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대 불고기
달달한 양념의 부드러운 맛과 쫄깃한 식감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불고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외국인들도 좋아하고 즐겨 찾는 메뉴이다. 불고기는 지역의 특색과 조리방법에 따라 크게 서울식, 언양식, 광양식으로 크게 구분된다.
서울식 불고기(한일관, 우래옥, 보건옥, 진고개)
서울식 불고기는 궁중 수라 음식에서 유래된 불고기로 달콤한 국물이 자작한 것이 특징이다. 얇게 썬 등심을 양념한 후에 버섯, 파 채 등과 함께 육수를 부어가며 전골식으로 먹는 음식이다. 갖은 채소와 고기가 어우러지는 풍성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1939년 문을 열어 4대를 이어온 한일관은 서울의 불고기 문화를 이끌고 불고기 대중화에 선구자격인 식당으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불고기 전문점이다. 육수를 넣고 자작하게 끓여먹는 서울식 불고기의 본좌라고 할 수 있다. 고기는 진간장에 채소와 과일을 푹 끓여 만든 양념을 고기에 고루 무쳐 접시 가득 담아낸다. 전용 불판에 고기를 얹고 육수를 부어가며 촉촉하게 즐길 수 있다.
1946년에 개업하여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을지로 4가의 우래옥도 변함없는 맛을 지켜오고 있다. 동판 테두리에 냉면 육수를 자작하게 붓고 동판 중앙에는 양년에 버무린 불고기를 올려 옛날식으로 구워 먹는 ‘불고기’가 대표 메뉴이다. 우래옥의 불고기는 양념을 재워놓지 않고 있다가 주문이 오면 마늘, 설탕, 참기름, 간장을 고기와 버무려서 국물 없이 불판에 내는 방식을 1946년 이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1963년 문을 연 60년 전통의 진고개는 충무로에 위치해있다. 명동성당 뒤편으로 이어지는 언덕아래는 비만 오면 진흙으로 질척거려 일제 강점기 때는 나막신을 신고 지나 다녔다해서 진고개라고 불렸다. 진고개식당은 일제강점기부터 질 좋은 쇠고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진고개의 불고기는 양념을 한 채로 나오지만 양념이 세지 않다.
1970년대 말부터 시작한 보건옥은 을지로 4가 주교동 좁은 골목의 숨겨진 맛집이다. 우래옥과 비교해서 반값이하의 착한 가격으로 불고기를 먹을 수 있다. 질 좋은 한우를 통째로 사와 부위별로 팔기 때문에 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여 인기가 있다. 국물이 자박한 서울식 불고기의 전형이 보건옥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편안하고 순한 맛이지만 깊이가 느껴지는 고급스런 맛이다.
울산 언양불고기(진미불고기)
서울식 불고기는 육수불고기이지만 지방에는 불에 구워먹는 오래전 불고기 문화가 여전히 건재하다. 언양식 불고기는 울산 언양지역에서 시작된 불고기로, 고기를 잘게 다져 간장과 마늘 등을 넣고 버무려 숙성한 후 석쇠에 구워먹는 방식이다. 양념에 재웠기에 짭짤한 맛이 특징이고 두툼하게 구워 식감이 좋다. 언양은 일제강점기 때 도축장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1960년대 이후 고속도로 건설을 하던 근로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언양의 불고기 문화는 육수가 아닌 석쇠불고기를 기본으로 하지만 다양한 방식이 공존한다. 첫째는 소금구이나 생고기로 내는 방자구이식(양념 없이 석쇠나 철판에 구우면서 소금과 후추를 뿌려 간을 하여 먹는 구이방식), 둘째는 1960년대 후반에 영업을 시작한 ‘부산불고기’집 방식으로 한우 암소고기를 얇게 썬 후에 양념하여 석쇠에 구워먹는 전통적인 방식, 셋째는 잔육을 이용해 떡갈비처럼 만든 방식이다. 갈비살 작업시 남는 잔육을 얇게 썰어 간장과 마늘로 양념하여 2-3일 숙성시킨 후 석쇠에 담아 참숯에 구워먹는다.
울산에서 택시로 5분 거리인 언양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불고기집은 1970년대 후반에 생긴 ‘진미불고기’이다. 언양 시내 대로변에 있는 진미불고기집은 부산불고기 집 방식과 유사하게 불고기를 만든다. 송아지 두세 마리를 낳은 적이 있는 3-4년 된 암소고기의 전 부위를 고르게 섞어 사용한다.
전남 광양불고기(삼대광양불고기)
고기 냄새가 진동하는 도시 광양은 쇠를 녹이는 제철소의 열기가 불고기에 그대로 스며 있는 공간이다. 오랜 명성을 이어온 맛있는 고기집들이 많다. 전남 광양지역에서 시작된 광양식 불고기는 간장에 배즙, 마늘, 참기름을 버무려 은은하게 단맛이 도는 양념장을 고기를 굽기 직전에 고기위에 발라서 굽는다. 미리 양념에 고기를 재어놓은 언양식불고기와는 다르게 양념을 최소화하여 고기본연의 담백한 맛을 살린다. 소고기를 저미듯 얇게 썰어 내어 양념을 버무려 숯불에 구워먹는 방식이기에 고기는 부드럽고, 숯불 향이 배여 고기의 풍미를 배로 즐길 수 있다.
광양의 대표적인 불고기집은 ‘삼대광양불고기’집이다. 삼대광양불고기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지지만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1968년경이다. 원래는 ‘광양불고기식당’이었지만 3대가 가업을 이으면서 ‘삼대광양불고기’로 바꾸었다. 황동화로와 구리석쇠를 사용하여 옛 맛을 그대로 재현한다. 기름기를 제거한 등심 살코기만을 사용한 광양불고기의 질은 육수불고기의 재료와 비교할 수 없다. 서울식이나 언양식과 비교해 본다면 가장 생고기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 불고기이고, 국물이 없기에 언양식 불고기에 좀 더 가깝다.
위에 소개한 식당은 이미 검증이 끝난 곳이다. 불고기가 먹고 싶다면 한번 찾아가도 후회하지 않을 집들이니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꼭 들려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