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돌학교야 힘내라!
10년 전에 감리교 대안학교인 산돌학교가 세워졌습니다. 개신교 유일의 종립대안학교이지요. 학생과 선생이 함께 자라는 상생교육을 기치로 생명을 살리는 사람을 세우기 위해 한걸음씩 걸어온 길이 10년이 된 것입니다. 산돌학교의 족적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전국에 대안학교가 240여개입니다. 그 중에서 산돌학교는 학생들이 가장 입학하고 싶어 하는 학교 가운데 하나로 손꼽힙니다. 안정적인 학습 환경과 교사들의 헌신, 학생들의 창의적인 학교생활 등이 어우러진 결과일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감리교 종립학교라는 든든한 배경이 그 바탕이 되었습니다.
한국기독교는 선교 초기부터 교육과 의료, 그리고 민족주의 신앙 활동에 주력해왔습니다. 그 모습은 감리교회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기독교는 민족의 삶 한가운데로 깊이 뿌리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산돌학교는 한국 기독교회의 역사적 전통을 오늘에 되살리고 있는 매우 소중한 교육기관입니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심각한 문제는 교육문제입니다. 서울 강남의 영향력은 좋은 학군 때문에 생겼다고 합니다. 물론 과장되었지요. 학군 하나만 가지고 강남이 갖고 있는 우월적인 영향력을 다 설명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충분할 것입니다. 한 때 서울 강북권에서도 좋은 학교(특목고)를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노력에 비해 결과는 신통치 않았지만 말입니다. 이런 접근이 어떻게 나왔을까요. 이런 발상은 철저하게 교육을 부와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여기는데서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패러다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6.4지방선거에서 17명의 교육감 가운데 진보 진영의 교육감이 13명이나 당선된 것입니다. 놀라운 결과입니다. 당장 보수쪽에서는 교육현장의 이념화를 우려합니다. 당선된 교육감 가운데 친 전교조 성향의 인물이 상당수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교육의 핵심 가치는 보수, 진보라고 해서 다를 수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교육의 문제는 지나친 경쟁과 탐욕 때문에 생겨난 문제입니다. 교육 현장을 보면 생명과 평화, 사랑과 협력, 인권 등의 본질적인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그것은 얼마든지 유보될 수 있다고 여기고, 또 그렇게 가르칩니다. 결국 인간답게 사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들을 뒤로 미루고 자신의 탐욕을 끊임없이 합리화하는 책임이 박약한 인간을 배출해왔습니다.
이제껏 교육현장을 놓고 벌여온 논쟁은 자신의 이익을 교묘하게 숨긴 거짓 논쟁이었습니다. 교육현장을 자신의 이익에 종속시키려는 시도는 배척되어야 합니다. 사도행전 19장에 보면 데메드리오 이야기가 나옵니다. 데메드리오는 에베소에서 아데미 신상을 만들어 큰 부를 축적한 사람입니다. 그는 바울의 복음 전도 때문에 아데미 신상 만드는 일이 큰 타격을 입게 되자 에베소 사람들을 선동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입은 경제적 손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아데미 신을 섬기는 일이 얼마나 영광스러운지를 강조합니다. 결국 데메드리오의 선동에 넘어간 에베소 시민들은 폭동에 가까운 소요를 일으킵니다. 오늘도 거짓 지도자들이 자신의 진짜 이익을 뒤로 감춘 채 사람들을 교묘하게 선동합니다. 교육현장을 두고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경쟁과 탐욕을 부추키는 낡은 교육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열 수 없습니다. 우리의 교육이 선동과 거짓 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생명과 평화, 사랑과 협력의 참된 가치관으로 가득해질 때에만 우리는 비로소 희망을 말할 수 있습니다. 산돌학교가 걸어온 10년은 우리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꿔놓는 작은 발걸음이었습니다. 산돌학교가 감리교회는 물론, 개신교회 교육의 역사적 자산을 이어가는 한국교회의 자부심으로 우뚝 서기를 희망하면서 산돌학교에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산돌학교야 힘내라!”
이광섭