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톤 사장님 환영합니다
우리 동네에서 폐지와 각종 재활용품들을 수거하시는 어른들에게 일터요 마실 같은 교회 옆 고물상 ‘행운자원’은 제가 여기 있는 동안 벌써 사장님이 세 번이나 바뀌었지만 그때마다 변함없이 좋은 이웃입니다. 교회와 경계면에 있는 오래된 골함석 울타리 앞에 교회 현수막 거치대를 설치해도 되겠냐고 했더니 사장님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재작년 예배당 내외부 공사를 하면서 간판집 사장님께 부탁해 특별 제작한 현수막 거치대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복음 메시지와 교회의 절기를 알리는 유일한 창구이기도합니다. 지금은 사순절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유명한 디자이너에게 부탁을 해서 제작한 사순절 현수막을 걸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현수막 바로 앞에 늘 짐이 가득 실린 손수레가 주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고물상에 납품을 하러 오신 어른들이 전날 손수레 가득 실어온 재활용품들을 새벽같이 교회 앞에 주차해두시기 때문입니다. 상도덕(?)이라 생각하셔서인지 주일 오전에는 일시적으로 치워져 있기는 하지만, 평일에는 어김없이 현수막 앞에 손수레가 주차되어 있습니다. 짐을 가득 실었을 때는 현수막에 있는 내용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니 지켜보고 있던 저도 안타까울 때가 있었습니다.
현수막 위로 이런 문구가 크게 걸려 있습니다.
“1톤 사장님 환영합니다.”
노란 바탕에 검은 고딕체, 붉은색 테두리까지 뚜렷한 명시성 덕분에 교회 현수막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길 건너서 남의 일 구경하듯이 거의 포기한 채, 그 광경과 구도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는데 제 속에서 ‘타다닥’ 타이핑하듯 말씀이 튀어나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28
그렇게 보니 교회 현수막 앞에 손수레, 가득 실린 짐은 일종의 설치 미술품처럼 일부러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듭니다. 고급 승용차들이 주차장에 줄지어 서있는 교회 앞에서는 느낀 적 없던 감동마저 있습니다. 그 자체로 메시지입니다. 기껏 50kg-80kg 되는 노인들이 혼자 짊어지고 가기도 버거운 짐을 수레에 싣고 갑니다. 자기 신체 중량의 열 배도 넘는 무거운 근심과 염려, 인생의 짐을 지고 하루를 사는 사람들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손수레만 안 끌었지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고물을 잔뜩 싣고 행운자원을 찾아온 1톤 사장님들과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교회로 들어가는 문을 아주 막은 것이 아니라면, 현수막 앞에 주차되어있는 손수레를 치워달라고 부탁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시험 걱정 모든 괴롬 없는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사람들은 다 오십시오. 세상의 모든 1톤 사장님들 환영합니다. 짐은 예수께 맡기고 그의 평안과 쉼을 얻어 가십시오.
신현희/안산나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