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아름다워져 가는 세상
상담학에서 ‘운디드 힐러(wounded healer)’는 상처 입은 치유자를 말합니다. 자신의 상처를 이겨내고, 그것을 도구로, 다른 이들을 치유하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성장했든,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했든 상처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완벽한 환경도, 완벽한 부모도 없기 때문입니다.
단지 자신의 상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상처는 잘 지워지지 않고,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늘 되살아납니다. 무거운 상처는 돌덩이 하나를 가슴에 얹은 듯 늘 가슴을 짓누르고, 가는 길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에게 가장 좋은 치유자입니다. 누구보다 자신의 상처를 가장 잘 돌볼 수 있고, 살필 수 있으며, 느낄 수 있고, 치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잘 다스리고, 소화시켜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에게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상처를 통해 일어서느냐, 상처로 인해 넘어지느냐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는데, 이는 상처를 장애물로 삼느냐 디딤돌로 삼느냐 와 같은 시각의 전환입니다.
그렇다고 꼭 상처가 있어야만 좋은 치유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처 입은 모든 사람이 치유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고통 속에 흘린 눈물이, 극복해낸 기쁨이 자신을 넘어서야 합니다. 내가 흘린 눈물만큼 다른 사람의 눈물을 이해하고, 그 눈물을 말끔히 닦아줄 수 있을 때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는 것입니다.
마음의 상처가 가끔은 지울 수 없는 흉터가 되기도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마음의 훈장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공감이라는 특효약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숱한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못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긴 결과입니다. 먹고 마시는 것이 자신의 몸을 만들고, 보고 듣는 것이 자신의 영혼을 빚습니다.
영원한 것에 눈뜨면 눈 앞에 잠시 사라질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게 됩니다.
상담현장에서 만나는 내담자들, 특히 부부의 경우, 대부분 감사가 사라졌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지고, 없는 것만 찾아 원망하고, 비난하다가 돌아서게 됩니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부부에게 부족함은 서로의 존재의 이유이고, 부부 각자가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서로에게 딱 맞는 치료도구임을 깨달으면서 관계가 회복되어 갑니다.
행복한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것을 가지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고, 불행한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것만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감사는 가지고 있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숨 쉴 수 있는 것, 먹을 수 있는 것, 볼 수 있는 것, 걸을 수 있는 것, 등등이 감사의 요건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깨어 있는 의식으로, 마음을 지켜가야 합니다.
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부정적인 것을 먼저 인식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깨어 있는 의식으로 감사훈련을 하게 되면, 뇌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어떤 마음의 상처도 치유하고 남을 호르몬을 분비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소한 것 하나 하나에 늘 감사하면서 사는 의식적인 삶이 우리를 기쁘고 행복하게 인도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느 기쁘고 행복한 날, 상대의 좋은 점을 어딘가에 적어 놓았다가 마음이 곤고한 날, 의식적으로 떠올려 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사람은, 특히 부부는,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어울리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성장해 갑니다.
여기에 부딪히는 갈등조차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면, 그리하여 부부에게, 서로에게 딱 맞는 맞춤식 치료도구로서 좋은 치유자가 되어 간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사회가, 가정이, 그리고 서로가, 자기 자신이, 좀 더 아름다워져 가지 않을까요?
이렇게 조금씩 아름다워져 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박효숙목사/ 청암크리스챤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