이 어두워지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조금 있으니 후두둑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반가웠다. 추운 겨울을 뚫고 찾아온 봄도 반가웠는데, 기나긴 가뭄을 비집고 들어오는 봄비는 더없이 반가웠다. 깊어지는 밤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빗소리는 더욱 세차게 들렸다.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들었다. 처마를 따라 떨어지는 빗소리, 아스팔트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흙에 떨어지는 빗소리, 풀잎 가운데 떨어지는 빗소리가 어우러져 두두둑, 뚝뚝, 똑똑, 스스스, 쉬쉬쉬 하며 귀를 즐겁게 했다. 창문을 열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속에 창가 불빛이 희미하게 뽕나무 가지를 비췄다. 이제 막 솟아나는 뽕순에 빗방울이 머물다 떨어졌다. 땅을 뚫지 못하는 아스팔트 위의 비는 한 무더기로 흐르며 가장자리 흙속으로 빠르게 빨려들어가고 있었고, 아스팔트를 제외한 모든 곳은 온몸으로 간만에 찾아온 손님을 힘껏 안은 듯 환대했다. 사람에게나 자연에게나 이번 비는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비가 오기 전 서둘러 감자를 심은 곳은 이번 비로 큰 수혜를 입을 것이다. 끝이 노랗게 타들어가기 시작한 마늘과 양파는 삼일간의 비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이번 비로 부활주일에 나눌 떡은 쑥향기가 진하여 비와 쑥에게 고마워하며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삽으로 열심히 쟁기질했던 나의 밭에도 빗방울이 땅속 깊이 스며들며 나의 올 농사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와 더불어 나물보다 더 많았던 풀들도 이번 비로 일제히 일어날 것이다. 풀이 퍼진다는 것은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그네들 입장에서는 사실 거리낄 것이 없는 일이다. 풀도 엄연히 자연의 일부이니 하늘의 선물을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더 신나게 춤추며 취하지 않을까. 

 

반가운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 따뜻한 기온에 환하게 피었던 봄꽃들이 비바람에 함께 쏟아져 내린다는 것이다. 비가 오기 전 바람이 불자 벚꽃들이 바람에 따라 흩날렸다. 흩뿌려지는 꽃들마저 아름다웠다. 절정에 올랐지만 머무르지 않고 하염없이 내려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벚꽃을 바라보면서 올해의 농사도 그리고 농부들도 그러한 삶을 충실히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나도 농부이신 아버지를 따라 올해도 묵묵히 땅을 일궈보리라. 이번의 반갑고 고마운 손님, 봄비가 농부들의 시름을 잠시 덜어주길 기도한다.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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