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최초의 요리사가 준비한 양고기요리
2008년도에 두바이에 선교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두바이 몰의 한 양고기 레스토랑에서 처음으로 양고기요리를 먹어보았다. 어린양갈비를 향신료로 간을 하여 구워낸 요리였는데 양특유의 향이 느껴지긴 했지만 거부감은 전혀 없을 정도였고 아주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평창 대관령 양떼목장 근처의 식당에서 또 한 번 양고기구이를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두바이에서 먹었던 양고기와 다르게 양념되지 않은 양갈비를 구워내주었다. 가지와 버섯, 마늘과 마늘쫑, 그리고 방울토마토도 함께 구웠다. 허브가 들어간 구운소금과 민트소스와 쯔란을 찍어먹었는데 특유의 냄새없이 쫀득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양고기는 소고기와 비슷한 식감이지만 더 부드럽다. 다른 고기들과 비교했을 때 양고기에서 칼슘과 단백질, 인, 철분에서 모두 월등히 높은 영양을 가지고 있다.
성경에는 양에 대한 요리가 여러 번 언급되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대선지자 사무엘과 장차 왕이 될 청년 사울의 역사적인 첫 만남의 장면이 나오는 사무엘상 9장이다. 사울이 사환과 함께 잃어버린 암나귀를 찾아다니다가 하나님의 사람 사무엘을 찾아간다. 사울이 사무엘을 찾아가기 전날에 하나님께서는 사무엘에게 사울이 그에게 찾아올 것을 알려주신다. 그가 찾아오면 그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삼으라고 말씀하셨다. 사울일행이 사무엘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하나님께서는 이 사람이 어제 내가 일러준 그 사람이라고 가르쳐주셨다.
사울을 만난 사무엘은 그를 반갑게 맞이한 다음 산당으로 올라가 같이 저녁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식사 후 여기서 하룻밤 자고 나면 내일 아침에 사울이 궁금해 하는 것도 다 알려주고, 잃어버린 암나귀들도 가지고 갈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하면서 지금 온 이스라엘의 사람들의 기대가 사울과 사울 아버지의 집안에 걸려 있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울은 깜짝 놀랐다. 사무엘은 이미 30여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방에 사울을 데리고 들어갔다. 사무엘은 나이 많은 원로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사울을 인도해 좌중의 가장 상석에 그를 앉힌 다음 요리사를 불러 지시했다.
“내가 자네에게 잘 간수하라고 부탁하며 맡겨 두었던 부분을 가져 오게” 요리사는 넓적다리와 그것에 붙어 있는 것을 접시에 담아다가 사울 앞에 내놓았다. 그리고 이렇게 청년 사울에게 말했다. “보십시오. 이 요리는 내가 미리 준비해 두었던 것이니 앞에 놓고 혼자 드십시오. 제가 사람들을 초청할 때부터, 지금 이렇게 드리려고 보관해 둔 양고기 넓적다리 요리입니다”
사무엘과 사울의 이 첫 만남의 자리에서 성경에서는 처음으로 요리사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개역한글과 개역개정 성경에서는 ‘요리인’으로, 새번역과 공동번역 성경에서는 ‘요리사’로 번역된 이 단어를 영어성경에서는 'cook'이라고 표현하였다. 여기서 요리사란 ‘동물이나 사람을 죽이다’라는 히브리어 동사 ‘타바흐’에서 파생된 단어로서 희생제물을 처리하는 레위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무엘이 사울을 위해 준비한 융숭한 만찬 식탁에 올라온 특별요리는 양의 넓적다리 요리였다. 개역한글, 개역개정, 새번역 성경에서는 이 부분을 ‘넓적다리와 거기에 붙어 있는 것’으로 번역했지만 공동번역에서는 ‘제물의 다리와 꼬리’라고 번역하였다. 제사음식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넓적다리는 양고기 중 오른쪽 뒷다리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화목제를 드린 다음 제사장을 위해 남겨 놓은 몫이었다. 따라서 사무엘이 자신만 먹을 수 있는 넓적다리를 사울을 위해 남겨 두었다가 대접한 것은 당시로서는 가장 귀한 음식으로 최고의 대접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울이 왕위에 오른 것이 기원전 11세기 초반이니 이 요리사가 활동했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3100년 전이다. 한반도에 고조선이 세워졌을 당시에 팔레스타인 가나안 땅에 살던 이 요리사는 양의 넓적다리를 가지고 어떤 맛의 요리를 만들었을까? 내가 먹었던 양고기요리의 맛과 어떻게 다른 맛일까? 궁금해진다.
임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