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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23-01-28 23:44
   
보물이 된 고물
 글쓴이 : dangdang
조회 : 57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884 [108]

  

보물이 된 고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달력을 만들어 가까운 친구들과 나누었다. 으레 ‘십자가 달력’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이번에는 엉뚱하게도 ‘거룩한 골똥품’이란 제목을 붙였다. 제 각각 12가지 소품을 달력의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예를 들어 ‘천사, 촛대, 종, 성 모자상, 구유’와 같은 것들이다. 금새 손에 잡힐 듯 흔한 듯 하나, 결코 흔하지 않은 물건들이다.

 

  8월에는 ‘놋합’이란 제목과 함께 손으로 쓴 해설을 달았다. “주물로 만든 밥그릇이다. 둥글납작한 그릇은 뚜껑을 더해 제법 무게가 나간다. 놋합 바닥에 추가 작업으로 돋을새김한 비밀한 십자가가 있어 신앙생활의 위험을 느끼게 한다.” 놋합은 한마디로 놋쇠 합금으로 만든 밥그릇이다. 이런 뚜껑이 있는 그릇을 ‘합’(盒)이라고 부른다. 연대를 추정할 수 없지만, 묵직한 밥그릇 밑바닥에 은밀하게 십자가를 새겨 숨겨야 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별별 피규어가 등장하는 달력의 이름을 ‘거룩한 골똥품’이라고 붙이고 나니, 주인공이 된 모델들이 제법 그럴싸해 보인다. 전에는 십자가에 치여 굴러다니던 물건들이다. 컬렉션의 반열에 오른 눈부신 십자가들에 가려 이름값을 얻지 못한 고물들이었다. 그것도 내게만 의미 있는 소품일 뿐, 남에게는 눈길도 받지 못할 만큼 별것이 못 된다. 그저 십자가 수집에 눈을 붉히다가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경우 종종 대체용으로서 아쉬움을 달래줄 용도에 불과하였다. 

 

  몇 해 전에 농목(農牧) 30주년 행사가 남산 아래 어느 공공건물을 빌어 열렸다. 만찬 식탁에는 눈에 띌 듯 말 듯 찰흙으로 빚은 작은 접시와 그 위에 낮은 촛불을 세워 두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접시 안에 오밀조밀 오병이어가 담겼다. 지극히 상징적인 디자인이었는데, 식탁을 거둘 때까지 누군들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번 행사를 위해 빚은 찰흙 제품인데, 작가의 말이 그냥 버린다기에 모두 집으로 싸 들고 왔다. 몇 사람만 한두 개씩 호기심에 가져갔다. 바로 전문가에게 부탁해 유약을 바르고 도자기처럼 구워냈다. 조물조물한 작은 것들이지만 영구히 쓸만한 교회 애찬용 촛불 장식으로 부활하였다. 접시받침으로 예쁜 원형 깔개를 만들어 받쳐 주었다. 그렇게 정성을 들였더니, 보물이 되었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성물(聖物)이란 이름값을 누릴 만하다. 기념하여 보관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런 명예로운 이름을 부여해도 좋겠다. 요즘 교회에 그런 반짝이는 성물이 얼마나 있는가? 교회마다 애지중지할 만한 강단 종, 초 받침, 교회력 배너, 성탄 장식, 성찬보, 세례반, 성찬 그릇 등이 있는지 궁금하다. 대개 성구사나 기독교백화점에서 구입한 물건들은 쉽고, 값싸게, 의미 없이 쓰이다가 낡고 손때가 묻으면 폐기되는 물건들일 것이다. 

 

  군포지방에서 동역하는 김 목사님은 교회에서 발행한 책들을 수집한다. 대개 50년사, 100년사와 같은 역사책들이다. 교회의 기념집은 공짜로 얻기에 더 쉽게 버림받기 일쑤다. 은퇴하는 선배들은 이젠 짐이 된 고가의 전집류와 함께 그런저런 책들을 종이 무게로 처분하기 십상이다. 격년으로 발행되는 교리와 장정, 해마다 출간되는 교회주소록, 다달이 나오는 기독교세계와 철 지난 하늘양식, 교회학교 교재 등을 보물로 여기는 사람은 눈뜨고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김 목사님은 점점 책들의 가치에 눈을 떠 공간과 서가의 규모를 해마다 늘려야 했고, 자주 아내의 지청구를 듣는다고 하였다. 그가 애정을 쏟듯 마음을 모은다면 아카이브를 만드는 일은 더 이상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우리 세대의 물건도 몇 년이 지나면 귀해지는 속도의 시대니만큼, 지지난 세대들의 물건은 어느새 보물로 변하였다. 

 

  당장 달력만 하더라도, 그것을 수집하는 사람은 없다. 드믈디 드믄 이유는 달력이 지닌 값싼 가치 때문이고, 겨우 1년 만에 유효기간을 거두어 가기 때문일 것이다. 새 달력을 만들어 나누는 것은 미래의 시간을 선물하는 일이었지, 과거의 기억용은 아닌 까닭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인 요즘 종이 달력이 점점 귀하니만큼, 철 지난 달력은 점점 몸값이 올라가는 중이다. 과연 우리 시대의 교회, 한국교회 모습은 어떤 인상으로 기억될까? 이미 우리는 역사를 살고 있는 중이다.​ 

 

송뱡구/색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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