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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2-23 00:07
   
봄으로 가는 길목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4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027 [109]

 

봄으로 가는 길목

 

이제 일주일 후면 3월이다. 지난 12월부터 시작된 강추위는 설 연휴까지 길게 이어져서 추위에 적응하느라 꽤 몸살을 앓았는데 요즘은 생각지 않은 따뜻한 기온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갑자기 맞은 따뜻함에 몸과 마음이 놀라고 있는 중이랄까? 그러면서 차차 다가오는 농사철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꾀가 나서 그런가보다. 모름지기 뭐든 적당해야 하는데 코로나 핑계로, 날씨 핑계로, 갱년기 핑계로 지난 몇 년 동안 농사를 설렁설렁 지었더니 농사로부터 벗어나고픈 유혹이 커졌다. 

 

얼마 전 이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콩 종자 신청기간이라면서 소독용 종자인지 미소독용 종자인지 물으시는 것이었다. 이 동네에서 메주콩을 심는 농부는 나 밖에 없는 셈이라 특별히 챙기시는 것이다. 이번에도 미소독용 종자를 신청했다. 아! 지난해 나의 콩 농사는 거의 제로인 셈이라 이번에는 다른 작물로 갈아타려 했는데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삼세번이라 했으니 이번까지 콩을 밀어부쳐 보자는 것이다. 매번 말했지만 콩은 하늘의 새나 땅의 벌레 그리고 지나가는 들짐승의 먹잇감으로 최고다. 콩을 심을 때는 새 떼의 집중 공격이 시작된다. 콩을 심을 6월이면 안보이던 새들이 어디서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내가 콩을 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들이닥쳐 쪼아간다. 어떤 때는 내가 콩을 심었는지 안 심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러다가 콩이 어느 정도 싹이 터서 고운 연두빛 얼굴을 내밀면 그때는 새만이 아니라 땅속 벌레와 고라니가 찾아든다. 연한 순뿐 아니라 콩대와 잎까지 먹어치운다. 작년에는 때아닌 토끼 한 마리가 콩을 비롯하여 다른 작물까지 먹어치우는 통에 사람 마음을 졸이게 했었다. 이렇듯이 콩은 이런저런 동물들의 약탈 대상으로 쉬운 작물이다. 그런데 이런 콩을 올해도 심겠다고 했다. 

 

과수 쪽은 일찌감치 나뭇가지 전지로 바쁜 상태다. 꽃망울이 트기 전 지금 열심히 전지를 해주어야 과수 맺힘이 실해진다. 유기농 복숭아 과수를 짓는 앞집 집사님도 낮시간 따뜻해진 2월 초순부터 손놀림이 바빠지고 있었다. 이웃집 복숭아 재배를 하시는 농부님은 부인과 함께 아침상을 물림과 동시에 과수원으로 향하여 저녁 해 떨어지기까지 전지를 하고 돌아오신다. 작년에 아랫동네의 꽤 넓은 밭도 빌리셨는데, 이제 농사일을 멈출 만도 하시건만 평생 업으로 삼고 살아오신지라 몸이 아프셔도 쉬지를 않으신다. 한번은 아내 분이 전지를 하시다가 손가락이 잘렸는데 병원에 가서 봉합을 하고 며칠 만에 퇴원을 하셨는데 그 길로 바로 과수원으로 향하셨다. 꽤 바쁜 철이기도 했고, 농사를 맡길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렇기도 했다. 이렇게 봄이 찾아오기 전 2월부터 농부의 발길은 지난 2개월 정도 쉬었던 시간을 만회라도 하는 듯이 열심히 오히려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로컬푸드 매장에 가 보면 농부의 손길이 얼마나 바쁜지 더 잘 확인할 수 있다. 벌써 갖가지 봄철 나물들이 진열되어 있다. 냉이, 달래, 상추, 시금치 등. 이 모든 것이 언 땅에서 나왔겠는가. 모두 비닐하우스에서 출하한 작물들이 아니겠는가. 이렇듯 농부의 손길은 이젠 365일 내내 바쁜 때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여전히 닐리리 만보다. 게다가 꾀가 나서 농사를 접으면 접었지 더 하려는 마음은 처음 이곳에 내려와 농사를 지었을 때보다 10분의 1 정도의 열의 밖에 없다. 갈수록 더 잘해야 할 것인데 말이다. 

 

확실히 봄으로 가는 길목이다. 집 앞 개나리가 어느새 물이 올랐다. 연한 초록빛을 띤다. 뒤안 매실과 자두의 가지에는 작디 작은 눈이 트이려 요이땅을 하고 있다. 연한 분홍빛의 순이 어찌나 이쁜지 모른다. 그것을 발견하고 바라볼 수 있는 내 눈이 감사했다. 나의 어여쁜 냥이들은 땅에 코를 박고 봄내음을 맡는 듯 킁킁거리고, 그중에 좀 이르게 얼굴을 내민 풀은 냥이의 섬유소 섭취에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한라는 집에 있는 날보다 바깥에 있는 날이 더 많아졌다. 추운 겨우내 몸을 숨겼던 모든 생명들이 따뜻해지는 기운을 받아 하나씩 하나씩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허허벌판이던 들녘은 생명의 소리로 가득 채워질 것이며, 산의 나무들은 새 옷으로 갈아입고 봄의 향연을 펼쳐 우리를 초대할 것이다. 올해도 봄으로 가는 길목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계절의 변화에 내 마음이 알아차리고 흔들리는 것이 좋다.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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