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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23-03-01 22:12
   
바빠지기 시작하는 시절!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6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061 [122]

 

바빠지기 시작하는 시절!

 

봄이 찾아왔다. 이미 2주 전부터 산들산들 부는 바람과 부드럽게 내리쬐는 햇살에 봄이 가까이 왔음을 감지했지만, 그래도 2월이라는 숫자가 아직은 겨울입네 하고 눈치를 주었다. 그러나 3월 첫날, 2월은 3월에 밀리면서 더이상 눈치따윈 볼 필요없게 되었다. 물론 조만간 3월 내내 이리저리 휘몰아치는 봄바람에 옷깃을 단단히 동여맬 수도 있겠으나 그런들 어떠하리! 나의 마음은 이미 봄이 시작되었는데. 2월 마지막 날! 예년 같으면 봄을 재촉하는 비가 한두 번 내려 봄 가뭄을 예방해주었는데 이번에는 바람이 유난히 불었다. 그러나 기분이 상쾌했다. 바람의 감촉은 차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했다. 계절이 후딱 바뀌고 있음이 분명했다. 

 

봄이 오면 모든 생명들이 바빠진다. 나뭇가지에 앉은 참새들이 엄청 수다를 떨고 있다. 겨울 동안 잘 지냈는지부터 좋은 시절이 왔으니 올해도 신나고 즐겁게 살아보자며 단합대회를 하는 듯 하다. 얼었던 땅은 툭툭 벌어지면서 그 사이로 이름은 모르나 매우 흔한 풀들이 머리를 디밀며 봄을 맞고 있다. 비닐하우스 귀퉁이에는 봐 달라는 것인지 먹어달라는 것인지 모를 쑥이 벌써 올라와 있다. 조금 있으면 냉이와 달래와 같은 봄나물들이 지천을 가득 메울 것이다. 농부의 손길도 바빠지고 있다. 지난해 거두지 못했던 비닐이 돌돌 말려 한쪽에 모아져 있는 밭들도 보이고, 작년까지는 콩밭이었는데 올해부터는 인삼밭으로 바뀌는 밭은 두 내외가 부지런히 말뚝을 박고 있었다. 또 어떤 밭은 트랙터 가는 소리로 분주하다. 갈려진 황토 빛깔의 땅은 촉촉했다. 흙이 살아있음을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또 마을 복숭아 농장은 지난주 열심히 가지치기를 하더니 지금은 양분을 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여기저기 봄이 온 것을 반기며 자신들의 할 일을 바삐 해내고 있었다. 

 

하다못해 도로 곁 밭은 흙을 가득 담은 수어 대의 트럭들이 부지런히 드나들고 있다. 지휘봉을 든 사람이 오고가는 차량을 통제하느라 열심히 팔을 흔들고 있다. 논이 밭으로, 밭이 대지로, 그리고 대지 위에는 건물을 세울 초석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음성은 자고 일어나면 여기저기 공사중이다. 강산이 서너 번은 바뀌는 듯 하다. 상주에 사시는 분이 그랬다. 음성은 올 때마다 공장이 세워지면서 자연환경이 많이 훼손된다고. 자연은 미래의 후손에게 빌려쓰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는 바쁘고 부지런함을 핑계로 미래의 유산을 하나씩 하나씩 팔아치우고 있는 셈이다. 누구를 위해 땅은 마구잡이로 헤집어지는가. 그래서 안타깝다. 

 

그런 와중에 나는 어떤가. 봄이 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나도 작년에 거두지 못한 비닐을 거두는 것이다. 겨우내 눈과 바람과 추위에 이리저리 치인 비닐은 여기저기 찢겨져 아무개 산발된 머리채마냥 나부끼고 있다. 땅이 조금 더 녹은 다음, 아마 개구리 입이 떨어지는 시기가 지나면 곧바로 활동 개시를 할 것이다. 거의 천여 평을 작업하려니 벌써 오금이 저려온다. 하다가 안되면 사람이라도 사서 작업을 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 조금 젊었을 때는, 허리힘이 좀 있었을 때만 해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고 또 사례를 주며 농사 마무리를 짓는다는 것은 더 엄두도 못 내었는데 이젠 여유인지, 유연함인지, 지쳐서 그런 것인지, 최후의 발악인지 올들어 농사짓는 마음이 살짝 바뀌고 있음을 발견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부지런을 떨었던가. 빈 땅은 놀릴 수 없었고, 수확은 없어도 이것저것 심어 고생 꽤나 하기도 했다. 그래도 농사짓는 기쁨이 넘쳤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고자 하는 마음과 움직이려는 몸이 혼연일체가 되어 자꾸만 머무르려고만 한다. 물론 닥치면 물불 안가리고 하겠지만. 

 

바빠지는 시절이 왔으나 개인적으로 몸과 마음이 바쁘더라도 진정한 농부처럼 모든 것을 비워가며 하기를 바란다. 매번 쫓기듯 하는 습관 때문에 전전긍긍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하다가 중지하기 일쑤였다. 비 때문에, 가뭄 때문에, 냉해 때문에, 더위 때문에 등등. 어차피 해야 할 것이라면, 때를 따라 해야 할 것이라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기쁘게 하는 것이 이러나저러나 나을 것이다. 여러 조건 속에서도 농부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그는 바쁜 시절에, 부지런함을 요구하는 계절에 주어진 시간을 의연하게 움직인다. 때를 거르지 않는 것, 그것이 생명을 맞는 농부의 삶이다. 이쯤되면 나도 그 원칙을 지킬만도 한데 쉽지 않다. 양아치 농부의 개가천선! 올해는 이루려나.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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